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주요 증시가 일제히 상승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추가 완화 의지를 내비친 영향이다. 반면 호주와 뉴질랜드 증시는 역풍을 맞았다.
2025년 9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내린 직후 아시아 전역에서 위험자산 선호가 강화됐다. ※bp(Basis Point)는 금리·수익률 변동 폭을 표시할 때 사용되는 단위로 1bp=0.01%p다.
이날 미리 개장한 일본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225 지수는 1.2% 급등하며 45,296.21포인트로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연초 대비 상승률은 약 15%로, 미·일 무역마찰 우려에도 불구하고 엔화 약세와 기술·에너지 업종 강세가 동력을 제공했다.
■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된 위험선호
연준은 전날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4.00~4.25%로 낮추며 2024년 12월 이후 9개월 만에 첫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미 노동시장이 완만히 식고 있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점도표(dot plot)상 연내 추가 인하가 두 차례 더 예고되자,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기준금리가 2026년 3.5%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시장 베팅이 크게 늘었다. 이는 아시아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
■ 일본·한국 : 기술주 랠리 지속
닛케이225와 함께 토픽스(TOPIX) 지수도 0.6% 상승했다. 특히 반도체 장비, 친환경 에너지 기업이 강세를 주도했다. 전문가들은 “엔·달러 환율이 150엔 선으로 접근하면서 수출기업 이익 전망이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서울 증시 역시 훈풍을 탔다. KOSPI는 1% 올라 이번 주 초 기록한 사상 최고치 부근을 회복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인공지능) 서버용 메모리 수요 기대감에 각각 강세를 이어갔다.
■ 중국·홍콩 : 기술주 숨 고르기, 대미 무역 변수 주시
중국 기술주는 상승세를 잠시 멈췄다. 최근 마드리드 무역협상 이후 미·중 갈등이 재부각된 탓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인터넷 감독 기구가 자국 빅테크들에 NVIDIA의 AI 칩 구매 중단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 영향으로 홍콩 항셍지수는 보합권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그러나 본토 증시는 견조했다. 상하이·선전 CSI 300은 0.3% 올랐고, 상하이종합지수는 0.5% 상승하며 10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CSI 300은 상하이·선전거래소 상위 300개 대형주의 시가총액 가중지수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지수는 0.2% 올랐으며, 인도 Nifty50 지수 선물도 개장 전 0.2% 상승 거래를 나타냈다.
■ 호주·뉴질랜드 : 거시 지표 부진, 주가 역주행
호주 S&P/ASX 200 지수는 0.7% 하락했다. 특히 S&P/ASX 300 금속·광업 업종이 국제유가 약세 탓에 5% 넘게 급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같은 날 공개된 8월 고용지표는 시장을 실망시켰다. 취업자 수가 5,400명 감소했으며, 풀타임 일자리가 4만1,000개나 줄었다. 실업률(4.2%)은 변동이 없었으나, 노동시간이 0.4% 감소해 노동시장이 점진적으로 냉각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뉴질랜드 NZX 50 지수도 1% 가까이 하락했다. 2분기 GDP가 전기 대비 0.9% 역성장하면서 예상(-0.3%)보다 크게 부진했기 때문이다. 연율 기준 -0.6%로, 내수 전반의 약세가 드러났다. 이에 따라 뉴질랜드준비은행(RBNZ)의 완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 시장 전망 : 완화적 기조 속 변동성 확대 가능성
전문가들은 “글로벌 통화완화 사이클이 다시 시작됐지만, 미·중 무역 갈등, 원자재 가격 변동 등 불확실성이 여전해 섹터별 수익률 차별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일본의 경우 엔화 약세와 정부의 반도체·배터리 투자 확대가 수출주 실적 개선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이 필수적이다. 반면, 호주·뉴질랜드처럼 원자재·농산물 가격 의존도가 높은 경제권은 성장 둔화 우려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 투자 전략 측면에서, 채권금리 하락에 탄력을 받을 이른바 고배당 방어주와 장기 성장 테마주 사이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가 요구된다. 또한, 달러 약세로 신흥국 통화가치를 지지할 여지가 커질 경우 아시아 역내 현지통화 채권 기회도 주목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