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 영국 기업들의 임금 인상 합의가 7~9월 석 달 동안 전반적으로 보합을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영란은행(BoE)의 기준금리 결정 하루 전 공개된 수치로, 통화정책 판단에 참고될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2025년 11월 5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인컴즈데이터리서치(IDR)는 7월부터 9월까지 주요 고용주들이 체결한 임금 인상 합의의 중간값이 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1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과 동일한 수치로, 최근의 임금 상승세 둔화 흐름을 재확인시키는 결과다.
다만 같은 기간 전체 임금 합의의 3분의 1 이상은 4% 인상으로 상향된 것으로 나타났다. IDR은 이러한 분포 변화가 제조업과 공공부문에서 임금 인상 합의 비중이 커진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부문의 중간값 임금 인상률은 평균 4%로, 같은 기간 민간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민간과 공공부문의 상이한 결과는, 공공부문이 민간에 뒤처졌던 오랜 기간을 지나 현재 ‘추격(catching-up)’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 IDR 선임 연구원 조이 울라콧(Zoe Woolacott)
공식 통계에서는 6~8월(8월까지 석 달) 동안 영국의 임금 증가세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9월 인플레이션(소비자물가상승률)은 3.8%로 보합을 유지했으며, 영란은행이 예상했던 4%로의 상승은 나타나지 않았다.
앤드루 베일리(Andrew Bailey) 영란은행 총재는 이 같은 지표들이 경제 전반의 물가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는 견해를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영란은행은 임금 상승률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왔으며,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이 목요일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로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영란은행은 연말까지 민간부문 임금 상승률이 3.75%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또 다른 조사에서는, 고용주들이 높은 인플레이션과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Rachel Reeves)가 지난해 시행한 사회보장 분담금(영국에서는 통상 ‘국가보험(National Insurance)’ 성격의 분담금으로 불린다) 인상의 영향에 우려를 표하며, 3% 수준의 임금 인상 합의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브스 장관은 11월 26일 정부의 연례 예산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추가 증세가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다.
IDR의 이번 조사는 7월 1일부터 9월 30일 사이 체결된 35건의 임금 합의를 대상으로 했으며, 약 80만 명에 달하는 근로자가 포함됐다.
해설 | ‘임금 합의(pay settlement)’와 ‘중간값’의 의미
임금 합의는 사용자와 노동자(또는 노동조합)가 특정 기간 적용될 임금 인상률을 확정하는 과정 또는 그 결과를 뜻한다. 중간값은 표본을 크기순으로 배열했을 때 중앙에 위치한 값으로, 일부 극단값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에서 ‘전반적 분위기’를 읽는 데 유용하다. 여기서 제시된 중간값 3%는 개별 사례의 고저를 평균화하기보다는 분포의 중심 경향을 보여줘, 실제 임금 합의의 체감 수준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책적 함의
임금 상승률은 노동시장 타이트함과 가격 압력의 상호작용을 포착하는 핵심 변수다. 3분기 중간값이 3%로 유지되면서도 일부 합의가 4%로 상향된 이중 신호는, 통화정책 당국이 부문별 온도차를 감안해 신중한 판단을 이어갈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물가가 3.8%로 예상(4%)에 못 미친 상황에서 임금 상승 둔화는 정책 동결을 지지하지만, 특정 부문의 추격 인상이 지속될 경우 서비스 물가를 통해 2차 압력으로 전이될 소지가 남아 있다.
부문별 온도차: 공공 vs 민간
공공부문의 중간값 4%는 민간 대비 높게 나타났고, 이는 과거 상대적으로 낮았던 보상 수준을 보정하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 같은 추격 인상은 인력 유지와 서비스 제공 안정성 측면에서 필요할 수 있으나, 총임금 증가율을 통해 물가 안정 경로에 마찰을 일으킬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공공부문 임금 합의의 속도와 폭은 향후 물가 경로의 민감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물가·금리와의 교차점
9월 물가가 3.8%로 보합을 보인 가운데, 임금 증가세 둔화는 기준금리 유지 논리를 강화한다. 다만 임금은 가격보다 조정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경향이 있어, 임금-물가 상호작용의 관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향후 임금·물가·고용 지표가 결합해 보여줄 추세의 일관성이 정책 경로를 좌우할 전망이다.
고용주 관점: 비용 압력 관리
기업들은 인플레이션과 사회보장 분담금 같은 제도적 비용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조사에서 드러난 3% 수준의 계획 인상률은, 인력 확보 경쟁과 원가 관리라는 상충 목표 사이에서 도출된 절충적 선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때 임금 조정은 생산성 개선, 가격 설정 전략, 채용·유지 보너스 등 다른 보상 수단과 병행되어 나타날 수 있다.
데이터 범위와 해석의 한계
IDR 조사는 35건의 합의를 통해 약 80만 명을 포괄한다. 이는 주요 고용주 중심의 유의미한 신호를 제공하지만, 산업·직종·기업 규모별 편차를 완전히 대변하지는 못할 수 있다. 따라서 공식 통계와 민간 조사를 함께 살펴보는 다중 지표 접근이 합리적이다.
향후 체크포인트
단기적으로는 목요일 영란은행의 기준금리 결정과 11월 26일 발표될 정부 연례 예산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세제 변화는 가처분소득과 고용주 비용의 경로를 바꾸어 차기 임금 합의의 속도·범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