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비둘기 발언’에 달러 약세…유로·엔·귀금속 강세, 트럼프 추가 관세도 변수

미국 달러 인덱스(DXY)가 1주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밀리며 외환시장은 뚜렷한 달러 약세 흐름을 보였다. 7일(현지시간) 장중 DXY는 -0.61% 하락해 1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로/달러(EUR/USD)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위원 로베르트 홀츠만 오스트리아 총재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계기로 1주 최고치를 찍으며 달러 약세를 더욱 부추겼다.

2025년 8월 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홀츠만 위원은 “ECB가 추가로 금리를 내릴 이유가 더 이상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유럽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추면서 유로 가치를 끌어올린 반면, 달러에는 하방 압력을 가했다. 동시에 최근 미국 고용·PMI 지표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95%까지 치솟았다.

달러 인덱스 차트

미니애폴리스 연은 닐 카시카리 총재와 연준 이사 리사 쿡이 내놓은 비둘기파 발언도 핵심 촉매였다. 카시카리 총재는 “

경제가 둔화되고 있어 가까운 시일 내 연방기금금리를 낮추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쿡 이사는 “지난주 발표된 7월 미국 고용보고서는 우려스럽고, 이런 수정치는 경기 전환점에서 흔히 나타나는 패턴”이라고 평가하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지했다.

연준 인사 공백·신임 인선 가능성…신뢰도 흔들

지난주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가 돌연 사임하면서 연준의 독립성과 정책 일관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새 이사를 지명할 경우, 보다 비둘기파 성향 인사가 임명돼 제롬 파월 의장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달러를 추가로 압박하고 있다.

EURUSD 차트

트럼프발 관세 폭탄…글로벌 무역 긴장 고조

외환시장의 또 다른 변수는 무역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수입한다”는 이유로 인도산 수입품 관세를 현행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1주일 내 반도체·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서 그는 캐나다 일부 품목에 부과한 관세를 25%에서 35%로 올렸고, 8월 7일 0시부터 전 세계 최저 10%·대미 흑자국 15% 이상의 ‘글로벌 관세 최저선’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예고된 관세가 모두 시행되면 미국 평균 관세율은 13.3%에서 15.2%로, 2024년 2.3% 대비 6배 이상 높아진다”고 추산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유로존 경기에도 부담을 줄 수 있어 유로 강세 지속 여부는 불확실하다.

시장 가격·경제 지표 현황

시카고 상업거래소(CME) 연방기금선물은 9월 16~17일 FOMC에서 25bp(0.25%p) 인하 확률을 95%로 반영했다. 10월 28~29일 회의에서도 인하 확률이 68%에 달한다.

반면 유럽 금리선물 스와프는 9월 11일 ECB 회의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12%만 반영해, 미·유럽 간 통화정책 스탠스 차이가 부각됐다.

독일 6월 공장수주는 전월 대비 -1.0%% 감소하며 5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시장 전망 +1.1%). 유로존 6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3%로 예상치와 일치했다.

골드 선물 차트

엔화·귀금속 ‘안전자산’ 랠리

달러/엔(USD/JPY)은 -0.37% 하락했다. 일본 6월 명목임금 상승률이 전년 대비 2.5%(5월 1.4%)로 가속화하며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가 반영됐다. 다만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해 엔화 강세 폭은 제한됐다.

금·은 가격은 달러 약세와 연준 비둘기 기조에 힘입어 혼조 마감했다. 12월물 금 선물은 온스당 1.30달러(-0.04%) 하락했으나, 9월물 은 선물은 0.079달러(+0.21%) 상승했다. 시장은 연준의 조기 완화 전망과 트럼프발 관세·지정학 리스크를 ‘안전자산 수요’로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