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로이터통신—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이 양적 긴축(QT) 프로그램이 10년 만기 영국 국채(길트) 수익률을 최대 0.25%포인트 높였다고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평가치(0.20%포인트)보다 소폭 상향된 값이다.
2025년 8월 7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BoE는 2009년부터 2021년 사이 매입해온 8,750억 파운드 규모의 길트 가운데 2022년 이후 3,000억 파운드 이상을 매각하거나 만기 상환 방식으로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BoE는 매년 8월 직전 12개월간의 QT 효과를 평가한 뒤 9월 통화정책위원회(MPC) 회의에서 다음 해 감축 속도를 결정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0월 이후 100억 파운드를 추가로 줄였으며 이는 주로 870억 파운드 규모의 만기 물량이 반영된 결과다. 시장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BoE 설문에서는 향후 12개월간 보유 길트가 750억 파운드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수익률 변동과 최신 추정치
BoE는 올해 보고서에서 QT 누적 효과가 10년물 길트 수익률을 0.15~0.25%포인트 상승시켰다고 제시했다. 이는 1년 전 0.10~0.20%포인트였던 예상치를 상향 조정한 것으로, 지난해 추가로 진행된 QT 규모를 반영한 결과다.
10년물 길트 금리는 QT가 본격화된 2022년 2월 이후 약 3.25%포인트 상승했으며, 지난 12개월 동안에도 0.55%포인트 올랐다. 반면 30년물 길트 금리는 같은 기간 거의 1%포인트나 급등해 시장에서는 BoE가 향후 매각 비중을 장기물에서 단기물로 이동하거나 장기물 매각을 일시 중단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BoE 보고서는 “연금펀드의 장기물 수요 축소로 시장 유동성이 약화된 상태에서 장기물 매각이 시장 기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장기 자산에 대한 수요가 낮은 환경에서는 QT가 시장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적 긴축(QT)과 길트란 무엇인가?
양적 긴축은 중앙은행이 보유 자산을 축소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통화정책이다. 반대로 코로나19 등 위기 상황에서 시행된 양적 완화(QE)는 채권을 대규모로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이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국가채권은 통상 ‘길트(gilt)’로 불리는데, 이는 17세기 영국 국채 증서에 금박(gilt)이 둘러져 있던 데서 유래했다.
QT가 진행되면 시중 자금이 중앙은행으로 흡수돼 채권 가격이 하락(금리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장기물은 거래 호가가 얇아 유동성 충격에 더 민감하다. 이 때문에 일부 경제학자들은 BoE가 향후 장기물 매각 속도를 완화하거나, 장단기 물량 조합을 조정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시장 및 정책 시사점
전문가들은 BoE의 QT 속도 조절 여부가 영국 국채 시장뿐 아니라 파운드화,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 광범위한 자산 가격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연금펀드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길트 수요와 유동성을 동시에 제한할 수 있어 향후 장기물 금리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BoE는 9월 MPC 회의에서 다음 1년간 매각 한도를 재설정할 예정이다. 이번 상승 폭 상향 조정이 실제 QT 속도 조절로 이어질지 여부가 투자자들의 초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