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QT 2.0’의 문턱: 국채의 레버리지 규제 제외와 ‘최적 준비금’ 재정의가 부를 3년의 파장
이중석 | 경제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오피니언·칼럼 | 장기 전망(최소 1년+)
요약
- 연준은 10월 28~29일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면서 대차대조표 축소(QT)를 중단했으나, 스티븐 미랜 이사는 “규제의 발자국”이 가벼워질 경우 추가 축소 재개(QT 2.0)가 가능하다고 시사했다.
- 미랜은 은행의 강화 보완 레버리지 비율(eSLR)에서 미국 국채를 전면 제외해야 한다고 별도 연설에서 촉구했다. 팬데믹기에 있었던 예외 조치의 전례를 상기시키며, 국채시장 유동성 절연 효과를 강조했다.
- 현재 연준 대차대조표는 약 6.6조 달러(2022년 여름 정점 9조 달러 대비 축소). ‘최적 준비금’ 수준을 낮게 재설정할 수 있다면, 준비금 이자비용(IOER) 축소와 함께 시장 유동성·금리·자산 가격 경로에 구조적 변화를 야기한다.
- 본 칼럼은 규제 완화→QT 2.0의 정책 연결고리가 채권·주식·부동산·은행에 미칠 중장기 파장을 3개 시나리오로 제시하고, 포트폴리오 전략 체크리스트를 제공한다.
1) 무엇이 바뀌고 있나: ‘정지’가 ‘종료’는 아니다
연준은 10월 FOMC에서 기준금리 25bp 인하와 함께 보유자산 축소(QT) 중단을 병행했다. 단기자금시장 스트레스와 준비금 경로의 불확실성 속에서 정책금리 통제력을 우선해 ‘기술적 휴지기’를 택한 결정이다. 이로써 2022년 이후 지속하던 자산축소로부터 한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스티븐 미랜 연준 이사는 두 차례 발언에서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첫째, 규제의 발자국(regulatory footprint)이 가벼워지면 은행 시스템이 필요로 하는 준비금의 GDP 대비/은행시스템 대비 최적 수준이 낮아질 수 있으며, 그 경우 대차대조표 축소 재개가 적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eSLR에서 미 국채를 전면 제외하면 은행이 스트레스 국면에서도 국채 재고 보유·호가 제시를 유지하기 쉬워져, 국채시장을 충격으로부터 절연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팬데믹기 일시적 예외와 맥락상 일치한다.
핵심은 규제-유동성-대차대조표의 상호의존성이다. 규제가 강할수록 은행은 안전판으로 더 많은 준비금을 보유하려 하고, 그만큼 연준 대차대조표의 ‘필요 크기’가 커진다. 반대로 규제가 가벼워지면, 시스템은 적은 준비금으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 더 작은 연준의 발자국이 가능해진다.
관련 기사 근거
- 미랜: “규제를 더 되돌릴수록 최적 준비금은 현재보다 낮아질 수 있다… 오늘 런오프를 멈춘다고 영원히 멈추는 게 아니다” — BPI·SBEC 연설문 요지.
- 연준: 10월 FOMC에서 0.25%p 인하와 QT 중단 동시 발표. 대차대조표 약 6.6조 달러(정점 9조→6.6조).
- 미랜: eSLR에서 미 국채 전면 제외 촉구, 팬데믹기 전례 상기 — 은행의 국채 중개·재고 기능 보호 논지.
2) 왜 지금 이 논의가 중요한가: 재정·금리·밸류에이션의 삼각 축
미국의 재정적자·국채 발행 증가, 은행의 레버리지 규제, 연준의 준비금·대차대조표 관리는 서로 얽혀 있다. 최근 수개월간 시장은 금리 하방을 기대했으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37%(컨포밍 30년 고정, 포인트 0.62, 다운페이 20%)까지 3주 연속 상승하며 4주래 최고를 기록했다. 모기지 신청은 주간 기준 -5.2% 감소했고, 재융자는 -7% 감소했다(전년 대비 +125%는 기저효과). 금리가 위로 경직되면 주택·내구재 수요가 위축되고, 주식 밸류에이션도 할인율 상승 압력을 받는다.
