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 선물지수가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인사 교체 가능성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의 임시 후임으로 지명하면서, 연준이 향후 통화 완화(비둘기파) 기조로 기울 수 있다는 기대가 시장 전반에 확산된 분위기다.
2025년 8월 8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7일) “쿠글러 이사의 돌연 사퇴로 공석이 된 자리를 미란 위원장이 임시로 채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쿠글러 이사는 지난주 사임 사실을 밝혀 시장을 놀라게 했으며, 이에 따라 연준 이사회 구성은 다시 한 번 변화를 겪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의장이 금리를 충분히 인하하지 않는다며 거듭 비판해 왔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 15일 만료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종료 이전에 여러 차례 교체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차기 의장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하며, 이에 따라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와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가 동시에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물시장 동향
동부시간(ET) 오전 5시 31분 기준, S&P 500 E-미니 선물은 16포인트(0.25%) 상승했고, 나스닥 100 E-미니는 72.25포인트(0.31%) 올랐다. 다우 선물 역시 61포인트(0.14%) 상승세를 보였다.
전일(7일) 정규장에서는 기술주가 강세를 이어가며 나스닥 지수가 장중 신고가를 기록했다. 특히 대형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함으로써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 부과한 반도체 수입 관세를 회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 호재로 작용했다. 반면, S&P 500과 다우 지수는 엘리 릴리 주가 급락(-14.1%)의 압박 속에 하락 마감했다. 릴리의 당뇨병 치료제(GLP-1 계열) 경구제 임상 결과가 노보 노디스크 제품보다 뒤처졌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연준 이사회가 비둘기파 색채로 재편될 경우, 시장은 연내 최소 두 차례 이상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할 것”이라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FedWatch 툴 데이터가 시사한다.
해당 툴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다음 달 첫 번째 금리 인하를 50% 이상 확률로 예상하며, 연말까지 두 차례 이상 금리 인하를 전망하고 있다.
정책·무역 변수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일 0시부로 새로운 관세 조치를 발효했다. 다만, 일본 측 무역 협상 대표는 “중복 부과된 일본산 품목 관세는 행정적 실수”라며 “미국 행정부가 행정명령을 수정해 중복 관세를 제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알베르토 무살렘 총재가 이날 오전 10시 20분(ET)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시장은 그가 연준의 독립성 및 차기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어떤 시각을 제시할지 주목하고 있다.
기업 실적 및 개별 종목
프리마켓에서 트레이드 데스크(-29%)가 2분기 매출 성장세 급감으로 급락했다. 핀터레스트 역시 예상치를 밑도는 2분기 순이익 탓에 12.5% 하락했다.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는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7.9% 내렸다.
용어 해설
E-미니 선물은 S&P 500, 나스닥 100, 다우 지수 등 주요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소형(Small-sized) 선물 계약이다. 표준 계약보다 증거금이 낮아 개인 투자자도 접근하기 수월하다는 특징이 있다.
FedWatch 툴은 CME 그룹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연방기금선물(Fed Funds Futures) 가격에 내재된 시장 참여자의 금리 전망을 실시간으로 추정한다. 이를 통해 차기 FOMC 회의 결과에 대한 확률을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준 이사회 재편을 통해 자신의 친성장·저금리 노선을 관철하려 할 것”이라며 “연준의 제도적 독립성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다만, 연준 이사 임명은 최종적으로 상원 인준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단기적 변수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또 다른 관측통은 “파월 의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의장 인선이 빨라질수록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으며, 채권 금리 또한 기대 인플레이션과 별개로 기술적·정책적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비둘기파’ 기대감이 주식시장을 지지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정책 방향성 불확실성과 통상마찰 확대가 투심을 시험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