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Fed) 이사 마이클 바르(Michael Barr)는 2월 17일(현지시간) 연준이 인플레이션 완화를 면밀히 관찰하는 가운데 당분간 정책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적절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바르는 추가 금리 인하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나 가능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미국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지속적인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2026년 2월 17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바르는 뉴욕에서 열린 New York Association for Business Economics 모임에서 발표할 연설 원고에서 이러한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연설문에서 “현재의 여건과 확보된 데이터를 근거로 볼 때, 들어오는 데이터와 변화하는 전망, 리스크 균형을 평가하는 동안 당분간 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바르는 이어서 “지금 통화정책의 신중한 방침은 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이를 평가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갖는 것”이라며, “정책금리를 추가로 내리는 것을 고려하기 전에 상품 가격 인플레이션(goods price inflation)이 지속적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는 노동시장 여건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는 상품가격을 끌어올린 관세 압력(tariff pressures)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면서도, 여전히 물가상승 압력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이 높게 유지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면서 “나는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넘어서 지속될 위험을 상당히 높게 보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경계를 유지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바르는 또한 노동시장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 지표들이 이를 가리킨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채용 상황은 “섬세한 균형(delicate balance)”에 놓여 있으며 “노동시장은 특히 부정적 충격에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연준은 단기금리(overnight interest rate) 목표 범위를 0.75%포인트 낮춰 3.5%에서 3.75% 구간으로 인하한 바 있다. 이는 연준이 고용시장의 완화를 지원하면서도 여전히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차입 비용에 충분한 제약을 남겨두려는 의도에서였다고 바르는 설명했다.
바르는 연준이 1월 말 회의에서 금리 목표를 유지했다고 지적하며, 연준 관계자들이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세 체계(트레이드 택스 시스템)를 언급하며, 이로 인해 물가 상승률이 다시 상승하는 경로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연설 후반부에서 바르는 인공지능(AI) 발전이 노동시장과 통화정책 선택에 미칠 영향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AI가 노동시장에 다소 영향을 미치고는 있으나 대체로 고용 수준에 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해고를 주로 발생시키기보다는 기업 내에서의 재배치(re-allocation)를 촉진하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르는 “단기적으로 노동시장에 심각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사회에 상당히 유리한 이득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AI의 도입이 통화정책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지적하며 “장기적으로는 AI가 생산성과 생활수준을 제고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AI 붐이 정책금리 인하의 이유가 되기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용어 설명(독자 참고)
정책금리(policy rate)는 중앙은행이 은행 간 초단기 자금시장에 영향을 주기 위해 설정하는 기준 금리를 의미한다. 연준의 경우 overnight interest rate 또는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s rate)를 통해 통화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 (예: 3.5%~3.75%)
관세 압력(tariff pressures)은 수입품에 부과되는 관세 등이 상품 가격을 올리는 요인을 말한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전반적 물가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
목표 범위(target range)는 연준이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공표한 단기금리의 목표 구간을 뜻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 구간을 바탕으로 단기금리 기대를 형성한다.
정책적 함의와 전망
바르의 발언은 다음과 같은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연준이 명확한 물가 완화 신호을 확보할 때까지는 정책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연준이 단순히 최근 물가 하락만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고, 상품 가격의 지속적 후퇴와 노동시장 안정이라는 두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의미다.
둘째, 연준의 이러한 신중한 접근은 시장의 기대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단기적으로는 미 국채 금리 및 모기지 금리의 급격한 하락 가능성을 낮추고, 기업과 가계의 차입비용이 높은 수준에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주식시장에서는 성장주보다 가치주에 우호적일 수 있으며, 장기 채권 금리는 물가 기대 및 연준의 정책 경로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셋째,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2% 목표를 상당 기간 상회할 위험이 크다는 바르의 언급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안정화하려는 연준의 의지를 보여준다. 만약 상품 가격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후퇴하지 않고 노동시장도 강세를 보인다면, 연준은 금리 인하 대신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추가적인 긴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
넷째, AI 도입과 관련한 바르의 견해는 통화정책의 구조적 변수 변화를 시사한다. AI가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여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경우, 이는 같은 인플레이션 수준에서도 금리 수준의 재평가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바르가 지적했듯이 AI 자체가 곧바로 금리 인하의 명확한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정책 시나리오(예상)
단기 시나리오: 향후 몇 개월간 연준은 금리 동결 스탠스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연준의 데이터 의존성(data dependence)을 반영하며, 물가 지표와 고용 지표의 추가 약화를 관찰할 것이다.
중기 시나리오: 상품가격 인플레이션의 지속적 완화와 고용지표의 안정이 동시에 확인될 경우 연준은 서서히 금리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 다만 바르가 언급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금리 인하는 지연될 것이다.
비관적 시나리오: 인플레이션이 2% 근처로 내려오지 못하거나 다시 상승하면 연준은 금리 인하를 미루고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고려할 수 있다. 이는 장기금리 상승과 위험자산의 조정 압력을 유발할 수 있다.
결론
마이클 바르의 발언은 연준이 데이터에 기반한 신중한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증거를 보고자 하며, 노동시장의 안정성도 금리 경로 결정에서 중요한 고려요인이라고 강조했다. AI의 영향은 장기적 관점에서 생산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으나, 단기적으로 통화정책을 완화해야 할 명확한 이유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