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지수(DXY00)가 22일(현지시간) 1.5주 만의 최고치로 상승하며 0.41% 오른 바를 기록했다. 이번 상승세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매파적(hawkish) 발언과 미국 경제지표의 깜짝 호조가 맞물린 결과다.
2025년 8월 2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제프리 슈미트 총재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노동시장 위험보다 약간 더 크다’며 ‘완만하게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여전히 적절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클리블랜드 연은의 베스 해맥 총재도 ‘내일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일이라면 금리 인하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슈미트 총재 ― ‘인플레이션 위험은 여전히 높다.’
해맥 총재 ― ‘금리 인하를 뒷받침할 데이터가 없다.’
이처럼 매파적 시각이 강화되자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안전자산 수요가 급격히 유입됐다. 여기에 8월 미국 S&P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3.3으로 시장 예상치(49.7)를 훌쩍 웃돌며 3년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고, 7월 기존주택 판매도 전월 대비 2.0% 증가한 401만 건으로 깜짝 반등해 달러 강세에 힘을 보탰다.
반면 미국 노동시장 지표는 혼조세를 보였다. 17일 마감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3만5천 건으로 2개월 만의 최고치, 계속 청구건수는 197만2천 건으로 3년 9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해 고용 둔화 우려를 자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시 약세가 심화되면서 투자자들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달러를 추가 매수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개인 모기지 두 건과 관련된 조사 이유로 리사 쿡 연준 이사의 사임을 요구한 점이 ‘연준 독립성 훼손’ 논란을 키우며 달러에 불확실성을 부여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오히려 안전자산 선호를 부추겨 단기적으로 달러 수요를 뒷받침한 것으로 해석했다.
연준이 금리 인하로 선회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연방기금선물(Federal Funds Futures) 시장은 9월 16~17일 FOMC 회의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72%로, 10월 28~29일 회의에서 추가 -25bp 인하 가능성을 49%로 각각 반영하고 있다.
유로화·엔화 동향
유로/달러 환율(EUR/USD)은 달러 강세 영향으로 0.36% 하락하며 1주 최저치를 경신했다. 같은 날 발표된 유로존 8월 소비자신뢰지수가 –15.5로 4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점도 유로 약세 요인이 됐다. 다만 8월 유로존 S&P 제조업 PMI가 50.5로 3년 만에 가장 강한 확장세를 보였고, 합성 PMI도 15개월 만의 고점인 51.1을 기록하며 낙폭을 일부 제한했다.
지정학적으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우크라이나 안보보장 등에 러시아의 입장이 반영돼야 한다’고 언급한 데 따라 러·우 전쟁 장기화 우려가 재차 고개를 들었다. 벤스 미국 부통령이 양국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내비친 가운데, 결과에 따라 관세·유가·유럽 안보 변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스왑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9월 11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확률을 3%로 미미하게 반영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USD/JPY)은 0.71% 상승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미국발 관세 리스크가 일본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지며 엔화 매도세가 강화됐다. 8월 일본 S&P 제조업 PMI는 49.9로 전월 대비 1.0포인트 상승해 엔화 약세를 다소 완충했다.
귀금속 시장
12월물 금 선물은 온스당 6.90달러(0.20%) 하락한 반면, 9월물 은 선물은 0.306달러(0.81%) 상승해 혼조세를 보였다. 달러 지수 급등과 글로벌 국채금리 상승,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이 금 가격을 압박한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노동지표 둔화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준 인사 압박이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하며 금값 하락폭을 제한했다. ETF(상장지수펀드) 내 금 보유량이 2년 내 최고치, 은 보유량이 3년 내 최고치로 늘어난 점도 귀금속 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용어·배경 설명
• ‘연방기금선물’은 시장 참가자들이 연방기금금리(미국 은행 간 초단기 금리)의 향후 수준을 예측해 거래하는 파생상품이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연준의 정책금리 경로를 간접적으로 가늠한다.
• ‘매파(hawkish)’란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정책을 선호하는 입장을 말하며, 반대로 ‘비둘기파(dovish)’는 성장·고용을 중시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호한다.
• PMI(Purchasing Managers’ Index)는 제조업·서비스업 구매관리자들이 향후 6개월간 생산·고용·주문 등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설문해 산출한 지표로, 50을 넘기면 경기 확장국면, 50 미만이면 수축국면을 의미한다.
기자 시각
최근 달러 강세는 노동시장이 둔화하더라도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방점을 찍은 연준의 의지가 견조하다는 신호로 읽힌다. 특히 8월 PMI가 예상을 깨고 확장세를 보인 점은 ‘미국 경제 연착륙’ 시나리오를 부추겨 달러화의 펀더멘털을 지지한다. 다만 고용지표 악화 조짐과 정치적 변수(연준 독립성 논란)가 맞물려 향후 달러 변동성은 확대될 소지가 있다. 투자자들은 경제지표와 연준 인사 발언, 그리고 9월 FOMC 결과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