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고위 관계자 세 명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시장은 제롬 파월 의장(연준 의장)이 23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어떤 ‘힌트’를 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25년 8월 21일, 로이터가 전한 바에 따르면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베스 해맥(Beth Hammack)은 현지 매체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내일 회의가 열린다고 가정해도 금리를 낮춰야 할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잭슨홀을 주관하는 캔자스시티 연은이 마련한 3일 일정의 심포지엄 현장에서 나왔다.
같은 행사장에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제프리 슈미트(Jeffrey Schmid)는 CNBC 인터뷰를 통해 “현 정책 스탠스는 상당히 적절하다”면서, “금리 경로를 바꿀 만큼 분명한 데이터를 확보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애틀랜타 연은 총재 라파엘 보스틱(Raphael Bostic)은 별도 공개석상에서 “올해 안에 한 차례 금리 인하를 가정하고 있으나, 모든 전망에는 불확실성이 따르므로 ‘고정된 입장’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금리를 낮추더라도 물가 기대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 제프리 슈미트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세 인사의 발언은 23일 파월 의장의 기조연설을 하루 앞두고 나와 시장 참가자들에게 신중 모드를 재확인시켰다. 투자자들은 9월 16~17일 열리는 FOMC에서 0.25%포인트(25bp)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반영하며, 파월 의장이 ‘확답’을 줄지를 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선물시장은 현재 70% 내외의 확률로 9월 인하를 가격에 반영 중이다. 현 기준금리 목표 범위는 4.25% ~ 4.50%다.
고용 둔화 vs. 인플레이션
투자자들이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주된 근거는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예상보다 약세를 보인데다, 5·6월 수치 또한 큰 폭 하향 수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연준 목표치(2%)를 웃돌고 있어, 정책당국자들은 쌍방향 위험(two-sided risks)에 직면해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단행한 대중(對中) 관세 인상은 향후 물가에 상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해맥 총재는 “지난 4년간 물가상승률은 지나치게 높았다”며 “추가적 관세 효과는 내년이 돼서야 본격 드러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준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등 일부 위원은 ‘관세 충격은 일회성’이라고 주장하지만, 해맥 총재는 “이론과 현실은 다를 수 있다”며 조기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연준 내부 보고서도 경계론
같은 날 공개된 애틀랜타 연은 연구보고서는 “관세가 제2차 인플레이션 파동을 촉발할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관세 비용을 직접 떠안지 않는 기업들조차 가격 상승 압력을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슈미트 총재 역시 “물가가 목표치를 웃도는 상황에서 섣부른 인하가 대중의 인플레이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용어 설명
잭슨홀 심포지엄은 캔자스시티 연은이 1982년부터 매년 8월 말 와이오밍주 휴양지 잭슨홀에서 개최하는 중앙은행가·학계·시장 관계자들의 정책 포럼이다. 역사적으로 통화정책 방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 자주 나와 ‘통화정책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린다.
베이시스포인트(bp)는 1bp = 0.01%포인트로, 기준금리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할 때 활용된다. 기사에서 언급한 ‘25bp 인하’는 0.25%포인트 내림을 뜻한다.
연방기금선물은 시장 참가자들이 연준의 향후 금리 수준을 예상해 거래하는 금리 파생상품이다. CME 페드워치 툴은 해당 가격 정보를 바탕으로 FOMC의 금리결정 확률을 실시간 계산해 제공한다.
전문가 시각과 전망
시장조사업체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파월 의장이 9월 인하를 결정적으로 ‘확정’하진 않겠지만, 인하를 지지할 가능성을 시장에 분명히 시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부 채권 전략가들은 최근 국채금리가 급락한 점을 들어, 파월 의장이 매파(긴축 선호)적 발언을 내놓을 경우 금리 반등과 위험자산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9월 FOMC 결정은 노동시장 냉각 정도와 관세발(發)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어떤 요인을 더 중시하느냐에 달려 있다. 23일 파월 의장의 연설은 ‘인내’—즉, 추가 데이터를 기다리자는 입장—쪽으로 무게를 실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 본 기사는 로이터 원문을 번역·편집한 것이며, 인용된 모든 수치는 기사 작성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