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인덱스(DXY)가 1주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7일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 로베르트 홀츠만의 매파적 발언, 최근 부진한 미국 경제 지표, 그리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완화적(비둘기파) 메시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약세를 보였다.
2025년 8월 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달러 인덱스는 전일 대비 -0.61% 하락한 1주일 만의 저점에서 거래를 마쳤다. 특히 유로/달러(EUR/USD) 환율이 0.75% 급등하며 1주일 최고치를 경신, 달러 약세를 심화시켰다.
홀츠만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ECB가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이 발언은 유로화에 즉각적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며 달러에 대한 매도세를 부추겼다.
Fed 인사들의 완화적 시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의 닐 카시카리 총재는 “미국 경제의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으며, 가깝게는 연방기금금리를 인하할 적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리사 쿡 연준 이사도 “지난 1일 발표된 7월 고용보고서는 우려스러우며, 수정치는 경기 사이클 전환점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카시카리 총재 “경제가 둔화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 기준금리 인하가 적절해질 수 있다.”*
이 같은 발언은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견인했고, 연방기금선물(Fed Funds Futures) 시장은 9월 16~17일 FOMC 회의에서 25bp(0.25%p) 인하 가능성을 95% 반영했다. 10월 28~29일 회의에 대한 인하 기대는 68%로 뒤따랐다.
한편, 지난주 금요일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가 돌연 사임하면서 연준의 신뢰도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졌다. 공석이 된 이사 자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권을 행사하게 되며, 시장에서는 더 완화적 성향의 후보가 임명돼 제롬 파월 의장의 영향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무역정책과 달러 흐름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구매했다는 이유로 인도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전날에는 “향후 1주일 이내 반도체·제약품 수입품에 대한 관세 방안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미 8월 1일에는 일부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35%로 인상하고, 전 세계 모든 국가에 대해 10%의 최소 관세, 대미 무역흑자국에는 15% 이상의 가산 관세를 8월 7일 0시부터 적용한다고 공표한 바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새로운 조치가 모두 시행될 경우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15.2%로 상승해, 발표 전인 2024년의 2.3%와 비교하면 약 6.6배에 달한다. 이러한 보호무역 기조는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를 자극하며 안전자산인 금·은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유로존·독일 경제 지표
유로존 6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3% 증가해 시장 예상과 일치했다. 그러나 독일 6월 공장수주는 전월 대비 -1.0% 감소해 예상치(+1.1%)를 크게 밑돌며 5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유로화 강세를 제한하는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연쇄 관세가 유럽 제조업에 미칠 타격이 조기에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를 실었다.
ECB 정책에 대한 시장 예상도 소폭 변동했다. 스왑시장은 9월 1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12%만 반영해 추가 완화보다는 동결·관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엔화 및 일본 지표
달러/엔(USD/JPY)은 0.37% 하락했다. 일본 6월 명목임금은 전년동월 대비 2.5% 증가해 5월의 1.4% 대비 가속됐지만, 기대치(3.1%)에는 못 미쳤다. 임금 상승은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를 자극하는 재료이나, 국채금리 상승과 전일 공개된 6월 회의 의사록의 ‘조기 양적완화 종료 우려’가 엔화 상승폭을 제한했다.
금·은 가격 혼조세
미 12월물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1.30달러(0.04%) 하락한 반면, 9월물 은은 0.079달러(0.21%) 상승 마감했다. 달러 약세와 연준 인사들의 비둘기 발언은 귀금속 상승 요인이었으나, 홀츠만 총재의 매파 발언·미 국채금리 상승·주식시장 강세가 금값을 눌렀다.
시장에서는 9월 FOMC에서 95% 확률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며, 귀금속을 안전자산으로 재평가하는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발(發) 관세 리스크, 우크라이나·중동 지정학적 긴장도 귀금속의 안전자산 매력을 높이고 있다.
용어 해설
•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다. 연 8회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를 결정한다.
• 달러 인덱스(DXY)는 달러 가치를 6개 통화(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웨덴크로나, 스위스프랑) 대비로 산출하는 지표다. 수치가 낮아지면 달러 약세를 의미한다.
• Fed Funds Futures는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금융선물로, 시장 참가자의 향후 기준금리 전망을 수치화한 것이다.
• 베이시스포인트(bp)는 0.01%p(퍼센트포인트)를 뜻하며, 25bp는 0.25%p에 해당한다.
종합하면, 미국 경제지표 둔화와 연준 인사들의 완화적 언급이 달러 약세를 이끌었고, ECB 매파 발언은 유로화를 지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은 추가적인 글로벌 성장 불확실성을 키우며, 귀금속과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9월 FOMC 회의에서 실제로 금리 인하가 단행될지,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이사로 누구를 지명할지에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