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발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번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5.25~5.50%)으로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최소 한두 명의 연준 이사가 금리 0.25%포인트(bpbasis point: 1bp = 0.01%p) 인하에 표를 던지는 ‘이례적 반대(dissent)’가 예상돼 결론 못지않게 토론 과정이 주목된다.
2025년 7월 28일, 로이터(Reuters) 통신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금리를 당장 내려야 한다”며 연준을 압박하고 있지만, 다수 위원은 높은 관세가 인플레이션 재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더 크게 보고 있다.
관세·물가·고용 ‘삼중 변수’ 갈등
트럼프 행정부 당시 발표된 일명 ‘해방의 날(4월 2일)’ 관세는 최고 30%까지 언급됐지만, 미·일 관세율은 15%로 타결됐고, 유럽연합(EU)과도 유사한 수준의 합의가 가시화됐다. 그럼에도 미국의 전체 관세율은 90년 만에 최고치에 머물고 있으며,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연율 3.5%로 치솟았다.
시카고 연은의 오스탄 굴스비 총재는 “물가가 너무 빠르게 뛰면 가계가 공포에 휩싸여 임금·가격 상승의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공식석상에서 “이는 수많은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이라면서도, 실업률 4.1%가 완전고용 추정치를 웃돌고 있어 ‘지켜볼 여지’가 있다고 강조한다.
두 이사의 ‘더블 반대’ 예고
노무라증권은 보고서에서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미셸 보우먼 부의장이 25bp 인하를 지지하며 동시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사람은 모두 트럼프가 지명했으며, 1993년 이후 처음으로 이사 2명이 동시에 반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는 최근 연준 본부를 찾아 파월 의장에게 다시 한 번 “해임은 원치 않지만 인하가 필요하다”고 압박한 바 있다.
▶ 고용·대출 지표: 해석은 엇갈려
월러 이사는 “민간 고용증가율이 멈춰 서고 있으며, 완화적 신용 환경이 없으면 해고 전환이 빨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6월 신규고용 14만7,000명 중 민간 부문 비중은 절반에 불과했고, 다른 자료로 보면 이 수치도 과장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소매판매·예금·대출 지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여 인하의 긴급성은 낮다는 시각도 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속보치 기준 연간 30조 달러를 넘어설 전망” — 7월 31일 상무부 발표 예측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는 “로켓처럼 치솟는 미국 경제”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지만, 연준은 1분기 수입 급증이 만든 기저효과임을 감안해 ‘혼재된 시그널’로 해석한다.
경기 냉각 신호도 여전
기업 설비투자를 가늠하는 ‘방산 제외, 항공기 제외 내구재 주문’은 6월 전월 대비 0.7% 감소해 시장 예상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실업수당 수급자 절반이 10주 이상 구직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데이터도 나왔다.
부동산·건설 시장은 더욱 뚜렷한 둔화 국면이다. 30년 만기 고정형 모기지 금리 7%대가 고착되면서, 건설지출은 9개월 연속 감소, 단독주택 착공은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택 거래량도 부진해 ‘금리 제약’ 논거에 힘이 실린다.
전문가 해설: ‘믹스드 데이터’ 속 정책 판단의 난이도
기준금리는 본질적으로 달러 유동성의 가격이기 때문에, 높은 관세(공급 충격)와 부진한 설비투자·고용(수요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면 정책 함의가 상충된다.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해선 동결, 경기 대응을 위해선 인하”라는 양면 부담이 FOMC 내부에서도 균열을 낳고 있다.
특히 ‘더블 반대’는 시장에 “연준 내부의 매파·비둘기파 간 간극이 생각보다 깊다”는 신호를 줄 가능성이 크다. 1993년 이후 한 번도 없었던 두 이사 동시 반대가 현실화되면, 9월 또는 11월 회의에서 추가 인하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낯선 용어 풀이
FOMC: 12명의 투표권을 가진 연준 위원(이사 7명+지역 연은 총재 5명)으로 구성된 통화정책 결정 기구다.
Basis Point(bp): 금리 0.01%포인트를 의미하며, 25bp는 0.25%포인트다.
연준 이사(보드 멤버):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이 인준하며, 전체 7명 정원이다.
더블 반대(Double Dissent): 금리 결정에서 두 명 이상의 위원이 공식적으로 ‘반대표’를 행사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향후 전망
올해 남은 FOMC 회의는 9월, 11월, 12월 세 차례다. 시장은 “이번 동결 뒤에도 데이터 dependent(지표 의존)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파월 의장의 기존 메시지가 재확인될 것으로 본다. 다만 2분기 GDP, 7월·8월 CPI 결과가 다시 가속 조짐을 보이면 ‘장기 고금리’ 시나리오로 기울 수 있다.
편집자 주: 본 기사는 로이터 원문을 전문 번역하고, 국내 독자를 위해 용어 설명과 해설을 추가한 것이다. 데이터·인용문·숫자는 원문에 충실하며, 분석·전망 부분은 기자의 전문적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