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대출 수요 개선과 은행의 신용기준 긴축이 공존
미국의 대형 및 중견 기업에서의 기업대출 수요가 3분기에 약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강화됐으며, 소기업의 수요는 직전 분기와 사실상 변함이 없었다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설문이 월요일 밝혔다다. 이는 연준이 실시하는 분기별 Senior Loan Officer Opinion Survey(SLOOS)에 따른 결과다.
2025년 11월 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같은 설문은 은행들이 전반적으로 모든 규모의 기업에 대한 신용 조건을 계속해서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올해 초만큼의 폭은 아니라고 SLOOS는 지적했다. 이러한 수요 개선과 신용공급 긴축의 동시 진행은 대출 수요가 살아나도 신용 성장세가 제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Nationwide의 파이낸셜 마켓 이코노미스트 오렌 클래치킨(Oren Klachkin)은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상승하는 대출 수요에도 불구하고 대출 기준이 강화되면, 지난 두 달 동안 연준이 단행한 총 50bp(기준금리 0.50%포인트)의 완화가 성장에 주는 부스트가 약화되고, 정책당국이 고용시장을 지원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연준은 지난주 두 차례 연속 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¼%p) 인하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지, 혹은 고용시장이 약화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책위원들의 견해가 엇갈리면서, 12월 연말 회의에서 추가 인하가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해졌다다.
기업대출 수요는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임기 초기 수개월 동안 나타난 중대한 정책 변화 속에서 급격히 위축됐었다. 특히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컸다고 설문은 전했다다.
트럼프 행정부는 봄 이후 여러 주요 교역 파트너들과 예비적 무역 합의를 도출했으며, 지난주에는 중국과도 프레임워크 합의에 도달했다. 이로써 세계 최대 두 경제 간에 취약한 무역 휴전이 복원됐다고 보도는 전했다다.
최고 수준의 불확실성이 지나가면서, 설문 결과에서 확인되듯 대출 수요는 개선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문은 관세 정책이 무역 노출이 큰 기업에 대한 은행의 신용공여를 더욱 조심스럽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다.
설문 요약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은행들은 무역 노출이 낮은 대기업과 소기업 모두에 대한 (상업·산업, C&I) 대출 신청을 승인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했으며, 반대로 무역 노출이 높은 모든 규모의 기업에 대한 C&I 대출 신청은 승인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했다.”
해석과 시사점
수요 회복과 공급 제약의 병존은 신용 사이클 상에서 흔히 나타나는 비대칭을 보여준다.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자금 수요를 자극하는 동시에, 은행권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 기준을 여전히 엄격히 유지하고 있다. 이는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는 파급효과가 완만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다.
무역 노출에 따른 승인 확률의 차등은, 관세 및 통상 정책의 변동성이 기업의 신용 위험도 평가에 직접 반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업종일수록 현금흐름 변동성과 재고·원가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들은 이러한 기업에 대해 가격(스프레드)과 조건(담보·약정)을 보수적으로 책정하려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다.
또한 소기업 수요가 보합에 그친 대목은,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내수 수요와 비용 부담(임금, 조달금리, 원자재 가격 등)의 균형이 아직 명확히 개선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반면 중·대형 기업은 자금조달 다변화와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투자 타이밍을 선제적으로 포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다.
용어 설명과 이해를 돕는 정보
SLOOS(Senior Loan Officer Opinion Survey): 연준이 분기별로 실시해 발표하는 대출담당 선임 책임자 설문이다. 은행의 대출 기준, 수요 변화, 승인 동향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정성·정량적 자료로 활용된다다.
bp(베이시스 포인트): 금리 등 비율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최소 단위 중 하나로, 1bp = 0.01%포인트를 의미한다. 예컨대 50bp 완화는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했다는 뜻이다다.
C&I 대출(Commercial & Industrial Loans): 기업의 운전자금, 설비투자, 재고자금 등을 위한 상업·산업용 대출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기업 신용리스크와 거시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다.
무역 노출(Trade Exposure): 기업 매출과 비용에서 수출입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 또는 관세·환율 변화에 대한 민감도를 가리킨다. 무역 노출이 높을수록 정책 변동성이 수익성과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다.
정책·시장 함의
연준의 연속 인하에도 불구하고 대출 기준이 완화되지 않는 현상은, 물가·고용에 대한 상충 신호 속에서 은행권의 리스크 내성이 높게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신용의 전달경로가 점진적·제한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다.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되었음에도, 무역 노출이 높은 기업에 대한 보수적 심사가 지속되는 점은, 정책 리스크 관리가 금융기관의 표준 절차로 정착됐음을 의미한다. 수요 회복의 지속성과 신용공급의 제약이 향후 투자·고용의 속도를 좌우할 관건으로 보인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