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를 지속하려다 본질을 희석했다”… 블랙 프라이데이가 소매업의 실망으로 변한 이유

블랙 프라이데이는 오랫동안 새벽 인파, 바닥권 가격, 그리고 시즌 최고 할인에 접근하기 위해 물러서지 않는 소비자들의 열기로 상징돼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소매업 최대의 쇼핑 이벤트전혀 다른 풍경을 보이고 있다. 매장 오픈 시각은 늦어졌고, 오프라인 발걸음 트래픽(foot traffic)은 정체된 반면, 온라인 쇼핑은 증가세를 보인다. 9월부터 이미 블랙 프라이데이 프로모션이 시작되는 환경 속에서,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얻는 딜이 과연 최상인지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2025년 11월 28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대형 할인 이벤트의 무결성은 크게 훼손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는 블랙 프라이데이 가격이 “다시는 볼 수 없는 최저가”의 대명사였지만, 이제는 연휴에 가까워질수록 프로모션 가격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경향이 관찰된다는 것이다. 이는 이벤트의 압축감이 사라지고 기간형 할인으로 변모하면서, 소비자 체감 ‘특별함’이 옅어졌음을 의미한다.

이벤트의 무결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예전에는 블랙 프라이데이 가격이 그야말로 최고였고, 다시는 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소비자 관점에서 연휴에 가까워질수록 프로모션 가격이 더 좋아지는 경우가 잦다.”

이는 시어스 캐나다(Sears Canada) 전 최고경영자이자, 콜롬비아 경영대학원에서 10년간 유통학을 이끈 마크 코언(Mark Cohen)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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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블랙 프라이데이는 많은 소매업체에 중요한 날이자, 연중 가장 인기 있는 쇼핑일로 꼽힌다. 금요일 하루 동안 수백만 명의 소비자가 쇼핑몰, 빅박스 스토어, 전문 소매점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집에서 스마트폰·컴퓨터로 온라인 쇼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즉, ‘대면 중심 이벤트’에서 ‘옴니채널 분산형 이벤트’로 축이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월마트, 타깃, 메이시스처럼 오랫동안 블랙 프라이데이에 ‘올인’해온 소매업체들의 전략 전환을 촉발했다. 콜스(Kohl’s)는 시즌 초반부터 연말 세일을 가동했고, 월마트는 11월 중순, 연휴 주말, 사이버 먼데이의 단일 이벤트 등으로 프로모션을 분할했다. 다수의 업체가 추수감사절(Thanksgiving) 당일에는 매장을 닫되, 온라인에서는 딜을 유지하는 방식을 택했다.

“예전에는 매장 앞에 줄을 서서 각 소매업체가 ‘딱 하루’ 광고한 스페셜 딜을 기다렸지만, 이젠 수주에 걸친 행사로 변했고 상당수 소비자는 집에서 온라인 세일에 참여한다.”

조지아주립대 로빈슨 경영대학원의 데니시 샤(Denish Shah) 마케팅 학과장은 이렇게 말했다.

국가소매연맹(NRF)과 위치 데이터 분석사 Placer.ai에 따르면, 지난 6년 동안 블랙 프라이데이에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많은 소비자가 쇼핑했다. 팬데믹 직후 반짝 증가했던 오프라인 방문은 이후 정체 구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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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r.ai의 집계로 보면, 2021년 이후 블랙 프라이데이의 오프라인 방문은 연중 일평균 대비 50% 이상 높은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다만 추수감사절 다음 날의 절대적 발걸음뚜렷하게 늘지 않고 있으며, 증가세 둔화가 이어진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인스티튜트 자료에 따르면, 2023~2025년 사이 밀레니얼X세대 가운데 블랙 프라이데이에 대부분의 구매를 하겠다는 응답 비중은 감소했다. 같은 기간 Z세대베이비붐 세대에서는 해당 비중이 대체로 보합이었다.

