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쟁·시장청(CMA)이 글로벌 광고 대기업 옴니콤 그룹(Omnicom Group Inc.)과 인터퍼블릭 그룹(Interpublic Group of Cos.) 간의 132억 5천만 달러(약 17조 7,000억 원) 규모 인수합병(M&A)에 대해 2단계 심층 조사(Phase 2)에 회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25년 8월 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CMA는 예비 심사(Phase 1) 결과 “영국 내 광고·마케팅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저해할 우려가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이에 따라 추가적인 상세 심사를 생략하기로 했다.
옴니콤은 2024년 12월, 인터퍼블릭을 전량 주식 교환 방식(‘all-stock deal’)으로 인수하겠다는 계약을 체결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거래가 최종 마무리되면, 두 회사는 매출 기준 세계 최대 광고 대행사가 된다. 인수 절차는 2025년 하반기에 완료될 예정이며, 현재까지 미국·EU 등 주요 규제당국의 승인 일정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Phase 1에서 멈춘 CMA의 판단 배경
영국 CMA는 시장 경쟁 제한 여부를 검토할 때 1단계(최대 40영업일) 예비 심사와 2단계(최대 24주) 심층 조사를 구분한다.
“두 기업은 모두 대형 글로벌 광고주를 주 고객으로 두고 있으나, 영국 로컬 시장 점유율이 부분적으로 분산돼 있어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는 것이 이번 결정문의 핵심이다.
‘올스톡 딜’(All-stock deal)이란?
‘올스톡 딜’은 인수 대금을 현금이 아닌 순수 주식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인수 기업(옴니콤)은 자사 주식을 신주 발행 또는 자사주 소각 방식으로 교부하고, 피인수 기업(인터퍼블릭) 주주들은 이를 인수 대가로 받는다. 현금 부담을 줄이면서도 통합 후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를 공동으로 공유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광고업계 재편 가속
두 기업은 이미 글로벌 5대 광고 네트워크로 꼽혀 왔다. 그러나 구글·메타·아마존 등 빅테크 플랫폼의 광고 점유율이 급증하는 가운데, 대형 전통 광고 대행사들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데이터 분석·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번 결합이 확정되면 통합 매출은 연간 약 550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돼 WPP·퍼블리시스(공동 2~3위권)를 앞서게 된다.※WPP와 퍼블리시스의 2024년 매출은 각각 500억 달러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적 통찰
현 시점에서 가장 큰 변수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심사다. 미국 광고 지출은 전 세계 지출의 약 40%를 차지하기 때문에 FTC가 결합 시너지에 대해 보다 엄격한 시장 획정(Definition)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양사 모두 디지털 광고 플랫폼을 직접 운영하지 않는 ‘서비스 사업자’이기 때문에 수평적 결합에 따른 경쟁 제한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제학적 측면에서 보자면, 크리에이티브·미디어 바잉·데이터 분석 세 영역에서 각사 강점을 결합해 규모 기반 비용 절감과 정교한 타깃 광고 역량 강화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다만, 대형 광고주 입장에서는 대체 공급자 수가 감소해 수수료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용어·배경 설명
• Phase 2 심사: 영국 CMA가 기업결합을 심층 조사하는 절차로, 심사 기간이 최장 24주에 달해 합병 일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광고 대행사(Agency Holding Company): 수십 개의 크리에이티브·미디어·PR·디지털 전문 회사를 포트폴리오 형태로 보유하는 지주사 모델을 뜻한다.
• 빅테크 플랫폼 광고: 검색·SNS·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제공하는 타깃 광고 상품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15% 이상 성장하며 전통 광고사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향후 일정은 FTC 및 EU 집행위원회(EC)의 결합 심사가 남아 있으나, 핵심 관건인 영국 CMA가 빨간불을 켜지 않음에 따라 “2025년 하반기 완료”라는 일정표는 현실성이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