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시장이 11월에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공고가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구인광고 기준 임금은 오히려 가속해 상승해 영란은행(BoE)이 직면한 정책 딜레마을 드러냈다.
2025년 12월 22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구직·채용 정보 제공 사이트인 Adzuna가 발표한 자료에서 온라인 구인광고(구인공고)가 11월까지 12개월 동안 마이너스 15.2%로 감소했으며, 전월인 10월 대비로도 6.4% 하락했다. 이는 2025년 들어 관찰된 가장 큰 연간 하락폭이며, 10월부터 이어진 다섯 번째 연속 월간 감소다.
특히 고용주들의 채용 신중 기조가 뚜렷하다. Adzuna는 재무장관 레이첼 리브스(Rachel Reeves)가 작년 첫 번째 예산안에서 도입한 사회보장기여금(사회보장세) 인상 이후 영국 내 고용주들이 채용을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같은 해 11월 말에 발표된 두 번째 예산안에서 추가 세금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고용시장에 부담을 주었고, 그 결과 실업률이 상승해 최근 3개월(8월~10월 기준) 실업률이 5.1%로 집계되며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임금은 상승세다. Adzuna는 광고 기준 임금이 전년 동기 대비 7.7% 상승했다고 밝혔으며, 특히 정보기술(IT) 부문에서 큰 폭의 임금 상승이 관찰되었다. 전체 산업 중 오히려 임금이 하락한 부문은 단 두 개에 불과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이는 한 달 전의 7.3% 상승률에서 가속된 수치다.
요약하면, 구인공고 수는 줄어들고 있으나 남아있는 일자리의 임금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임금 상승을 자극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구인공고 감소와 동시에 임금 상승이라는 현상은 정책 결정자들에게 상충되는 신호를 전달한다.”
배경 설명(용어 해설)
Adzuna는 구직·채용 정보를 수집해 공개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기업들이 내는 온라인 구인광고를 집계해 노동시장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를 제공한다. 여기서 말하는 구인광고(online job adverts)는 기업이 공개한 채용 공고를 집계한 수치여서 전체 채용 수요(예: 헤드헌터 비공개 채용 등)를 완전히 포착하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사회보장기여금은 근로자 또는 고용주가 내는 사회보험 관련 기여금을 말하며, 이는 고용비용을 증가시켜 채용 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영란은행(BoE)은 영국의 중앙은행으로, 물가 상승률(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정책적 함의와 향후 전망
이번 수치는 영란은행과 재무부가 서로 다른 정책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을 반영한다. 구인공고 감소는 경기 둔화를 시사하며 이는 실업률 상승과 소비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임금상승률(광고기준 7.7%)은 비용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커서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하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다.
첫째, 소비자 수요 둔화이다. 구인공고 감소와 실업률 상승은 가계의 소득 불안정을 높여 소비 성향을 약화시키고 이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낮출 요인이다. 둘째, 임금-물가 상승 압력이다. 임금이 빠르게 오르면 기업들은 인건비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전가하려 할 것이며, 이는 근본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셋째, 통화정책 딜레마이다. 경기 둔화 신호는 완화적 통화정책(금리 인하)을 지지하는 반면, 임금과 물가가 동시에 오르면 긴축적 스탠스(금리 인상)를 요구한다. 실제로 영란은행은 최근 경기 약화에 대응해 금리를 인하했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기적 전망은 복합적이다. 고용 수요 감소가 장기화하면 임금 상승 압력은 자연스럽게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노동공급 부족 또는 특정 고기술(예: IT) 분야의 수요 강세가 지속되면 해당 부문을 중심으로 높은 임금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IT 등 핵심 전문직의 임금 상승은 서비스·제품 가격 전반에 퍼지는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다.
시장과 기업에 대한 실용적 시사점
기업 측면에서는 채용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 임금 상승이 지속될 경우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자동화·아웃소싱 등을 통해 비용 구조를 조정하거나,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 우선순위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고임금 상승이 기업의 마진을 압박할 수 있으므로 섹터별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예컨대, 임금 상승의 직접적 영향을 덜 받는 기술 기반 서비스 기업이나 가격 전가력이 큰 업종은 상대적으로 방어적일 수 있다.
정책 권고로는, 단기적 경기 부양과 인플레이션 관리를 균형 있게 고려하는 통화·재정 정책의 조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재정정책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하되, 임금과 물가의 구조적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공급 측면 개선(직업훈련·이민정책·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결론
Adzuna의 11월 자료는 영국 노동시장이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편, 일부 부문에서는 임금 상승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이중 신호는 통화당국과 재정당국의 정책결정에 복합적인 고려사항을 제시한다. 향후 구인공고 수치, 실업률 추이, 그리고 광고 기준 임금의 추가 변화가 중요한 모니터링 지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