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 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열린 2025년 가을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한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단상에 서 있다.
기준금리 인하 결정 자체는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의 ‘쉬운 부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시장·경제 여건이 복잡해지면서 금리 외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 연준의 고민을 깊게 한다.
2025년 10월 28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채권·파생상품 시장 참가자들은 FOMC가 25bp(0.25%포인트) 두 번째 연속 인하를 단행할 확률을 거의 100%로 반영하고 있다. 이 경우 연준의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는 연 4.00~4.25%에서 3.75~4.00%로 낮아진다.
하지만 이번 회의의 진짜 관건은 ① 추가 인하 경로, ② 정부 셧다운으로 인한 통계 공백, ③ 양적긴축(QT) 종료 시점과 같은 정책 세부사항을 어떻게 조율하느냐다.

의견 분화도 두드러진다. 빌 잉글리시(Bill English) 예일대 교수 겸 전 연준 통화정책국장은 “지금은 ‘더 인하해야 한다’는 파와 ‘아직은 기다려야 한다’는 파 간에 실질적인 이견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9월 회의에서 0.50%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며 홀로 반대표를 던진 스티븐 미런(Stephen Miran) 신임 이사는 이번에도 더 큰 폭의 인하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클리블랜드·댈러스·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들은 추가 인하에 일정 부분 회의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엇갈린 목소리를 조율해야 하는 인물은 임기가 2026년 5월 만료되는 파월 의장이다. 그는 최근 연설에서 노동시장 둔화를 거론하며 10월 인하 가능성에 ‘사실상의 고개 끄덕임’을 보였다.
빌 잉글리시는 “파월 의장은 12월 회의 방향성을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노동시장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야 하는 ‘중간 지대(walk a middle ground)’ 전략을 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ME FedWatch Tool에 따르면 시장은 12월 추가 인하도 기정사실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월가 기대를 꺾으려면 상당한 변화 요인이 필요하다.
노동시장 우려와 경기 전망
연준이 완화 기조를 이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노동시장 냉각이다. 정부 셧다운으로 공식 통계가 공백 상태지만, 주(州)별 실업수당 청구 데이터를 보면 해고가 폭증하지는 않는 반면 임금 상승률·물가 상승률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윌밍턴트러스트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루크 틸리(Luke Tilley)는 “10월·12월·내년 1·3·4월까지 5차례 연속 25bp 인하가 이어질 수 있다”며 연준이 최종적으로 “중립금리(경기를 부양도 억제도 하지 않는 수준)” 2.75~3.00% 구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9월 회의 ‘도트플롯(dot plot)’에서 다수 위원이 2027년이 돼서야 중립금리에 접근할 수 있다고 본 것과 비교하면 더 빠른 완화 시나리오다. 틸리는 “노동시장 약화가 뚜렷해지면 연준은 더 이상 버틸 여지가 없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데이터 블랙아웃
연준의 2% 물가 목표와 달리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 상승률로 ‘제자리걸음’했다. 이에 고용 안정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부 셧다운 탓에 9월 비농업 부문 고용 등 핵심 통계가 발표되지 못한 점도 정책 불확실성을 키운다. 틸리는 “두 가지 책무(물가·고용)를 지는 연준으로선 데이터 없이 방향을 정하기 어렵다”며 ‘더 빠른 인하 또는 동결’ 모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적긴축(QT) 종료 시점
연준은 6조6천억 달러 규모 자산(국채·주택저당증권)을 만기 상환 후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축소해 왔다. 파월 의장은 최근 연설에서 “QT 종료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초단기 자금시장이 부분적으로 경색되고, 연준의 역환매조건부(RRP) 시설 잔고가 고갈 단계에 접어들면서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회의에서 ‘QT 종료 시기’에 대한 구체적 신호가 나올지 주목한다.
틸리는 “유동성 여유(ample reserves)가 거의 소진된 만큼, 연준이 종료 일정 발표 혹은 즉각 중단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문가 해설(용어 설명)
·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 : 미국 상업은행 간 초단기(하루짜리) 자금 거래에 적용되는 이자율로, 전 세계 금융시장의 ‘가격 기준’ 역할을 한다.
· 도트플롯(dot plot) : FOMC 위원들이 제시한 향후 금리전망을 점(dot)으로 표시한 그래프. 연간 4회 공개된다.
· 양적긴축(QT) : 자산 매입(QE)을 되돌리고 유동성을 흡수하는 정책. 만기 도래 자산을 재투자하지 않거나 적극 매각해 중앙은행 대차대조표를 축소한다.
기자 해설과 전망
연준이 2024~2025년 간 가파른 인상을 단행한 뒤 ‘속도 조절’ 국면에 접어든 것은 분명하다. 다만 노동시장 흔들림과 데이터 공백이라는 이중 변수 탓에 조기 완화가 오히려 물가안정 노력에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건재하다. 시장은 ‘파월의 한마디’에 초점을 맞추지만, 실제 정책 경로는 향후 고용지표와 금융시장 유동성이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