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금융안정에 대한 위험이 2025년 들어 상승했다고 잉글랜드은행(BoE) 금융정책위원회(FPC)가 경고했다. 위원회는 글로벌 위험의 고조, 자산가치의 고평가, 그리고 국가부채 수준에 대한 우려 확대를 주요 요인으로 지목하며, 금융시스템 전반의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2025년 12월 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FPC는 12월자 금융안정보고서(Financial Stability Report)에서 위험자산의 상당수가 ‘유의미하게 과대평가’돼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이 두드러지게 높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닷컴 버블 이후 정점 수준에 근접했고, 영국 주식시장 밸류에이션도 글로벌 금융위기(GFC)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새로운 시스템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향후 5년 동안 AI 인프라 관련 투자 규모는 5조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 보고서는 대형 기술기업들이 영업현금흐름으로 상당 부분을 조달하겠지만, 약 절반은 외부 조달에 의존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중에서도 부채를 통한 조달 비중이 높을 것으로 평가했다.
FPC는 ‘AI 기업과 신용시장의 연결이 더 깊어지고, 해당 기업들 간 상호연계성이 커질수록, 자산가격 조정이 발생할 때 대출 손실이 늘어나 금융안정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위원회는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주목받은 기업 채무불이행 2건이 고위험 신용시장의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높은 레버리지, 부실한 심사 관행, 그리고 투명성 부족이 문제로 지적됐다.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었지만, FPC는 시장 참가자들에게 리스크 관리의 견고함을 확보하고 신용등급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또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정부의 향후 충격 대응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중대한 경제 또는 재정 충격이 발생할 경우, 시장기반금융 부문에 내재된 취약성이 이를 증폭할 위험을 지적했다.
다만, 이러한 우려에도 영국 은행시스템의 자본적정성은 양호하다는 평가다. 2025년 은행자본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극심한 경기 스트레스 하에서도 영국 은행들은 실물경제에 대한 지원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을 보였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에 따라 FPC는 시스템 전반의 티어1(Tier 1) 자본 요구치 기준을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14%에서 13%로 낮추었다.
한편, 위원회는 영국의 카운터사이클 자본버퍼(CCyB) 비율을 2%로 유지했다. FPC는 글로벌 위험 환경이 여전히 높다고 평가하면서도, 영국 가계와 기업의 총부채 수준은 낮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핵심 포인트 정리
– 위험자산 고평가: AI 중심 기술주를 포함한 다수의 위험자산이 ‘유의미하게 과대평가’ 상태로 평가됨. 미국과 영국 주식 밸류에이션이 각각 닷컴 버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 또는 도달.
– AI 인프라 투자 파급: 향후 5년간 5조 달러+의 투자 소요가 예상되며, 약 절반이 부채 중심 외부 조달로 충당될 가능성. 신용시장과의 연계 강화가 가격 조정 시 신용손실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경고.
– 신용시장 취약성 표면화: 미국의 주요 기업 디폴트 2건이 고레버리지, 약한 언더라이팅, 불투명성 등 구조적 문제를 노출. 시장참가자에 대해 리스크 관리 강화와 신용등급 의존 완화 권고.
– 공공부채와 정책 여력: 선진국의 부채/명목 GDP 비율 상승이 정책 대응 여력을 잠식할 위험. 시장기반금융의 취약성이 충격을 증폭시킬 수 있음.
– 영국 은행권의 내구성: 2025년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은행권은 극단적 스트레스에서도 경제 지원 가능. 시스템 차원의 티어1 자본 기준을 13%로 조정하고, CCyB 2%는 유지.
용어 설명과 맥락
– 금융정책위원회(FPC): 잉글랜드은행 산하의 거시건전성 정책 기구로,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을 점검하고 시스템 리스크에 대응하는 권고와 조치를 마련한다.
– 카운터사이클 자본버퍼(CCyB): 경기 확장기에는 은행에 추가 자본 적립을 요구해 과도한 신용성장을 제어하고, 침체기에는 이를 낮춰 신용공급을 뒷받침하는 완충 장치다. FPC는 이를 2%로 유지했다.
– 티어1(Tier 1) 자본: 손실 흡수력이 가장 높은 핵심 자기자본으로,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이번 조정은 시스템 전반 기준치를 RWA 대비 14% → 13%으로 낮춘 것이다.
– 위험가중자산(RWA): 자산의 위험도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한 총액으로, 자본규제 비율 산정의 분모가 된다. 위험이 높을수록 더 큰 가중치를 부여한다.
– 시장기반금융(Market-based finance): 은행 대출이 아닌 자본시장(채권, 주식, 펀드, 머니마켓 등)을 통한 자금중개를 뜻한다. 레버리지 펀드, 유동성 불일치, 마진콜 확대 등이 충격을 증폭시키는 경로가 될 수 있다.
– 닷컴 버블: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기술·인터넷주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자산가격 급등과 급락으로 이어진 사례로, 고평가 리스크의 전형으로 자주 인용된다.
– AI 인프라 투자: 일반적으로 데이터센터, 반도체/가속기, 전력·냉각·네트워크 등 기반 설비를 포괄한다. 해당 투자가 부채 중심으로 확대될 경우, 신용시장과의 연계가 강화되어 자산가격 변동이 대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FPC의 경고 포인트다.
해석과 시사점
이번 FPC 보고서는 ‘가격’과 ‘레버리지’의 결합 위험을 다시 부각시켰다. 특히 AI 테마에서 나타나는 자산가격 상승과, 그 배후의 외부부채 조달 확대는 신용경로를 통한 충격 전이 가능성을 높인다. FPC가 ‘신용등급 과의존 금지’와 ‘리스크 관리 강화’를 강조한 것은, 복잡해진 신용상품과 비은행권을 포함한 시장기반금융의 취약성이 돌발 이벤트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영국 은행권의 내구성을 재확인하며 티어1 기준 13%로 조정한 것은, 충격 흡수력은 충분하지만 불확실성이 큰 환경에서 민간 신용공급을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CCyB 2% 유지 또한, 국내 부채구조의 상대적 안정과 대외 불확실성의 균형을 반영한 조치다.
요컨대, 글로벌 위험 상승과 밸류에이션 부담 속에서, 정책의 초점은 시스템 취약성의 선제적 관리와 신용중개 기능 유지 사이의 균형에 맞춰져 있다. FPC의 권고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스트레스 테스트, 유동성 관리, 차입구조 점검을 통한 내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