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네일아트 허용 확산… 인력 쟁탈전 속 일본 기업, 복장·외모 규정 완화 가속

도쿄—22세 히나코 모리(Hinako Mori)는 지난해 도쿄로 이주한 뒤 파트타임 일자리를 고를 때 대형 할인점 체인 ‘돈키호테’를 택했다. 가장 큰 이유는 머리카락 색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다.

2025년 11월 1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모리는 인터뷰 당시 애쉬 블론드연청·진청의 하이라이트를 더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으며, 여섯 주마다 다른 색으로 염색하는 것을 즐긴다고 말했다다.

모리는 과거 일본의 대형 편의점 체인에서 근무할 때는 검정 또는 짙은 갈색 머리만 허용돼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고 회상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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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용기를 내 금발로 염색했는데, 다음 날 가발을 쓰거나 스프레이 염색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매우 스트레스가 컸다.”

소매업계, 외모 규정 완화

일본의 극심한 인력난에 직면한 기업들이 올해 들어 돈키호테(파나 퍼시픽 인터내셔널 그룹 산하)의 선례를 잇고 있다다. 돈키호테는 3년 전부터 머리색과 매니큐어(네일폴리시) 규정을 완화했고, 현재 직원 약 4분의 1이 밝은 색으로 염색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다. 갈색까지 포함하면 직원의 55%검정이 아닌 머리색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다.

드러그스토어 체인 ‘후지 야쿠힌(Fuji Yakuhin)’은 약사가 아닌 직원에 대해 복장·외모 관련 다수의 규정을 없앴다다. 현재는 모든 머리색, 네일아트, 짙은 화장, 각종 반지 착용이 가능하며, 과거에는 결혼반지만 허용되던 방침을 고쳤다다. ‘도큐 스토어(Tokyu Store)’ 슈퍼마켓 운영사도 머리색과 스타일, 액세서리, 네일폴리시, 피어싱에 대한 제한을 완화했다다.

일본 기업들은 지난 20여 년 동안 복장 규정을 점진적으로 완화해 왔다다. 전환점은 2005년 환경성의 ‘쿨 비즈(Cool Biz)’ 캠페인이었다다. 이 캠페인은 여름철 냉방 비용 절감을 위해 재킷·넥타이를 벗는 경량 복장을 권장했다다.

이후 여름철 복장이 한층 캐주얼해졌고, 많은 백화점 직원에게 유니폼 의무가 해제됐으며, 택시 기사들의 흰 장갑 착용선택 사항이 됐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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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 비즈란? ‘쿨 비즈’는 일본 정부가 여름철 실내온도를 높이고 냉방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경량 복장 권장 정책을 말한다다. 재킷·넥타이 미착용, 반소매 셔츠, 통풍이 좋은 소재 착용 등을 권하며, 이후 일본 기업 문화 전반에서 복장 자율화에 불을 지핀 계기로 평가된다다.

다만 최근의 머리색·네일·액세서리 완화 조치는 대체로 대기업보다 인력난이 심각한 중소기업에서 두드러진다다. 이들 기업은 임금 경쟁력에서 불리한 만큼, 근무 환경의 유연성을 통해 인재 유치에 나서는 흐름이 관찰된다다.

그럼에도 일부 상장 대기업도 올해 복장 규정을 손봤다다. 일본항공(Japan Airlines)지난주 도쿄메트로, 스카이마크 항공(Skymark Airlines)에 이어 직원의 스니커즈 착용을 허용했다다.


노동력 부족의 압박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이민이 제한적인 일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1995년 정점 대비 생산가능인구가 16% 감소했다다. 이로 인해 인력 확보 경쟁이 격화했다다.

로이터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3분의 2인력 부족이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다. 도쿄쇼코리서치에 의하면, 올 4~9월 기간 인력난이 일본 기업 도산의 최다 원인으로 나타났고, 상반기(회계연도 기준 전반기) 기간 도산 건수는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다.

이 같은 환경은 최소한 알바·파트타임 시장에서 젊은 구직자들의 협상력을 높였다다.