한편 NRF는 ‘터키 5’(Turkey 5)—추수감사절부터 사이버 먼데이까지 이어지는 5일 쇼핑 기간—의 지출이 2년 연속 감소했다고 밝혔다. 2019~2024년 사이 해당 기간의 지출은 약 1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딜로이트의 최근 설문에 따르면, 소비자는 올해 터키 5 기간 동안 평균 지출을 4%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즉, 강력한 할인이 제시돼도 지갑 개방 폭은 제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소매업체들은 여전히 도어버스터나 특정 추가 프로모션 같은 하이라이트를 내놓겠지만, 전반적인 강도는 이전보다 한층 약화될 것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소비자 부문 매니징 디렉터 겸 파트너 티퍼니 예(Tiffany Yeh)는 이렇게 평가했다.


블랙 프라이데이가 날카로움을 잃은 과정

현대적 의미의 블랙 프라이데이가 자리 잡은 1980년대에는, 하루 이벤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연중 기획이 필요했다고 코언은 회상한다. 핵심은 공급업체로부터 ‘원가 수준 대폭 인하’를 끌어내 소비자에게 압도적 매력의 가격을 제시하고, 그 여파를 연말 쇼핑 시즌 내내 판매 모멘텀으로 연결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는 엄청난 준비를 전제했다.

당시 소매업체는 ‘완벽한 제품’을 고르고 ‘완벽한 가격’을 정한 뒤, 경쟁사에 프로모션 기획이 새지 않도록 관리해야 했다. 또한 품절을 목표로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되, 너무 일찍 움직여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조율해야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매업체들은 한 날의 폭발적 매출 순풍을 더 오래 지속하기 위해 이벤트 기간을 앞·뒤로 늘리기 시작했다. 금요일 새벽보다 더 이른 시간에 문을 열고, 이후에는 추수감사절 당일 오픈으로 확대됐으며, 나중에는 아예 전날부터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소수 제품’이 아니라 전 부문 할인을 기대하게 되면서, 매장 전체로 딜이 확산됐다.

“말하자면, 열기를 지속하려다 보니 본질을 희석하기 시작한 것이다.”

코언의 지적이다.

예는 “할인이 매장 전반으로 확장되면서, 재고·인력 운영이라는 실제 과제가 더 어려워졌고 결국 소매업체들은 프로모션을 더 이르게 분산했다”고 설명한다. 이는 이벤트를 한날 집중하기보다 시즌형 운영으로 바꾸는 것이 결과적으로 현장 운영 부담을 낮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짧은 기간을 위해 인력을 대규모로 늘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쉽지 않다. 하루만 필요하다면 사람들이 그 하루를 위해 굳이 지원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더 긴 시즌이라면 필요한 팀을 확보하고 교육할 기회가 생긴다.”

예의 설명이다.

같은 시기, 소비자 습관도 변화했다. 이동 시간대기 비용을 감수하는 대신, 온라인 중심 의사결정으로 전환한 것이다.


블랙 프라이데이 딜, 여전히 ‘가성비’가 있을까

온라인 쇼핑은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확대돼 왔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채택 속도가 급가속했다. 그 결과 소매업체는 블랙 프라이데이 당일 대면 연출에 모든 것을 걸 필요가 줄었다. 실제로 온라인 매출의 성장오프라인 매출상대적으로 앞지르는 양상이 뚜렷하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시즌 전반으로 늘리면 소비자도 자기 지출을 분산하기 쉬워진다. 샤는 “11월과 12월은 많은 소비자에게 급여 주기가 다른 두 달”이라며, “한 번에 몰아쓰는 대신 두 번에 나눠 지출할 수 있으면 체감 부담이 다르다”고 말했다.

물론 딜의 질 자체에 대한 논쟁도 커지고 있다. 경기 둔화 국면에서 소매업체들이 판매를 위해 프로모션 의존도를 높이는 동시에, 관세 전가를 위해 티켓 가격을 올리는 흐름이 겹치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진짜 할인폭’은 불투명해졌다.