동시에, 기술주 중심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재점검되는 가운데 S&P 500은 4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등(최근 보도) 위험선호는 흔들렸다. 이런 구간에서 국채의 레버리지 규제를 손보아 은행이 국채 보유·중개를 더 유연하게 수행할 수 있게 만들면, 국채 수급의 완충 장치가 생기고 기간 프리미엄의 불안정성을 낮출 수 있다. 더 나아가 최적 준비금이 낮아져 QT 2.0이 재개된다면, 준비금 이자비용 축소와 함께 재정·금리·밸류에이션 축에 새로운 균형점이 형성될 여지가 있다.
3) 메커니즘 해부: ‘규제 완화 → 준비금 수요 하향 → QT 2.0’의 사슬
- 레버리지 규제 정비(eSLR·SLR)
은행 레버리지 비율 산식에서 미국 국채·중앙은행 준비금을 어떻게 취급하느냐는 국채시장 유동성과 은행 대차대조표의 중개 여력을 좌우한다. 국채 제외는 자본 대비 익스포저를 낮춰 위기 시에도 국채 재고를 흡수·공급할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 최적 준비금(optimal reserves) 재정의
규제 발자국 축소는 은행이 요구하는 시스템 준비금의 GDP/은행자산 대비 목표를 낮출 수 있다. 이는 연준이 보다 작은 대차대조표로도 정책금리 통제를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 QT 2.0 재개 여지
준비금의 ‘안전 마진’ 판단이 완화되면, 연준은 만기 도래분 비재투자(run-off)를 재개해 자산잔액을 추가 축소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장단기 금리·기간 프리미엄·달러 유동성에 영향을 미친다. - 재정·발행 수급과의 결합
재정확대 국면의 높은 공급을 은행·딜러가 보다 유연하게 흡수하면, 오버슈트형 금리 변동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궁극적으로 자본시장 디스카운트를 일부 축소한다.
4) 3개 시나리오(12~36개월)와 자산별 파장
정책 경로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향후 1~3년의 자산가격 경로를 세 가지 시나리오로 가정한다.
시나리오 A: 규제 정비·eSLR 국채 전면 제외 → QT 2.0 점진 재개(확률 40%)
- 채권: 은행의 국채 중개·재고 보유 확대. 변동성(VIX/TYVIX 등) 완화, 기간 프리미엄 일부 축소. 10년 금리는 실질성장·재정에 좌우되나, 피크아웃·레인지화 경향.
- 주식: 할인율 경로의 안정이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유지에 기여. 성장주·품질주 선호 지속, 다만 Earnings가 관철된 종목 중심 선별 장세.
- 은행/브로커: 국채 중개·프라이머리딜러 기능 강화, 트레이딩·수수료 수익 개선 여지. 레버리지 비율·자본규제 재설계 리스크는 상존.
- 신용·크레딧: 스프레드는 국채 변동성 둔화와 함께 안정. 프라이빗 크레딧의 유동성 이벤트 리스크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
- 부동산/주택: 모기지 금리의 상단 경직성 완화. 매수 심리 점진 회복, 거래량 바닥 다지기.
시나리오 B: 국채의 부분적·조건부 제외, 규제 정비 지연 → QT 2.0 지연(확률 45%)
- 채권: 국채 수급의 체계적 완충은 제한적. 10년 금리의 상·하단 넓은 레인지, 데이터 민감한 점프·갭 지속.
- 주식: 실적-밸류에이션-금리 3요인 민감. 변동성 랠리 반복, 성장/방어의 롤링 로테이션.
- 은행: 규제 불확실성으로 자산구성 보수화, 국채 보유·중개 확대는 제한. 자본비용 높게 고착.
- 부동산: 모기지 금리 보합~상단 재시험. 구조적 재고 부족이 가격 하방을 버티되, 거래 회복은 느림.
