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19일(현지시간) 달러 인덱스(DXY)는 전일 대비 -0.24% 하락 마감했다. 연방준비제도(Fed) 이사인 크리스토퍼 월러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5bp(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달러 매도세가 촉발됐다.
2025년 7월 19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월러 이사는 전날 저녁 연설에서 “
물가가 목표치 부근에 근접했고 상방 위험이 제한된 만큼, 고용시장 악화를 기다리기 전에 정책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매파에서 비둘기로 전환’된 대표 사례로 시장에 해석되며 즉각적인 달러 약세를 이끌었다.
같은 날 발표된 미시건대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도 달러에 추가 부담을 줬다. 7월 1년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4.4%로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5~10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3.6%로 떨어졌다. “연준이 가장 신뢰하는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가 꺾였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통화 완화 기대가 강화됐다.
달러 낙폭은 제한적이었다. 6월 주택착공건수(1.321 백만 건, 전월 대비 +4.6%)와 건축허가(1.397 백만 건, +0.2%)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미 경제의 ‘소프트랜딩’ 가능성을 재확인시켰기 때문이다. 미시건대 7월 소비자심리지수도 61.8로 5개월 만의 고점에 올라 달러 방어막 역할을 했다.
연방기금선물(FF) 시장은 7월 29~30일 FOMC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5%로, 9월 16~17일 회의에서는 58%로 반영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 9월 인하 확률이 30%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월러 효과’가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유로·엔화·귀금속 동향
달러 약세에 EUR/USD는 +0.20% 상승했다. 다만 유로존 5월 건설생산(-1.7% m/m)과 독일 6월 생산자물가(-1.3% y/y) 부진이 유로 강세를 제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EU와의 무역합의에 최소 15~20% 관세를 고집하고 있다”라고 보도해 정책 불확실성이 유로 매수 심리를 억눌렀다.
엔화는 장초반 일본 6월 근원 CPI(식료·에너지 제외) 상승률이 3.4%로 17개월래 최고치를 찍자 일시 강세를 보였으나, 21일 실시되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집권 자민당(LDP) 의석 감소 우려가 부각되며 결국 USD/JPY가 +0.11% 반등했다. 시장은 LDP와 야당의 ‘현금지원·감세’ 공약이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금(GCQ2)은 온스당 13달러(+0.39%), 은(SIU2)은 0.161달러(+0.42%) 오르며 안전자산 선호를 확인했다. 달러 약세, 미 국채금리 하락, 월러 이사의 비둘기 발언, 그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150개국 10~15% 관세 예고’가 지정학적 헤지 수요를 자극한 결과다.
무역·정책 변수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월 1일부로 150여 개국에 10% 또는 15%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서한을 발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교역 규모가 크지 않은 국가”라며 구체적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은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다시 확대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동차·농산물·전자제품 등 주요 수출 품목이 대상이 될 경우, 유럽·아시아 신흥국 통화가 일제히 압박 받을 수 있다.” — 시장관계자
용어 풀이 및 배경 설명
FOMC: 미 연방준비제도 산하 통화정책 결정기구로 연 8회 정기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FF 금리는 은행 간 초단기 대출금리로서 연준의 사실상 정책금리를 의미한다. 25bp 인하란 0.25%포인트 금리를 내리는 것을 뜻한다.
달러 인덱스(DXY)는 유로(57.6%), 엔(13.6%), 파운드(11.9%) 등 6개 통화 바스켓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낸다. 지수가 하락하면 달러 약세, 상승하면 강세로 해석된다.
미시건대 소비자심리조사는 미국 소비자의 재정상태·경기전망·인플레이션 기대 등을 조사해 발표한다. 연준이 ‘기대 인플레이션’ 추이를 주시하는 이유는 물가 목표(2%) 달성 여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 해설·전망
월러 이사의 ‘선제적 인하’ 발언은 연준 내부의 컨센서스 이동을 시사한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일부 지역연은 총재들이 “물가가 목표를 향해 빠르게 하강 중”이라고 언급한 만큼, 9월 인하 가능성이 절반 이상 가격에 반영된 것은 타당해 보인다. 다만 6월 주택·소비지표가 견조함을 감안할 때, ‘연착륙→재가속’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연준은 다시 매파로 돌아설 여지도 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공세가 현실화되면, 해외 중앙은행들은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긴축적 스탠스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달러가 비둘기화된 연준 덕분에 하향 압력을 받더라도 상대통화 약세가 더 빠르게 진행되면 달러 인덱스가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 단기적으로는 금·은·유로 강세, 달러 약세 포지션이 유리하지만, 8월 초 트럼프발 관세 현실화 여부와 7월 FOMC 성명서 문구(‘데이터 의존’ 강조 vs ‘선제 인하’ 시사)에 따라 방향성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자료 출처: Barchart, University of Michigan, U.S. Census Bureau, Financial Times, 일본 총무성, 나스닥닷컴.
해당 기사에 언급된 종목이나 자산에 대해 필자는 직접적·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본 기사는 정보제공 목적이며 투자 조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