앨릭스파트너스 글로벌 패션 부문을 이끄는 소니아 라핀스키(Sonia Lapinsky)에 따르면, 연말 전후로 반복되는 광범위한 할인은 소비자에게 프로모션 피로감을 안겼다. 일부 홀리데이 프로모션은 ‘가격 인상분을 다시 줄여 인상 전 수준으로 맞추는’ 방식을 취할 수 있어, 표면적인 할인율 뒤에 실질 인상이 숨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소비자는 교차 비교하며 할인을 찾을 수 있는 힘을 얻었지만, 이제는 신뢰의 부재가 커졌다. 비교에 지치기도 했고, 실제로 가치를 얻고 있는지에 대한 믿음이 약해졌다.”

라핀스키의 진단이다.

실제로 갭(Gap), 리바이스트라우스(Levi Strauss), 언더아머(Under Armour) 등은 추수감사절부터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을 시작했다. 해당 프로모션 수준은 시즌 초반의 할인과 비교 가능한 강도를 보였다.

긴급성을 만들어내겠다는 발상은 이제 다소 우스꽝스럽고, 사실상 사라졌다. 헤드라인으로 ‘딜’을 내세우지만, 많은 경우 그 딜은 일종의 속임수에 가깝다.”

코언은 이렇게 쓴소리를 남겼다.


용어 풀이 및 맥락

도어버스터(doorbuster): 새벽 개점 직후 한정 수량으로 제시하는 초특가 유인 상품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매장 트래픽을 급격히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터키 5(Turkey 5): 추수감사절(목)부터 사이버 먼데이(월)까지 5일간의 쇼핑 기간을 의미한다. 미국 연말 소비의 핵심 관문으로, 해당 기간의 지출 추이는 연말 시즌 성과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발걸음 트래픽(foot traffic): 오프라인 매장에 실제로 방문한 고객 수를 말한다. Placer.ai는 익명화된 모바일 기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지표를 추정한다.

국가소매연맹(NRF): 미국 소매업계를 대표하는 산업 단체로, 소비자 지출, 쇼핑 계획 등 연말 쇼핑과 관련한 다양한 통계와 전망치를 제공한다.


분석 및 시사점

첫째, 이벤트의 시간적 분산은 소매업체 운영의 리스크 완화와 맞닿아 있다. 하루에 몰아치던 수요를 수주로 분산하면 재고 배분인력 스케줄링에서 생기는 병목을 줄이고, 예측 오차에 따른 매출 미스·재고 과잉의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

둘째, 온라인 비중 확대는 가격 비교의 투명성을 높여 긴급성 기반 판매의 효용을 떨어뜨린다. 무차별적 상시 할인은 당장의 트래픽을 부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브랜드 신뢰를 갉아먹고 정가의 의미를 없앤다. 소매업체는 가격 건축(price architecture)을 재정비해, 할인 빈도·폭·기간의 규율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셋째, 소비자 신뢰 회복이 관건이다. 표면 할인율 뒤에 숨은 가격 인상 롤백은 단기 매출에는 도움이 되나, 반복되면 ‘딜 회의론’을 심화시킨다. 제품력·서비스·멤버십 혜택 등 비가격 가치를 분명히 하고, 투명한 가격 커뮤니케이션으로 가성비의 실체를 정직하게 증명해야 한다.

넷째, 옴니채널 최적화가 성패를 가른다. 오프라인의 경험 가치와 온라인의 편의성을 연결하는 BNPL, 픽업·반품 연계, 실시간 재고 노출 등의 인프라가 이벤트의 ‘압도감’이 줄어든 시대에 충성도를 지키는 핵심 도구가 된다.

마지막으로, 블랙 프라이데이의 재정의가 요구된다. ‘하루의 축제’에서 ‘시즌의 설계’로의 전환을 전제로, 카테고리별로 수요 탄력성마진 구조를 다르게 적용해 타깃형 프로모션을 설계해야 한다. 단기 볼륨보다 장기 고객 생애가치(LTV)를 높이는 방향으로 딜의 의미를 재구성할 때, 블랙 프라이데이는 다시 ‘브랜드와 고객 모두에게 남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