시나리오 C: 규제 강화 재부각(국채 제외 무산), 준비금 목표 상향 → QT 영구 중단(확률 15%)
- 채권: 연준 대차대조표 고착, 준비금 풍부·IOER 비용 지속. 10년 금리의 장기 하방 경직성 완화 어려움, 발행-수요 미스매치에 취약.
- 주식: 할인율 상방 불확실, 멀티플 압박. 현금흐름·배당 중심 가치축 선호 강화.
- 부동산: 모기지 금리 고착·변동성 확대. 거래가 아닌 리파이·재고관리 중심 국면 장기화.
확률은 필자 견해 추정치로, 정책·데이터에 따라 변동 가능
5) 데이터 포인트: 현황과 레짐 전환의 신호들
- 대차대조표 규모: 약 6.6조 달러 — 2022년 여름 정점 9조에서 축소(관련 보도).
- 정책 스탠스: 10월 FOMC 25bp 인하 + QT 중단. 연준 “시장 유동성 관리를 위한 기술적 국채 매입 가능성” 언급(관련 보도).
- 레버리지 규제: 6월 eSLR 개편안에서 체계적 중요도 연동 설계 제안. 미랜 “국채 전면 제외” 공개 촉구(관련 보도).
- 금리·주택: 30년 고정 6.37%, 전체 모기지 신청 -5.2%, 재융자 -7%(WoW). 매수관망 심리(관련 보도).
- 주식 변동성: S&P 500 4거래일 연속 하락, 성장주 밸류에이션 재평가(관련 보도).
6) 섹터별 장기 함의(1~3년)
(1) 은행·브로커
eSLR에서 국채를 제외하면 은행은 자본 규제상 여유를 확보해 국채 보유·중개를 확대할 수 있다. 이는 마켓메이킹·프라이머리딜러 기능 회복으로 이어져 트레이딩·수수료 수익개선에 기여한다. 다만 최종 규정 문구·타임라인에 따라 효과는 달라진다.
(2) 금리민감 자산(유틸리티·REITs·통신)
기간 프리미엄 완화·금리 변동성 둔화가 확인되면, 배당 디스카운트가 줄어들고 자본비용이 정상화된다. 반대로 시나리오 B·C에서는 상대 매력이 제한된다.
(3) 성장주(특히 고밸류 AI·플랫폼)
할인율 경로 안정→멀티플 방어에 유리. 그러나 실적 질·현금창출이 우위를 결정한다. 최근 보도처럼 AI 관련주 풀백은 펀더멘털 확인을 요구한다.
(4) 주택·건자재·리테일
모기지 금리 상단 완화 시 거래량 회복이 먼저, 가격은 후행한다. 단기적으로는 고정비 구조·재고 회전 관리가 핵심.
7) 리스크 체크: 무엇이 이 그림을 바꿀 수 있나
- 규정 문안·일정의 변동: eSLR 최종안에서 ‘국채 전면 제외’가 축소·지연될 수 있다.
- 재정경로: 적자·발행이 시장 흡수 능력을 초과하는 경우, 기간 프리미엄이 재확대될 수 있다.
- 실물충격: 노동·물가의 재가열 또는 성장쇼크는 금리 경로의 재정렬을 초래한다.
- 금융사고: 레버리지·유동성 붕괴 등 시장 마이크로스트럭처 리스크는 정책 타이밍을 바꿀 수 있다.
8) 투자 체크리스트(실무)
- 정책 캘린더: 12월 9~10일 FOMC(시장 -25bp 확률 48% 반영, 관련 보도), eSLR 최종안/의견수렴 일정 주시.
- 국채 수급: 입찰 커버리지, 프라이머리딜러 재고, 머니마켓펀드 RRP 잔액·이탈 추적.
- 은행 자본지표: CET1·SLR·LCR 등 레버리지·유동성 지표로 국채 흡수 여력 점검.
- 금리민감 리스크: 듀레이션·민감도(β) 관리. 장단기 커브 스티프닝/플래트닝에 맞춘 헷지.
