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지수(DXY)가 1주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6일(현지 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지수는 전일 대비 -0.37% 하락한 1주 최저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다.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위원 로베르트 홀츠만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가 “추가 인하 필요성을 보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유로/달러 환율(EUR/USD)이 1주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 달러 약세를 부추겼다.
2025년 8월 6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달러를 압박한 또 다른 요인은 최근 발표된 미국 고용·PMI(구매관리자지수)의 부진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닐 카시카리 총재가 “단기적으로 기준금리 인하가 적절할 수 있다”고 밝히자 달러 매도세가 가속화됐다.
달러 약세 배경 ① — 연준 인사 공백 우려
지난 1일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가 전격 사임하면서 연준의 정책 일관성 및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공석이 된 이사직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비둘기파(dovish) 인사를 임명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제롬 파월 의장의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도를 자극하고 있다.
카시카리 총재는 “경제가 둔화되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 연방기금금리를 조정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달러 약세 배경 ② —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향후 일주일 내로 반도체·제약 제품 수입에 대한 미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4일에는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이유로 인도산 제품 관세를 현행 25%에서 “대폭 인상”하겠다고 언급했고, 1일에는 일부 캐나다산 제품 관세율을 35%로 상향하며 세계 각국 제품에 최소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계획된 조치가 모두 시행될 경우 미국 평균 관세율은 과거 2.3%(2024년)에서 15.2%까지 치솟는다. 이는 글로벌 교역 둔화를 초래해 달러의 ‘안전자산’ 매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베팅 — 연준 9월·10월 인하 가능성
페드워치(연방기금선물) 자료에 따르면, 9월 16~17일 FOMC에서 25bp(0.25%p) 인하 확률은 전주 40%에서 94%로 급등했고, 10월 28~29일 회의에서도 64%가량이 인하를 예상한다.
유로화·엔화 등 주요 통화 동향
EUR/USD는 +0.44% 오른 1주 최고치를, USD/JPY는 -0.16% 내린 154엔대 중반을 기록했다. 홀츠만 총재의 매파적 발언은 유로를 끌어올렸으나, 독일 6월 공장수주가 전월 대비 -1.0%로 5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보이며 상승폭을 제한했다.
엔화는 일본 6월 명목임금이 전년 대비 +2.5%로 전월(+1.4%)보다 가속화되며 강세를 보였다. 다만 미국 T-노트(10년물 국채) 금리가 상승해 엔화 추가 강세는 억제됐다. (주: T-노트는 미국 재무부가 발행하는 10년 만기 국채로 글로벌 금리 지표로 활용된다.)
금·은 등 귀금속 혼조…안전자산 수요는 유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 선물은 -0.17% 하락한 반면 9월물 은 선물은 +0.31% 상승했다. 달러 약세와 연준 비둘기 발언은 귀금속에 호재로 작용했으나, 홀츠만 총재의 매파 발언과 미 국채금리 상승이 금 가격을 압박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세계 성장률을 훼손할 우려가 남아 있어 귀금속은 여전히 ‘안전자산’ 프리미엄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 해설
국내외 투자자들은 미국 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가늠하기 위해 9월 고용보고서·8월 소비자물가 등 경제지표를 주시할 전망이다. 연준이 실제로 9월 금리인하에 돌입할 경우, 글로벌 유동성 환경이 완화되면서 신흥국 통화와 원자재 전반으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ECB가 금리동결을 고수할 경우 달러·유로 금리차 축소로 유로 강세 흐름이 심화될 수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폭·적용 시점을 실물경제 변수만큼이나 중요한 ‘정책 불확실성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 관세가 실제로 15% 수준까지 상향될 경우, 2026년 글로벌 교역량은 IMF 추정치 대비 0.6~0.8%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는 월가 추산도 제기된다.
용어 설명
DXY(달러지수) — 미 달러를 유로·엔·파운드·캐나다달러·스웨덴크로나·스위스프랑 등 6개 주요 통화에 대해 가중 평균한 지수로, 달러의 전반적 가치 흐름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다.
매파(Hawkish)·비둘기파(Dovish) — 중앙은행 통화정책 스탠스를 가리키는 용어로, 매파는 긴축·금리인상 지지, 비둘기파는 완화·금리인하 지지를 의미한다.
스왑시장 확률 — 금리파생상품 가격을 통해 시장이 예상하는 중앙은행 금리변동 가능성을 백분율로 나타낸 값이다. 분기별 FOMC·ECB 회의에서 실제 결정이 어떻게 나오는지와 비교해 정책 기대·실현 간 격차를 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