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영국 대법원이 2일(현지시간) 자동차 금융(bron: motor finance) 중개 수수료 구조와 관련한 핵심 판례를 선고할 예정이라며, 은행·여신업계가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판결은 중개인(브로커)이 고객에게 충분히 고지하지 않고 받은 ‘비밀 수수료(secret commission)’의 법적 책임 범위를 다룬다.
2025년 8월 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클로즈 브라더스(티커: CBRO)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금융그룹인 퍼스트랜드(FirstRand)가 2024년 10월 영국 항소법원(Court of Appeal)의 판결을 뒤집어 달라며 상고하면서 시작됐다. 항소법원은 “브로커가 고객의 완전한 사전 동의(fully informed consent)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수료를 받으면 대출사도 책임을 진다”고 못 박았다.
항소법원의 판결 이후, 연간 400억 파운드(약 53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영국 자동차 금융 시장에는 대규모 소송·배상 리스크가 급속히 확산됐다. 특히 클로즈 브라더스와 함께 노출도가 큰 로이드 은행그룹(Lloyds Banking Group) 주가가 크게 흔들렸고, 업계 전반의 투자심리도 급랭했다.
배상 충당금 현황
로이즈는 11억 5,000만 파운드를 선제적으로 충당금으로 쌓았고, 산탄데르 영국법인은 2억 9,000만 파운드, 바클레이스는 9,500만 파운드를 각각 계상했다. 이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잠정치로, 대법원 판결과 금융감독청(FCA)의 후속 조치에 따라 추가 적립 가능성이 열려 있다.
FCA는 사건 파급력이 워낙 큰 탓에 일괄 배상 제도(redress scheme) 도입을 검토 중이다. FCA는 “대법원 선고 후 6주 안에 제도의 시행 여부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일괄 배상 제도는 금융사가 소비자 피해 규모를 자체 산정·보상하도록 의무화하는 절차를 뜻하며, 도입 시 업계 전체 비용이 수십억~수십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 측은 “재판부가 시장 마감(영국 런던증시) 이후인 그리니치표준시(GMT) 15시 35분 이후 판결문을 공개한다”며 “선고 시점으로 결과를 가늠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배경‧용어 해설
Court of Appeal(항소법원)은 영국 대법원(Supreme Court) 바로 아래 단계의 고등법원으로, 사례법 관행 상 선례 가치가 크다. Secret commission은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가 해당 수수료의 존재·규모·산정 근거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급되는 보수를 의미한다. Fully informed consent는 소비자가 모든 핵심 정보를 취득한 뒤 자발적으로 동의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설명 의무 위반 시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
일괄 배상 제도(redress scheme)는 대규모 피해가 우려될 때 감독당국이 금융사에 ‘일괄 구제 지급’ 책임을 부과하는 장치다. 2010년대 초반 영국 은행권이 ‘지불보호보험(PPI)’ 오·판매 사건으로 500억 파운드 이상을 환급한 선례가 있다. 이번 자동차 금융 수수료 분쟁이 PPI 사태만큼 파괴력이 클지 여부가 시장 최대 관심사다.
투자·정책 파급
로이터 등 외신은 이번 판결이 래이철 리브스(Rachel Reeves) 영국 재무장관의 경제성장 정책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금융사 배상을 제한하는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영국 재무부(Treasury)는 “답변할 사안이 없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법무‧금융 업계는 대법원이 항소법원 판결을 일부 축소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4월 대법원 변론에서 FCA 법률대리인은 “항소법원 판단이 ‘지나치게 넓다’(too far)“며 수정 필요성을 시사했다. 만약 대법원이 수수료 공개 범위를 완화하면, 업계가 안아야 할 ‘잠재 배상금’ 규모도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환율 참고: 로이터 집계 기준 1달러 = 0.7567파운드다. 모든 금액 환산은 해당 환율을 적용했다.
전문가 진단*AI 해석*
영국 은행권은 이미 PPI 사태와 코로나19 대손 충당금 확대 등으로 자본완충 능력을 끌어올린 상태다. 그럼에도 최대 수십조 원대 추가 자금 유출 가능성은 자본비율 하락·배당 축소 등 주주가치 훼손으로 직결될 수 있다. 또한 리테일 금융 부문이 위축되면, 영국 정부가 추진하는 실물경제 자금 공급 확대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당국이 판결 이후 일괄 배상 제도를 ‘전면’이 아닌 ‘부분’적용 방안으로 절충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판결 직후 개별 종목·섹터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 특히 로이드·바클레이스·산탄데르 UK·클로즈 브라더스 등 노출도가 확인된 종목은 미국 PPI 사태 때의 ‘깜짝 충당금 확대’와 유사한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 반면 리버럴한 판결이 나오면 ‘충당금 환입(환급된 충당금의 실적 반영)’에 따른 주가 급반등 시나리오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법원 결정은 단순히 몇몇 금융사의 배상 규모를 넘어 영국 금융소비자 보호 프레임워크 전반에 선례를 제공한다. 최종 판결이 모든 쟁점에 종지부를 찍지는 못할 가능성이 크지만, 금융사·감독당국·입법부 간 권한 배분, 소비자 고지 의무 범위 등을 둘러싼 향후 입법·제도 논의의 ‘기준점’을 형성할 것이란 점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