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펙트리스, 4.8조 파운드 규모 KKR 상향 인수 제안 수용…M&A 경쟁 격화

영국 과학 계측 장비 전문기업 스펙트리스(Spectris)가 마침내 미국계 사모펀드 KKR의 상향 제안을 수락했다. 이번 합의로 스펙트리스의 기업가치(Enterprise Value)는 48억 파운드(약 6억4,000만 달러*1)로 평가되며, 지분가치(Equity Value)는 42억 파운드에 달한다.

2025년 8월 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스펙트리스 이사회는 주당 41.75파운드를 제시한 KKR의 새 인수안을 만장일치로 지지하며 나흘 전 지지 의사를 밝혔던 어드벤트 인터내셔널(Advent)의 주당 41파운드 제안을 철회했다. 불과 나흘 만에 인수 우선협상자가 뒤바뀐 것이다.

두 사모펀드 간 인수전 배경
스펙트리스와 두 글로벌 사모펀드는 지난 6월 초반부터 M&A 협상을 벌여 왔다. 영국 증시의 상대적 저평가파운드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해외 자본이 영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매집하는 흐름 속에서, 계측·측정 장비 분야 세계 톱티어 기업인 스펙트리스 역시 ‘매물’로 떠올랐다.


거래 주요 수치

KKR의 제안은 스펙트리스 지분을 42억 파운드, 부채·현금 등을 포함한 총 기업가치를 48억 파운드로 평가한다 ― 로이터

이 수치는 전거래일 종가 대비 약 3%의 프리미엄에 해당하며, 8월 2일 어드벤트가 제시했던 41파운드 제안보다도 0.75파운드 높다. 금융 시장에서는 ‘제안가 1파운드 차이’가 단순해 보이지만, 전체 발행주식 1억1,250만 주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8,400만 파운드의 가치 차이가 발생함을 지적한다.

왜 스펙트리스인가
스펙트리스는 산업·연구용 정밀 센서, 데이터 수집 시스템, 환경 모니터링 장비 등 고부가가치 장비를 제조·판매한다. 특히 반도체·제약·자동차 등 성장 산업군에서 수요가 꾸준해, 매각 당일 기준 시가총액 약 40억 파운드를 기록해 왔다. 매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실현하며 잉여현금창출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이 인수 매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사모펀드 경쟁 구도
어드벤트는 6월 10일 최초로 비공식 LOI(의향서)를 제출하며 인수전 포문을 열었다. 이후 7월 중순 양측 실사(듀 딜리전스)가 진행됐고, 7월 31일 어드벤트가 공식 제안을 내자 KKR이 이틀 만에 상향안을 제시해 가격경쟁을 촉발했다. 업계에서는 Carlyle·Blackstone 등 추가 참여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현재로선 두 곳의 2파전 구도가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영국 M&A 시장 분위기
영국 FTSE 상장기업은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 지연브렉시트 리스크 등으로 밸류에이션이 15~20% 가량 할인돼 왔다.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파운드 약세가 계속된다면 2025년에도 해외자본의 대규모 M&A 러시는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KKR–스펙트리스 거래는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전문가 해설
엔터프라이즈 밸류(Enterprise Value·EV)는 지분가치에 순부채와 비지배지분 등을 더한 개념으로, 실질 인수금액을 뜻한다. 즉 EV 48억 파운드는 KKR이 스펙트리스 인수 후 떠안아야 할 총 비용에 가깝다. 반면 지분가치(Equity Value) 42억 파운드는 주주들에게 직접 지급될 금액이다. 둘 사이 6억 파운드 차이는 회사가 보유한 현금, 부채 구조, 미지급 연금부채 등에서 기인한다.

사모펀드는 레버리지(차입)를 활용해 기업을 인수한 뒤, 구조조정·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등을 통해 가치를 높이고 5~7년 내 재매각·상장(IPO)으로 엑시트(exit)를 노린다. KKR 역시 스펙트리스의 R&D 투자 확대와 신흥시장 진출을 통해 EBITDA(세전 영업이익) 수준을 끌어올린 뒤, 재매각 혹은 런던·뉴욕 이중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투자자 반응 및 향후 일정
합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스펙트리스 주가는 런던 증시에서 장중 2.4% 상승했으나, 일부 기관투자가는 “추가 상향 제안” 가능성에 베팅하며 주가를 42파운드 이상으로 끌어올리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정식 인수계약 체결과 관련 규제 심사는 2025년 4분기 마무리될 전망이다.

*1 달러 환율은 기사 작성 시점 기준 1달러=0.7528파운드 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