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영란은행(BoE)이 시행 중인 양적긴축(QT, Quantitative Tightening)에 대한 시장 기대가 또 한 차례 낮아졌다. 투자자들은 오는 10월부터 12개월 동안 중앙은행이 보유자산을 축소할 규모를 중간값 720억 파운드로 예상했으며, 이는 5월 조사에서 제시됐던 750억 파운드보다 30억 파운드 줄어든 수치다.
2025년 8월 8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과는
영란은행이 분기마다 실시하는 ‘시장 참가자 설문조사(Market Participants Survey)’
에 근거한다. 해당 조사에는 세계 주요 금융기관의 채권·외환·파생상품 트레이더와 자산운용사, 연기금, 헤지펀드 등이 참여해 BoE의 통화정책 경로를 전망했다.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의 상위 25%가 예상한 QT 규모는 5월 1,000억 파운드에서 750억 파운드로 크게 줄었다. 반면 현행 연간 1,000억 파운드 감축 속도를 내년까지 유지할 것이라 답한 참가자는 ‘극소수(minority)’로 분류돼, QT 속도 둔화에 대한 시장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 용어 해설: 양적긴축(QT)이란?
양적긴축은 중앙은행이 코로나19 이후 확대했던 자산 매입 프로그램(양적완화·QE)을 단계적으로 되돌리는 과정이다. 구체적으로는 만기가 도래한 국채 및 회사채를 재투자하지 않거나, 시장에 직접 매각함으로써 중앙은행 대차대조표에 적힌 채권 보유액을 줄여 유동성을 회수한다. 이는 통상적으로 시중금리를 상승시키고, 금융여건을 긴축하는 효과가 있다. QT 규모가 커질수록 채권 금리 상승 압력과 파운드화 강세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산운용 업계는 BoE의 감축 속도를 면밀히 주시한다.
설문 참여자들은 정책금리(은행금리·Bank Rate) 인하 경로에 대해서는 지난 5월과 거의 같은 전망을 유지했다. 즉, BoE가 오는 4월 30일 통화정책위원회(MPC) 회의까지 기준금리를 4.0%에서 3.25%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는 8월 8일 단행된 0.25%포인트 인하 다음에도 완만한 속도로 추가 금리 인하가 진행될 것이란 해석이다.
£1은 기사 작성 시점 1달러=0.7440파운드 환율이 적용됐다. 달러 대비 환율 변동은 국내·외 투자자에게 채권 수익률, 환헤지 비용, 글로벌 자금 흐름에 영향을 미치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전문가 관점 및 시사점
시장 참가자들의 QT 예상치가 잇달아 하향 조정된 배경에는 △영국 경제 성장세 둔화, △노동시장의 완만한 냉각, △주택시장 위축 등 거시지표 약화가 자리한다. 통화정책이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경기 경착륙을 방지하기 위해 신중성을 강화한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만약 BoE가 설문 결과대로 감축 속도를 줄인다면, 중·장기 국채 수급 압박이 완화돼 길었던 채권 약세 흐름이 진정될 여지가 생긴다. 반대로 QT를 재가속하면 파운드 강세와 국채 금리 상승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국내 투자자라면 영국 국채(길트)·글로벌 크레딧·ETF 포트폴리오의 듀레이션 및 환헤지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