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민간 부문의 경기 확장세가 7월 들어 한층 약화됐고, 고용지표는 다섯 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악화됐다. 이는 다음 달 예정된 영국중앙은행(BoE)의 기준금리 결정에 금리 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2025년 7월 24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S&P 글로벌이 집계한 영국 종합 구매관리자지수(Composite PMI)는 6월 52.0에서 7월 51.0으로 하락했다. 50을 웃돌며 확장 국면을 유지하긴 했지만, 시장 컨센서스(로이터 설문치 51.8)를 밑돌았고,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지표는 제조업·서비스업 전반의 신규 주문, 생산, 고용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50 이상이면 성장, 50 미만이면 위축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소폭이라도 50 선 위를 지켰다는 자체가 긍정적이지만, 서비스업 둔화·제조업 위축 심화·고용 감소라는 삼중고가 확인됐다는 점이 문제”라고 진단한다.
고용 서브지수는 45.1로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기업들은 재철 리브스(Rachel Reeves) 영국 재무장관이 4월부터 사회보장세(National Insurance) 부담을 늘린 조치가 비용 압박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인건비 상승과 맞물려 기업들의 인력 감축 속도를 높였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재정 조치가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계속되고 있다. 약한 수요 환경과 맞물려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또 한 달간 두 자릿수 비율의 순감원을 단행했다.” ― 크리스 윌리엄슨(Chris Williamson),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수석경제학자
PMI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을 위해 부연하자면, 구매관리자지수는 민간 경제 활동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선행지표’로, 공식 국내총생산(GDP) 통계보다 약 1~2분기 빠르게 경기 변화를 포착할 수 있다. 때문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 선제적인 근거 자료로 활용된다.
영란은행은 8월 7일 금융통화위원회(MPC)에서 12개월 만에 다섯 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영국 CPI는 6월 3.6%로 전월 대비 상승하며 BoE 목표치 2%를 여전히 웃돌지만, 정책당국은 고용시장 둔화를 더 중시하고 있다.
이번 PMI 조사 결과는 “영국 경제가 연율 환산 시 분기 성장률 0.1%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 신호를 보낸다. 윌리엄슨은 “실제 성장률은 더 낮아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가격 측면에서는 상반된 흐름이 관측됐다. 기업이 고객에게 청구한 최종 판매가격(산출물 가격)은 4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세를 재개했다. 공급업체들이 사회보장세 인상분과 임금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는 BoE의 ‘물가-성장’ 간 딜레마를 심화시킨다.
서비스업 PMI는 6월 52.8에서 7월 51.2로 내려앉아 확장 속도가 둔화됐다. 반면 제조업 PMI는 47.7에서 48.2로 소폭 올랐으나, 10개월 연속 50 아래에 머물며 여전히 위축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참고로 50선은 ‘성장과 위축의 분수령’으로 여겨지는데, 제조업이 해당 기준을 아래로 긴 시간 머무르면 설비투자와 고용의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서비스업마저 50선을 밑돌 경우 전 산업으로 불황이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서비스 PMI 기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회보장세 인상도 간단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National Insurance는 영국의 국민연금·의료보험 재원으로 사용되는 준조세 성격의 기여금이다. 정부는 재정적자 확대를 이유로 기업 부담분을 단계적으로 높이고 있는데, 이는 기업의 총인건비를 증가시켜 고용 축소 압력으로 작용한다.
전문가 분석 및 전망
① 통화정책 ― 지표상 경기 둔화를 확인한 BoE가 8월 회의에서 25bp(0.25%포인트) 인하를 단행할 개연성이 높아졌다. 다만 유가·임금발 인플레이션이 구조화돼 있는 만큼 ‘연속 인하’보다는 ‘점진 인하 후 관망’ 전략을 택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② 외환시장 ― 경기 둔화·금리 인하 전망으로 파운드화는 대다수 통화 대비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달러화 강세가 겹칠 경우 GBP/USD가 1.25달러선 아래로 밀릴 위험도 제기된다.
③ 채권시장 ― 영국 국채(길트) 가격은 단기적으로 상승(수익률 하락)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추가적인 물가 반등 시 채권 랠리는 제한적일 수 있다.
결국 핵심은 고용부진이 소비·임금 성장세의 둔화를 동반해 인플레이션을 빠르게 끌어내릴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필자는 연말까지 CPI가 2.5% 내외로 내려오고, BoE가 연말까지 추가 1~2회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유력 시한다. 다만 공급측 물가 충격(원자재·운송비)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