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스티븐 미런(Stephen Miran)이 현재 인플레이션 지표는 후행적이며 이를 곧이곧대로 해석해 지나치게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고 또다시 강조했다. 그는 특히 주택 물가(임대료) 상승률의 둔화가 실제 경제에서 이미 진행 중임에도 통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이러한 통계적 요인이 정책 판단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5년 11월 12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런 이사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저지 비즈니스스쿨이 주최한 행사에서 “2%를 상회하는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과거 흐름을 보여주는 후행 지표에 가깝고,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면서, 현 미국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긴축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통계 측정 과정의 산출물(artifact)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을 과도하게 긴축적으로 유지한다면, 이는 우리가 피해야 할 과제였던 노동시장 약화를 오히려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런 이사는 특히 임대료 하락이 지표에 반영되는 데 시간차가 크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단속 강화로 주택 수요가 둔화하는 가운데 주거비 물가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주식시장 상승이 일부 인플레이션 지표를 기계적으로 높이는 효과가 있으나, 이것이 연준 정책의 동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미런 이사의 핵심 발언
“통화정책을 너무 긴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통계적 측정 과정의 산출물에 대응하는 것일 뿐, 실물경제의 수요-공급 불균형에 대한 대응이 아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가 피하려 했던 노동시장 약세를 만들 수 있다.”
“지금은 우리가 통화정책을 바로잡아 경제에 드리울 수 있는 하방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이처럼 과도하게 제약적인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다.”
미런 이사는 연준 이사 임기 종료 시점인 내년 1월에 백악관의 최고 경제자문 역할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며, 최근 두 차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모두 소수의견을 제출했다. 당시 그는 연준이 결정한 0.25%포인트 인하 대신 0.5%포인트의 보다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두 차례 모두 요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그간의 인하 조치에 대해 “노동시장 둔화의 심화를 방지하기 위한 보험”의 성격이라고 설명했으며,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를 “다소 긴축적(modestly restrictive)”이라고 규정해 왔다. 그러나 미런 이사는 본인의 견해가 “합의 밖(out-of-consensus)”이라고 소개하며, 정책금리가 여전히 지나치게 긴축적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향후 경제 전망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미런 이사는 규제 완화와 감세 등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잠재적 경기 부양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현재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으로 인해 공식 통계의 부재가 이어지고 있어, 경제가 현재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판단할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고 말했다.
핵심 쟁점: ‘지표의 후행성’과 정책 판단
미런 이사의 주장은 통화정책의 근거가 되는 인플레이션 통계가 실시간 경제상황을 즉각 반영하지 못한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특히 주거비(임대료) 항목은 표본 갱신 주기와 계약 갱신 시차 등으로 인해 실제 임대시장 변화가 지수에 늦게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그는 이러한 통계적 지연이 실제의 물가압력 완화를 가리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한 과도한 긴축이 노동시장 약화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주식시장 상승이 일부 물가지표를 기계적으로 상향시키는 구조에 대해, 미런 이사는 이런 효과가 연준의 정책 판단을 좌우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이는 실물경제적 수요·공급 불균형이 아니라, 측정 방식의 특성 또는 금융시장 변동이 지표에 남긴 흔적을 정책이 과도하게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담는다.
배경 및 맥락: 왜 ‘주택 물가’가 관건인가
주거비는 미국의 대표적 물가지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으로, 임대료와 유사 개념의 자가주택 임차료 등이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임대계약의 갱신 주기는 수개월에서 1년에 이르며, 시장 임대료가 하락하기 시작해도 공식 통계에 반영되기까지 지연이 발생한다. 미런 이사의 발언은 이러한 지연 특성을 강조하며, “현 시점의 체감 물가 압력이 지표보다 이미 낮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는 또한 이민 단속 강화가 주택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수요가 줄어들면 임대료 상승률은 자연히 둔화하거나 하락 압력을 받는다. 다만 그는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공식 데이터 접근성이 낮아 구체적 상황 판단에 필요한 증거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정책 논쟁: ‘모든 위험 대비’ vs ‘측정 왜곡 교정’
파월 의장이 설명한 최근 0.25%포인트씩의 단계적 금리 인하는 노동시장 추가 둔화에 대한 보험 성격이다. 반면 미런 이사는 같은 맥락에서 더 큰 폭(0.5%포인트)의 인하가 필요했다고 본다. 핵심 차이는 현 상황에 대한 해석이다. 파월 의장은 “다소 긴축적”이라는 보수적 프레이밍을 유지하는 반면, 미런은 “지나치게 긴축적”이라고 평가한다. 미런의 평가에는 주택 물가 둔화의 미반영과 주가 상승의 기계적 효과가 지표를 왜곡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는 자신의 견해를 “합의 밖(out-of-consensus)”이라고 규정했는데, 이는 연준 내부 논의에서 소수파적 시각임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노동시장 약화 방지와 경제 하방 위험 완화를 위해서는 정책의 ‘과잉 긴축’ 상태를 신속히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어 설명개념 해설
– 후행 지표: 경제의 이미 일어난 변화를 뒤늦게 반영하는 지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임대료처럼 계약 갱신 주기가 긴 항목은 실시간 시장가격보다 반영이 늦다.
– 통계적 산출물(artifact): 측정 방식의 특성 때문에 지표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실물경제의 본질적 변화와는 구분될 수 있다.
– ‘다소 긴축적’ vs ‘지나치게 긴축적’: 정책 금리가 중립 수준 대비 어느 정도 제약적이냐는 판단의 스펙트럼을 가리킨다. 전자는 완만한 제약, 후자는 과도한 제약을 의미한다.
전망과 과제
미런 이사의 시그널은 향후 연준의 커뮤니케이션과 데이터 해석에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째, 주거비 둔화가 공식 지표에 반영되기 전이라도 정책 선제 조정이 정당화되는가. 둘째, 주식시장 상승 등 금융 변수의 기계적 반영이 지표를 왜곡할 때, 정책 프레임은 이를 어떻게 걸러낼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노동시장 연착륙과 물가 안정이라는 이중 과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를 좌우한다.
다만 현재는 미 정부 셧다운으로 공식 통계 접근이 제한적이어서, 데이터 공백이 정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정책 정상화를 위한 정보 기반을 재확보하고, 후행 지표의 왜곡과 실물경제의 신호를 분별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