마이나비(Mynavi)4월 실시한 설문에서 학생의 3분의 2파트타임 근무 시 외모를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답했다다. 또 3분의 1복장·외모 규정 때문에 지원서를 철회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다.

마이나비 연구원 미야모토 쇼타(Shota Miyamoto)는 “학생들은 단지 경력을 쌓거나 돈을 벌기만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일에서 자유로움과 편안함 같은 무언가 더를 찾는 듯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규직에서는 같은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완화의 한계와 문화적 맥락

일본이 점차 자율화되는 흐름 속에서도, 서구권에서 보편화된 외모 요소 일부—예컨대 여러 개의 피어싱이나 얼굴 피어싱—는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 허용 범위 밖으로 남아 있다다. 문신의 경우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야쿠자와 연관돼 왔기에, 고객에게 위압감을 주지 않도록 노출을 자제하라는 요구가 일반적이다다.

‘문신=야쿠자’의 역사적 잔상 일본에서는 오랜 기간 문신이 범죄조직과 연상되는 문화적 배경이 있었다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식이 점차 변화하는 조짐이 있으나, 다수의 고객 접점 업종에서는 보수적 관행이 여전히 작동한다는 점이 이번 취재 내용에도 반영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다.

아울러 이 같은 변화는 전통적인 대기업 곳곳까지는 아직 깊게 스며들지 않았다다. 예컨대 스미토모 미쓰이 은행(Sumitomo Mitsui Banking Corp)은 머리색이나 네일폴리시에 관한 명시적 정책은 없다고 밝혔지만, 직원 사이에서는 개인의 외모가 ‘물의를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암묵적 규범이 널리 공유돼 있다고 전했다다.


분석: 인력난 시대의 ‘브랜드 경험’ 경쟁

핵심 포인트: 일본 기업의 복장·외모 규정 완화는 단순한 분위기 전환이 아니라, 채용시장 경쟁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다. 임금 인상 여력이 제한된 기업일수록 근무 편의·자율성을 제공해 지원자 모수를 늘리고 이직·결근을 줄이는 방향을 모색한다다. 실제로 본문에서 확인되듯, 돈키호테·후지 야쿠힌·도큐 스토어 등은 머리색·네일·액세서리에서 시작해 스니커즈 허용 등 착화 규정까지, 현장 체감도가 큰 조치를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다.

젊은 구직자 선호: 마이나비 설문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외모 자율성알바 선택의 실질적 기준이 되고 있다다. 이는 고객과 맞닿은 업종에서 브랜드 이미지직원 개성의 균형을 새롭게 설계하도록 요구하며, 결과적으로 매장 경험의 다양화로 이어질 수 있다다.

보수적 한계: 다만 피어싱·문신에 대한 높은 장벽, 대형 전통기업의 암묵적 규범은 바뀌는 속도를 제약한다다. 일본 특유의 고객 응대 문화(오모테나시)공동체 조화를 중시하는 조직 문화가 작동하는 한, 완화의 범위는 단계적·부분적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다.

전망: 생산가능인구 16% 감소도산 증가라는 구조적 신호는, 채용·근무환경의 가시적 유연화가 당분간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다다. 특히 현장 고객접점이 많은 소매·서비스 업종에서 외모 자율성채용 브랜딩의 핵심 변수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다.


핵심 데이터 요약
– 돈키호테: 규정 완화 3년 경과, 밝은 색 머리 직원 약 25%, 비(非)검정 머리 55%다.
– 후지 야쿠힌: 모든 머리색·네일아트·짙은 화장·각종 반지 허용으로 전환했다다.
– 도큐 스토어 운영사: 머리·액세서리·네일·피어싱 제한 완화다.
– 일본항공·도쿄메트로·스카이마크: 스니커즈 근무 허용다.
– OECD: 1995년 이후 일본 생산가능인구 16% 감소다.
– 로이터 설문: 일본 기업 3분의 2, 인력난이 중대한 영향이라고 응답했다다.
– 도쿄쇼코리서치: 4~9월 인력난이 도산 최다 원인, 상반기 도산 12년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