영국 정부가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인 주택 건설 가속화 목표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광범위한 경제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장에서는 인허가 지연, 경제적 불확실성, 수요 약화, 토지 실현 가능성(land viability) 문제, 숙련 노동력 부족 등 여러 복합적 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런던발, 2025-12-19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제1야당이던 이전 정부가 폐지했다가 현 집권당에 의해 부활시킨 지방자치단체별 주택 목표 등 정책 혼선과 더불어, 국회에서의 개혁 법안 처리 지연 등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본 기사는 수반 압둘라(Suban Abdulla)와 파싯 콩쿠나콘쿨(Pasit Kongkunakornkul)의 취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계획(Planning) 신청 현황
TerraQuest의 자료는 2025년 3분기(7~9월)에 주거용 계획 신청 건수가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잉글랜드의 지방 당국(런던은 자치구별 집계로 제외)을 기준으로 2025년 7~9월 기간에 접수된 계획 신청 건수는 98,72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0,000건 증가했다.
그러나 TerraQuest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킐(Geoff Keal)은
허가를 받아도 실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비현실적인 토지 가치, 높은 초기 유틸리티(전력 등) 비용, 생태학적 고려사항, 한정된 전력망 용량 등의 제약이 있다
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정부가 “야망이 실적을 앞지를 현실적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계획 승인(Planning approvals) 동향
주거용 계획에 대한 승인 건수는 2024년 초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 관련 전문가들은 이를 지난해 총선 이전의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과 건설업계의 규제·과세·의회에서의 개혁안 승인 지연에 대한 지속적 우려 탓으로 보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5년 9월을 기준으로 최근 12개월 동안 주거용 신청에 대한 결정(decisions)은 37,7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이 가운데 승인된 건수는 28,5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주택 건설(주택공급) 현황
킴 스타머(Keir Starmer) 총리 집권 첫 해인 2024~2025년에 잉글랜드의 신축 주택 수는 감소했다. 이는 높은 금리, 건축비 상승, 그리고 이전 보수당 정부가 폐지했다가 현 정부가 재도입한 지방당국별 주택 목표에 관한 불확실성 등의 영향을 반영한다.
분기별 통계에서 2025년 4~6월(2분기) 신축 주택 완공(completions) 수는 36,160호로 집계돼, 2024년 2분기 대비 19% 감소했고,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동기와 비교하면 22% 감소했다. 반면 건설 착공(housing starts) 수는 2025년 3개월(4~6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31,430호로 나타나, 진행 중인 공사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긍정적 신호도 포착된다.
영국 재정감독원(Office for Budget Responsibility, OBR)은 순증가(net additions)가 2026년에는 215,000호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2020년대 초반 연평균 약 260,000호보다 낮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순증가(net additions)는 신규 건설, 한 주택을 복수의 플랫으로 전환, 사무실 등 비주거 공간을 주택으로 전환한 물량, 그리고 철거를 모두 포함한 가용 주택 수의 전체 변화를 의미한다.
OBR은 다음 총선 전 주택 순증가가 급격히 늘어나 연간 305,000호 수준까지 회복하고, 2029년까지 5년 누적 합계가 1.49백만호(1,490,000호)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 목표는 잉글랜드에 한정된 목표임을 유의해야 한다.
싱크탱크인 레졸루션 파운데이션(Resolution Foundation)의 수석 연구·정책분석가 한나 올드리지(Hannah Aldridge)는 OBR의 수치가 현실화되려면 197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인 연간 약 350,000호의 건설 속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국 주택전문기관(Chartered Institute of Housing)은 정부가 목표를 약 25% 정도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고 있다.
노동력 고령화와 인력 부족
브렉시트(Brexit)와 코로나19 팬데믹은 영국의 구인난을 악화시켰다. 전체 공석 수는 팬데믹 이전보다 높은 상태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건설업 고용은 2025년 9월을 기준으로 거의 2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며, 2025년 7~9월 분기에 건설업 총 인력은 2.04백만명(2,040,000명)으로 전 분기 대비 1.2% 감소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약 12% 감소한 수치이다.
산업계는 또한 숙련인력의 고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 많은 숙련 근로자들이 은퇴 연령에 도달해 있으며, 전체 인력의 3분의 1 이상, 즉 약 500,000명이 2035년까지 은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인력 유출은 생산성 저하와 공사 지연,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용어 설명(독자 안내)
독자들이 혼동할 수 있는 주요 용어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계획 신청(planning application)은 건축이나 개발을 위한 지방 당국에 제출되는 공식 신청서를 의미한다. 계획 승인(planning approval)은 해당 신청에 대해 지방 당국이 허가를 부여하는 것을 뜻한다. 착공(housing starts)은 실제 공사가 시작된 주택 수를 의미하며, 완공(completions)은 공사가 끝나 입주가 가능한 상태가 된 주택 수를 가리킨다. 순증가(net additions)는 신규 건설 외에도 건물 구조 변경, 비주거 공간 전환, 철거 등을 모두 합산한 최종적인 가용 주택 수 변화를 나타낸다.
경제적·정책적 함의와 향후 전망
전문가 관점에서 볼 때, 정부가 2029년까지 잉글랜드에 150만호(1.5백만호) 건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주택 공급 부족은 장기적 주택가격 및 임대료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도시권과 인구밀집 지역에서의 주택 부족은 주거 비용 상승과 가계 실질 구매력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 이는 소비 위축으로 연결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도 하방 압력을 가할 여지가 있다.
건설업체 비용 상승과 인력 부족이 지속되면 공사 지연이 잦아지고, 이는 단기적으로 건설비용의 추가 상승을 초래해 주택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전력망·상하수도 등 인프라 제약은 중대 개발 프로젝트의 착수를 지연시키며, 이는 결국 지역별로 불균형한 주택 공급 회복을 야기할 것이다. 재정감독원(OBR)의 예상대로 순증가가 2026년 저점을 찍고 이후 회복세로 전환된다 해도, 회복 속도가 목표치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책적·민간 부문의 동원이 필요하다.
정책적 대응으로는 토지 사용 규제의 추가 완화, 전력망과 같은 기반시설에 대한 우선적 투자, 건설업 인력 재교육 및 해외 인력 유입을 포함한 인력정책, 그리고 주택 공급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금융 인센티브 제공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비용과 정치적 합의가 수반되어야 하며, 단기간 내에 가시적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요점 정리
요약하면, 중앙정부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법적·정책적 기반을 정비하고 있으나, 인허가 통과 이후 실제 주택 공급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여러 구조적 제약이 존재한다. 2025년 7~9월 기준 접수된 98,723건의 계획 신청과 같은 수치적 진전에도 불구하고, 승인율 하락과 완공 수준의 저조, 인력 부족·인프라 제약은 정부의 목표 달성에 큰 도전으로 남아 있다. 단기적으로는 건설업 일자리 감소와 비용 상승, 중장기적으로는 주택가격·임대료 상승 압력과 지역 간 불균형이 우려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