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가 3분기 마감일을 맞은 2025년 9월 30일(현지시간)에도 준비된 유동성을 적극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단기자금 시장의 지표인 레포(Repo) 금리는 급등과 하락을 반복하며 유동성 긴장 신호를 보내,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자극했다.
2025년 9월 3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상설환매조건부매입제도(SRF1)를 통한 차입 규모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최대 5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으나, 실제 신청 규모는 2분기 말(110억 달러)보다도 적은 수준에 그쳤다.
일반적으로 기관투자가들은 분기 말마다 대차대조표 관리를 위해 레버리지 축소·포지션 정리를 단행한다. 여기에 금리 변동성이 가세하면 현금 확보가 어려워져, 초단기 자금조달 창구인 레포 시장 금리가 요동칠 수 있다. 이번 분기 말에는 특히 양적긴축(QT)으로 시중 유동성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어 더 큰 변동성이 예상됐다.
“시스템이 과부하 상태였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왔다. 미슐러파이낸셜(Mischler Financial)의 채권 담당 이사 톰 디 갈로마
레포 일반담보금리(GC 레포 금리)는 30일 개장 직후 연 4.45%에서 출발해 장중 4.60%까지 치솟았다가, 마감 무렵에는 4.35%로 내려앉았다(커버처시큐리티스 집계).
2019년 9월의 악몽이 다시 소환되기도 했다. 당시 연준이 QT를 진행하던 가운데 예기치 못한 유동성 공백이 발생해 레포 금리가 폭등했고, 결국 연준이 나흘 만에 긴급 개입에 나섰다. 이번에도 유사한 환경이 조성되자 월가 참여자들은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숨기지 않았다.
QT는 COVID-19 팬데믹 때 대규모로 투입된 유동성을 정상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연준은 기 보유 채권 만기를 재투자하지 않거나 보유량을 축소해, 시중에서 현금을 흡수한다. 역레포(RRP) 제도 활용이 미미해진 상황에서 QT가 본격 가동되면, 기저 유동성 감소 속도가 가팔라져 시장 마찰 위험이 커진다.
SRF, ‘냉장고 속 비상금’인데… 왜 안 썼나?
SRF는 short-term liquidity shock absorber를 표방하며 2021년 출범했지만, 출범 이후 실사용 빈도는 극히 낮았다. 금융기관들이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주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법적으로 SRF 이용 내역은 2년 뒤에야 공개되지만, 이미 ‘꼬리표’에 대한 우려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낙관론이 우세했던 이유는 비용 구조였다. 한 트레이더는 “전날(29일) 현금 차입 비용이 더 비싸 오늘(30일)보다 급하다면 굳이 SRF를 두들길 필요가 없었다”고 전했다. 즉, 시장 자체에서 이미 금리가 SRF 금리(4.25%)와의 차이를 줄였기 때문에, 절대적 필요성이 떨어졌던 셈이다.
올해 3월 공개된 연준 ‘선임금융책임자조사(SFOS)’에 따르면, 은행들은 레포 시장 금리가 SRF 금리를 37.5bp(0.375%p) 이상 상회할 때 SRF 활용을 진지하게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번 GC 레포 금리 피크(4.60%)와 SRF 금리(4.25%)의 차이는 35bp에 그쳤다.
SMBC 닛코증권의 조지프 어베이트(Joseph Abate) 금리 책임자는 “SRF에 대한 주저감은 서서히 완화되는 추세”라며 “향후 분기 말에는 프로그램 활용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 해설 — 용어 정리
레포(Repo) : ‘Repurchase Agreement’의 약자로, 증권을 담보로 하루나 며칠간 현금을 빌렸다가 동일 증권과 현금(원금+이자)을 상환하는 초단기 대차계약이다. 안전자산(Treasury 등)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은행·펀드·딜러 등 기관들은 ‘현금 숨통’ 역할을 한다고 본다.
SRF(Standing Repo Facility) : 연준이 지정 우량기관에 매일 열어 두는 상설 레포 창구다. 긴급 상황에서 시장 금리 대비 저렴한 비용으로 현금을 공급함으로써, 레포 시장 폭등을 억제하는 안전판이다.
QT(Quantitative Tightening) : 양적완화(QE)와 반대로, 중앙은행이 자산을 축소해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정책이다. 보유 국채·MBS 만기 도래분을 재투자하지 않거나 공개 매각한다.
RRP(Reverse Repo) : 연준이 보유 채권을 하루짜리 매도·재매입 계약으로 시장에 빌려주고, 대신 시장에서 현금을 흡수하는 단기 조작 수단이다. 초과 유동성을 잠시 묶어 두는 역할을 한다.
© 2025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