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9월 금리인하 폭 ‘25bp냐 50bp냐’만 남았나

뉴욕·런던·도쿄 할 것 없이 글로벌 주가가 일제히 상승하고, 미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는 하락했다. 미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가 “다음 달 연방준비제도(Fed)가 최대 50bp(0.50%포인트)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언급하자, 시장은 사실상 9월 인하를 기정사실화한 모양새다.

2025년 8월 13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의 최대 고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이 아니라, 오히려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 주지 못하는 경제 지표라고 한다.

지표가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렵다.”


■ 9월 인하 확률 99.9%…‘거의 확정’에 가까운 시장 베팅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은 9월 16~17일 FOMC 회의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99.9%로 반영하고 있다. 베센트 장관의 발언 직후에는 50bp 인하 시나리오까지 30% 넘게 가격에 들어갔다.

베센트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경제가 생각보다 빠르게 식고 있으며, 50bp 조정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전통적으로 거리를 둬 왔던 연준의 독립성 영역을 사실상 직접 겨냥한 ‘구두개입’으로 해석된다.


■ 주요 지수·섹터 동향

외환 – 달러 인덱스는 3주 만의 최저치, 파운드화는 G10 통화 중 +0.5%로 최대 상승폭.
주식 – MSCI 올컨트리, 캐나다, 일본, S&P500, 나스닥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 경신. 중국 본토 주식은 최근 20거래일 중 16일 상승. 변동성 지수 VIX는 2025년 들어 최저치.
섹터 – 그간 부진했던 헬스케어·기초소재가 +1.7%로 랠리 주도.
채권 – 미 국채 전 구간 금리 6bp 하락, 금리 변동성 지표 ‘MOVE’는 2022년 1월 이후 최저치.*MOVE는 채권시장판 VIX로 불리는 금리 변동성 지수다.
원유 – 브렌트유 65달러, WTI 62달러 밑으로 밀리며 2개월 최저.


■ 트럼프발 변동성: 인사·지정학·무역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 후임을 물색 중이라고 밝혔으며, 베센트는 “최소 11명의 후보가 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가, 트럼프는 곧 “3~4명”으로 정정했다. 흥미롭게도 스티븐 미란 행정관리예산처(CEA) 위원이 명단에 없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13일(현지 시간)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알래스카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할 이 만남을 앞두고, 트럼프는 키이우·EU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열어 “매우 우호적”이었다고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가 휴전을 강력히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라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고용 데이터의 ‘엇갈린 신호’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7%로 예상치 상승을 비껴 갔지만, 근원 CPI는 3.1%로 시장 기대를 상회했다. 특히 내구재 가격이 상반기 1.7% 뛰어 1987년 이후 최대폭(코로나19 기간 제외)을 나타냈다. HSBC의 제임스 포머로이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면 물가 상방 압력은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주 발표된 7월 고용보고서는 비농업 고용 증가폭이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고, 직전 두 달 수치가 대폭 하향 조정됐다. 그러나 평균 임금 상승률주당 근로시간은 오히려 개선돼 ‘강·약 혼재’ 양상을 드러냈다.

※ ‘닷플롯(dot plot)’은 FOMC 위원 개개인의 정책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표시한 그래프다. 6월 점도표는 올해 말까지 50bp 인하를 시사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근거로 확신하기는 어렵다. 시장이 ‘언제 할지’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파월 의장은 “실업률이 확연히 상승하기 전에는 쉽지 않다”는 신중론을 피력해 왔다.


■ 기자 노트: ‘만일’의 위험관리 vs. 정치적 독립성

연준이 완전고용 국면에서, 그것도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나는 시점에 선제적 완화에 나서는 것은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S&P500·나스닥·금·비트코인·기업채 스프레드 모두 사상 최고 혹은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어서, 스탠다드한 통화긴축 환경과 거리가 멀다.

연준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면, 데이터가 확실한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현 상황은 소음(noise)은 많고, 명확한 신호(signal)는 적다. 파월 의장이 왜 고심할 수밖에 없는지 시장도 잘 알고 있다.


■ 내일(14일) 주목 일정

• 호주 7월 고용
• 중국 JD닷컴 2분기 실적
• 영국 2분기 GDP·6월 산업생산·무역
• 유로존 2분기 GDP·6월 산업생산·실업률
• 미국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 7월 생산자물가(PPI)
• 연준 인사 연설: 토머스 바킨(리치먼드 연은 총재), 알베르토 무살렘(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 미국 기업 실적: 시스코시스템즈, 디어앤컴퍼니


■ 용어 풀이

MOVE 지수 – 미국 국채 옵션 가격을 기반으로 산출되는 금리 변동성 지수로, ‘채권시장의 공포지수’로 불린다.
페드워치 –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선물가격을 이용해 산출하는 FOMC 회의별 금리 인하·동결 확률.
베이시스포인트(bp) – 1bp는 0.01%포인트를 의미한다. 25bp는 0.25%포인트, 50bp는 0.50%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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