- 크레딧·프라이빗: 유동성 게이팅·환매 제한 뉴스플로우 모니터. 자산·부채 듀레이션 미스매치 점검.
- 부동산·주택: 모기지 금리의 상단이 꺾이는지 판별. 거래량·리파이 흐름의 회복 여부.
9) 데이터·뉴스로 본 ‘현재의 좌표’
| 주제 | 핵심 수치/발언 | 출처(참고 기사) |
|---|---|---|
| 연준 대차대조표 | 정점 9조 → 현재 약 6.6조 달러 | 로이터 보도 요지 |
| 정책결정 | 10월 FOMC 25bp 인하 + QT 중단, 기술적 매입 가능성 언급 | 로이터 보도 요지 |
| eSLR 재설계 | 체계적 중요도 연동 개편안 제안(6월), 국채 전면 제외는 미추진(의견수렴) | 로이터 보도 요지 |
| 미랜 발언(1) | “규제 발자국이 가벼워지면 최적 준비금은 낮아질 수 있다… QT 재개 여지” | 로이터 보도 요지 |
| 미랜 발언(2) | “국채를 레버리지 비율에서 제외하면 스트레스 국면에서도 국채시장 절연 가능” | 로이터 보도 요지 |
| 모기지 금리 | 30년 고정 6.37%(포인트 0.62), 모기지 신청 -5.2% WoW | CNBC 보도 |
| 주식 변동성 | S&P 500 4거래일 연속 하락, 기술주 밸류 재평가 | 여러 속보·마켓 업데이트 |
10) 필자의 견해: QT 2.0의 ‘정치경제학’과 시장의 합리적 기대
중요한 것은 정치경제학적 제약이다. 연준이 QT를 재개하려면, 은행 시스템이 더 적은 준비금으로도 충분히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이는 곧 규제의 재설계·은행의 대차대조표 유연성·자금시장 신호가 일관된 방향으로 맞아야 함을 뜻한다. 동시에 재정의 자율성도 요소다. 국채 발행이 구조적 고점을 지나는 국면에서, 민간 흡수 능력을 제약하는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기간 프리미엄의 불안정성은 연준의 의지와 무관하게 재점화될 수 있다.
따라서 시장은 ‘규제 완화 → QT 재개’를 즉시성 이벤트로 보기보다, 정렬 과정(alignment process)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본 칼럼은 시나리오 B(45%)—규정 정비의 부분 진전·지연—가 기본 경로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시나리오 A(40%)—국채 전면 제외·QT 2.0 점진 재개—의 현실 가능성도 결코 낮지 않다. 이 경우 채권 변동성 완화와 밸류에이션 방어가 동반된 선별적 랠리가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시나리오 C(15%)에서 자산시장은 높은 할인율의 포로가 되며, 현금흐름·배당 중심 전략으로 이동한다.
11) 결론: ‘작지만 효율적인 연준’으로의 복귀가 뜻하는 것
작지만 효율적인 연준은 단지 자산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규제·유동성·시장기능의 재조율을 의미한다. eSLR에서 국채를 제외할지 여부는 그 상징적 분기점이다. 이 축이 ‘국채 수급의 민간 완충’을 회복시키면, 재정의 파고에도 자본시장은 덜 불안정한 할인율을 적용하게 된다. 그때 성장주·가치주 간의 승부는 할인율이 아니라 실적이 결정한다. 반면 이 축이 지연되면, 시장은 데이터마다 커지는 금리 민감을 감내해야 한다.
결국 투자자는 규제 문구의 디테일, 은행의 준비금·자본지표, 국채 입찰·딜러 재고라는 “작지만 중요한 신호”들을 통해 거시 레짐 전환의 속도를 판독해야 한다. QT 2.0은 가능하지만, 정치경제학의 시간표를 따라 올 것이다.
면책: 본 칼럼은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투자자문을 구성하지 않는다. 본문에 인용된 지표·발언은 인용 시점의 공개 보도에 근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