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자동차 금융 커미션 소송으로 또다시 수십억 파운드 배상 위기 맞나

【런던】 영국 대법원(Supreme Court)이 2일(현지시간) 자동차 금융 계약 과정에서 지급된 커미션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중대한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은행·자동차 금융회사는 소비자에게 수십억 파운드에 달하는 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202581,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판결은 런던 증시가 마감된 직후 공개될 것으로 예상돼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은행들의 자본적정성, 주가, 배당정책까지 광범위한 파급효과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쟁점은 자동차 딜러가 신용중개인(credit broker) 역할을 겸하면서 고객에게 ‘충분한 사전 고지(informed consent)’ 없이 대출기관으로부터 커미션을 받아 왔는지 여부다. 앞서 영국 항소법원(Court of Appeal)은 이러한 관행을 위법으로 판단했고, 대법원은 이를 재검토하고 있다.


▶ 소송 대상·쟁점과 주요 참여 금융사

대법원은 남아프리카 공화국계 FirstRand를 상대로 제기된 두 건과 영국계 Close Brothers를 상대로 제기된 한 건 등 총 세 건의 테스트케이스를 심리한다. 핵심은 ①딜러의 설명 의무 범위 ②커미션의 ‘비밀성(secret)’ 여부 ③금융사의 ‘공정성(fairness)’ 위반 여부다.

이미 Lloyds Banking Group, Close Brothers, Barclays, Santander UK, Bank of Ireland 등은 잠재적 배상에 대비해 총 20억 파운드 가까운 충당금을 쌓았다. 특히 Lloyds는 11억5,000만 파운드, Close Brothers는 2억9,500만 파운드, Santander UK는 1억6,500만 파운드를 각각 적립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업계 전체 비용이 300억 파운드에 이를 수 있다”(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2023년 11월 보고서)

RBC캐피털마켓은 이번 주 보고서에서 은행·비은행을 합친 잠재 손실을 110억 파운드로 완화 추정했지만, “판결 내용이 광범위할 경우 자본충당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 규제 환경과 정부 대응 가능성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은 2021년 임의(discretionary) 커미션 지급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2021년 이전 계약도 ‘불공정’했다는 소비자 주장이 잇따르자, FCA는 2024년 1월부터 과거 관행 전반을 조사하고 있다. 대법원이 정보제공 의무 위반을 인정할 경우 FCA는 6주 이내 배상체계 설계에 대한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일부 언론은 재무부 장관 레이철 리브스가 ‘은행 부담 완화’를 위한 입법 카드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지만, 정부는 “추측에 불과하다”며 공식 논평을 거부했다. 다만 재무부는 올해 1월 “소송·배상과 금융시장 안정을 균형 있게 고려한 ‘공정하고 비례적인 판결’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 용어 해설: PPI 스캔들과의 비교

Payment Protection Insurance(PPI)는 대출·카드 대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보험상품이다. 1990~2000년대 과도하게 판매돼 2019년 규제 시한까지 3,900억 파운드대의 배상금이 지급됐다. 업계는 이번 자동차 금융 커미션 사태가 PPI 이후 가장 큰 소비자 금융 스캔들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 시장·소비자·주주에 미칠 파장

FCA 자료에 따르면 매년 200만 명 이상이 차량 구매를 위해 모터파이낸스를 이용한다. 판결이 금융사 책임을 폭넓게 인정할 경우 1)개인 소비자는 소급 배상 청구권을 확보하고, 2)은행은 자본비율 악화→대출 축소→실물경제 위축이라는 2차 효과에 직면할 수 있다.

주가 측면에서는 이미 Lloyds(-10% YTD), Close Brothers(-15% YTD) 등 관련 은행의 약세가 선행 반영됐으나, 판결 수위에 따라 추가 하락 또는 단기 반등이 결정될 전망이다.

전문가 시각으로 볼 때, 법원이 ‘고지 의무 위반’만 인정하고 배상 범위를 제한할 경우 충당금이 과다계상된 일부 은행 주가는 단기 회복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비밀 커미션’ 자체를 불법화하면 지급여력 확보를 위한 자본 확충·배당 삭감이 현실화될 수 있다.


▶ 결론 및 관전 포인트

이번 판결은 단순히 자동차 금융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수수료 기반 판매모델 전반의 투명성·윤리성에 대한 기준점을 제시할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권의 ‘책임 판매’ 규범이 한층 강화될지 여부가 향후 보험·모기지·자산관리 등 다른 금융부문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주목된다.

소비자는 과거 계약서·대출 서류를 점검해 잠재적 배상 가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고, 투자자는 은행 실적 발표 시 충당금 추가적립 여부와 배당정책 변화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정책당국은 ‘시장안정 vs. 소비자 보호’라는 양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해법을 시험대에 올려놓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