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공차입 급증에 파운드화 이틀 만에 최악 낙폭

런던발— 영국 파운드화가 9월 19일(현지시간) 이틀째 급락해 7월 말 이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이는 예상치를 뛰어넘는 공공부문 차입 증가와 함께 물가·경기 균형을 고민하는 영국은행(BoE)의 정책적 난제를 반영한다.

2025년 9월 19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4~8월 영국 공공부문 순차입액은 838억 파운드(약 1,133억 달러)로, 영국 예산책임처(OBR)가 올해 초 제시한 전망치를 114억 파운드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가 11월 예산안에서 재정규칙을 유지하고 금융시장 불안을 피하기 위해 추가 증세를 발표할 가능성이 이미 거론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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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TB의 리서치 디렉터 캐슬린 브룩스는 “파운드화는 이 데이터 발표 직후 1.35달러 지지선을 시험하며 G10 통화 중 두 번째로 부진한 성적을 냈다”고 전했다. 실제로 파운드/달러 환율은 장 초반 0.4% 하락했다가 일부 회복했으나, 0.3% 내린 1.351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이틀간 누적 하락률은 0.9%로 7월 31일 이후 가장 크다.

전날 영국은행은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장기물을 위주로 한 국채 매각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영란은행(BoE)의 2% 물가 목표 대비 실제 인플레이션이 거의 두 배에 이르는 상황에서, 노동시장의 약화 조짐과 성장 둔화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통화 당국의 운신 폭은 제한적이다.

채권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영국 30년물 길트(gilt)* 금리는 4.3bp 상승한 5.547%를 기록했다.

*길트는 영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지칭하는 용어로, 금리가 오르면 가격은 하락한다.

런던 금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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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발표된 8월 소매판매는 화창한 날씨 덕분에 예상을 상회했지만, 7월 수치가 하향 수정되면서 소비 흐름의 불확실성이 부각됐다. 프라이마크(모기업: 어소시에이티드 브리티시 푸즈)와 저가 슈퍼마켓 알디 UK 등 대형 소매업체들은 예정된 세금 인상·고용시장 악화가 소비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레이드 네이션의 수석 시장분석가 데이비드 모리슨은 “이번 수치는 재무장관 리브스에게 또 다른 고민거리를 안겼다”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의 두 배에 달하고 추가 상승 가능성까지 있어, 영란은행은 감히 금리를 내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환율 측면에서 파운드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급락했다.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동결했지만 2명의 위원이 예상 밖으로 인상을 지지했고, 위험자산 매입 축소 방침까지 내놓으면서 엔화가 전반적인 랠리를 보여 파운드/엔 환율은 0.45% 하락한 199.73엔으로 밀렸다.


전문가 해설 및 시장 시사점

이번 공공차입 급증은 영국 정부가 설정한 재정적자·부채 비율 목표와 크게 어긋난다. 시장이 증세 혹은 지출 축소를 기정사실화하는 배경이다. 특히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는 정치적 부담과 시장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파운드화의 약세는 수출기업에는 호재일 수 있으나, 수입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생활비 압박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통화정책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이상, BoE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지는 사실상 제한적이다. 반면 경제성장과 고용 둔화 시그널이 지속된다면, 중앙은행과 재무부 간 정책 불협화음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향후 파운드화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헤지 전략 및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연기금·보험사 등 장기 투자자의 평가손실 우려를 키운다. 반면 단기물과 장기물 간 금리차 수익률 곡선이 확대될 경우, 리포·스왑 시장의 기회도 커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본은행의 정책 조정 신호는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 흐름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한다. 만약 BoJ가 예상보다 빨리 긴축으로 전환할 경우, 엔화 강세와 함께 캐리 트레이드 청산 압력이 파운드화 등 고금리 통화에 부정적일 수 있다.

※ 본 기사는 투자판단을 위한 참고용이며, 기사 내 견해는 일반적 분석일 뿐 특정 투자자문을 의미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