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주식 급등, 닷컴 붐과 다른 궤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 필립 제퍼슨(Philip Jefferson)은 인공지능(AI) 관련 주식의 최근 급등이 1990년대 후반의 닷컴 붐과 붕괴를 그대로 반복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그는 그 주된 이유로, 현재의 AI 기업들이 이미 확립된 이익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2025년 11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제퍼슨 부의장은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클리블랜드 연은) 콘퍼런스에서 연설하며, 오늘날의 AI 관련 기업들은 과거 닷컴 시대의 투기적 인터넷 기업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자들의 AI 주식에 대한 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미국 금융시스템이 여전히 “건전하고 회복탄력적(sound and resilient)”이라고 지적했다.
제퍼슨은 특히 부채 조달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는 점을 핵심 차별점으로 꼽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AI 기업들이 레버리지에 크게 의존하지 않았기 때문에, AI에 대한 투자심리가 만약 약화되더라도 그 파급이 신용시장을 통해 실물경제 전반으로 전이되는 정도가 줄어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과거 닷컴 버블 당시 일부 기업들이 수익성 없이 차입 확대에 기대어 사업을 확장했다가, 심리 변화와 자금 경색이 겹치며 급격한 붕괴를 겪었던 것과 대비된다는 취지다.
다만 그는 향후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일부 분석가들이 전망하듯 부채 조달이 증가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퍼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향후 AI 인프라 투자가 더 많은 부채를 필요로 하게 된다면, AI 부문의 레버리지가 증가할 수 있고, AI에 대한 투자심리가 변할 경우 손실 폭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나는 이 전개를 면밀히 주시하겠다.”
그는 또 최근 연준 보고서를 인용하며, 응답자의 약 30%가 AI에 대한 투자심리의 잠재적 반전을 미국 금융시스템과 세계 경제 모두에 대한 중대한 위험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투자심리가 금융여건과 자산가격을 매개로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리스크 채널이 여전히 유효함을 시사한다.
제퍼슨 부의장은 아울러, 인공지능이 세계를 극적으로 바꾸는 변곡점이 될 수 있지만 그 과정은 “울퉁불퉁(bumpy)”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노동시장·인플레이션·통화정책에 미칠 정확한 영향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정책결정 과정에서 데이터와 증거에 기반한 점진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신중한 접근을 시사했다.
핵심 개념 풀이: 닷컴 붐, 부채 조달, 레버리지, 심리 전이
닷컴 붐과 붕괴는 1990년대 후반 인터넷 기업들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자금 유입으로 주가가 급등했다가, 수익성 부재와 성장성 재평가로 거품이 꺼진 사건을 가리킨다. 많은 기업이 실질적 현금흐름이 부족했음에도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받았고, 이후 투자심리 위축과 자금 조달 경색이 동시에 나타나며 구조적 조정이 발생했다.
부채 조달(debt financing)은 기업이 채권 발행이나 대출 등을 통해 외부에서 자금을 빌려오는 방식을 뜻한다. 레버리지(leverage)는 차입을 활용해 투자 규모를 키우는 것을 의미하며, 수익률과 손실을 모두 증폭시킨다. 특정 섹터의 부채 의존도가 낮다는 것은, 투자심리가 바뀌었을 때 신용시장을 경유한 충격 전파가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음을 뜻한다. 반대로, 인프라 확충 등으로 대규모 차입이 필요해지면 레버리지가 높아지고, 심리 반전 시 손실의 깊이와 폭이 커질 가능성이 생긴다.
투자심리의 전이란 특정 자산군에 대한 기대 변화가 금융여건(스프레드, 대출 기준, 발행시장 유동성 등)과 자산가격을 통해 다른 부문으로 확산되는 현상을 말한다. 제퍼슨의 발언은, 현재 AI 섹터의 부채 의존이 크지 않다는 점이 바로 이 전이 경로를 약화시키는 완충 장치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맥락과 함의: ‘이익 기반의 AI 랠리’와 정책 시사점
제퍼슨 부의장의 메시지는 “이익이 뒷받침된 AI 랠리”라는 진단에 요약된다. 즉, 실적과 현금흐름이 없는 상태에서 기대만으로 급등했던 닷컴 시기와 달리, 오늘의 AI 대표 기업들은 매출·이익 창출 능력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 차이는 평가 멀티플 압축이 발생하더라도 구조적 붕괴로 직결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낮은 레버리지는 단기 변동성이 커져도 금융안정 리스크로의 연쇄적 확대를 어느 정도 억제하는 장치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인프라 투자(데이터센터, 고성능 반도체·전력 인프라, 네트워크 등)가 대규모로 진행되는 국면에서는 자본적 지출을 뒷받침할 부채 조달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섹터 전반의 레버리지를 높이고, 투자심리 전환 시 손실의 규모가 확대되는 경로를 만들 수 있다. 제퍼슨의 “면밀히 주시” 발언은 바로 이러한 신용 사이클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경계로 해석된다.
정책 측면에서, 그는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 그리고 통화정책에 대한 AI의 궁극적 영향이 아직 가늠하기 이르다고 평가했다. 이는 성장률·생산성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정책 당국이 특정 서사에 과도하게 베팅하지 않고 데이터 중심의 점진적 접근을 이어갈 가능성을 시사한다. 동시에 응답자의 약 30%가 AI 심리 반전을 금융시스템 및 세계경제의 ‘중대한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거시건전성 시각에서의 모니터링 필요성을 부각시킨다.
투자자에게 주는 실용적 포인트
첫째, 이익과 현금흐름은 AI 관련주 평가에서 핵심 잣대다. 수익성이 뒷받침된 기업과 아닌 기업의 리스크-리턴 프로파일은 구조적으로 다르다. 둘째, 부채 의존도와 레버리지는 사이클 하행기에 손실을 증폭시킬 수 있는 요인이므로, 재무구조의 질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셋째, 정책·거시 레짐은 아직 유동적이다. 생산성 개선과 비용 구조 변화가 인플레이션·임금·금리 경로에 미칠 영향은 시간이 필요하며, 이는 밸류에이션 허용 범위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제퍼슨 부의장의 메시지는 “현재의 AI 주식 랠리는 닷컴 버블과 기초 체력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하되, 신용 레버리지 확대가 진행될 경우엔 충격의 폭이 커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금융시스템이 ‘건전하고 회복탄력적’이라는 진단은 안정적 기반을 시사하지만, 심리 전환과 부채 축적의 결합은 언제든 리스크 채널을 넓힐 수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와 정책당국 모두, 이익의 질·레버리지·신용여건을 함께 주시하는 균형 잡힌 프레임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