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OI/MANILA ― 열대폭풍 ‘위파(Wipha)’가 23일(현지시간) 베트남 북부 해안에 상륙한 뒤 세력이 약화됐으나, 산사태·도심 침수 우려가 여전하며 동시에 필리핀에서는 지속적인 몬순성 호우가 각종 피해를 확대하고 있다.
2025년 7월 2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위파는 이날 오후 베트남 닌빈(Ninh Binh)과 탄호아(Thanh Hoa) 성 일대를 강타했다. 상륙 직전 시속 100㎞에 달하던 최대 풍속은 최고 시속 74㎞(약 46mph)로 다소 약화됐지만, 베트남 기상청(NCHMF)은 향후 폭우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베트남은 동해(남중국해)를 마주한 3,260㎞의 긴 해안을 보유해 열대 저기압·태풍에 취약하다. ¹ 금번 위파는 올해 들어 첫 번째로 베트남 본토에 직접 영향을 준 대형 폭풍으로 기록됐다.
기상 관측 및 대응 상황
기상청은 24일 오전까지 최대 50㎝(20인치)의 비가 더 내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산악 지역에서는 산사태, 도시 지역에서는 침수가 우려되며, 베트남 국방부는 장병 약 35만 명을 대기시켰다.
팜 민 찐(Pham Minh Chinh) 총리는 폭풍 접근 직전 연안 14개 성·시를 비상 대비 체제로 전환했다. 지난해 베트남에 300명의 사망자와 미화 33억 달러(약 4조3,000억 원)의 피해를 남긴 태풍 ‘야기(Yagi)’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야기의 피해를 과소평가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 ― 하롱시(Quang Ninh) 창고 관리자 응오 반 투엉(40)
응오 씨는 “문지방과 지붕이 특히 취약하다”며, 전날부터 지붕 위에 모래주머니를 올려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꽝닌(Quang Ninh) 성 인근 해상에서 어선 한 척이 전복됐으나, 승선원 9명 전원이 구조됐다고 응오이라오동(Nguoi Lao Dong)지가 전했다.
교통·물류 차질
국영 항공사와 저비용 항공사를 포함한 다수 항공사가 수십 개 항공편을 결항·지연시켰다. 일부 공항·항만·철도 노선도 일시적으로 운영이 중단됐으나, 꽝닌·하이퐁 공항은 22일 오후부터 정상 운영을 재개했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는 도로가 한산했으며, 다수 기업·공공기관이 휴무에 들어갔다. 주베트남 미국대사관도 이날 임시 폐쇄했다.
하이퐁의 깟바섬(Cat Ba) 주민은 “야기를 교훈 삼아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필리핀: 몬순 폭우·대규모 침수
한편, 위파는 필리핀 서쪽 해상에서 남서풍(Habagat)을 강화해 이미 무릎∼허리 높이의 침수를 야기했다. 이로 인해 2일 연속 전역 휴교령이 내려졌고, 항공편과 관공서 업무도 잇달아 중단됐다.
수천 가구가 임시 대피소에 머무르며, 북부 루손(Luzon) 지역을 강타한 폭우는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 중 녹화 메시지를 통해 “구호 물품과 의료팀, 필수 인프라(전력·수도·교통) 지원을 총동원했다”고 밝혔다.
홍콩·중국 남부 피해 기록
지난 20일, 위파가 태풍급 세력(최대 순간풍속 167㎞/h)을 유지한 채 홍콩과 중국 남부를 통과하며 3시간 동안 110㎜ 이상의 폭우를 퍼부었다. 홍콩 당국은 최고 경보 단계(T10)에 준하는 경보를 발령했다.
배경 용어 해설
¹ 태풍(Typhoon)은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최대풍속 34노트(약 63㎞/h) 이상의 열대저기압을 뜻하며, 몬순(Monsoon)은 계절풍이 만들어 내는 지속적인 강우 패턴을 말한다. 두 현상은 동남아시아 기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 분석 및 전망
기상 전문가들은 라니냐·엘니뇨 등 해수면 온도 변동과 기후 변화가 태풍의 빈도·강도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올해 첫 대형 폭풍인 위파가 잦은 ‘급격한 세력 약화 및 집중호우’ 패턴을 보인 것은 이러한 기후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베트남과 필리핀 모두 대규모 제조업 및 농업 허브를 보유한 만큼, 공장 가동 중단과 물류 지연이 지역·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여파가 주목된다. 향후 예정된 8∼9월 태풍 성수기에 추가 폭풍이 연이어 발생할 경우, 동남아 전역의 경제·사회적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농산물·에너지·보험 섹터의 단기 변동성을 경고하며, 투자자들에게 기상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