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매파 발언에 달러지수 반등… 금·은 가격 동반 하락

[뉴욕 외환·원자재 시장] 3일(현지시간) 달러지수(DXY)는 장 초반 약세를 딛고 0.11% 상승한 채 마감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로리 로건 총재시카고 연은의 오스턴 굴스비 총재가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이른바 ‘매파적(hawkish)’ 발언을 내놓으면서 숏커버링이 촉발된 결과다.

2025년 10월 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이틀째 지속되던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연준 인사들의 강경 발언과 함께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재조정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달러지수 차트

주목

정부 셧다운·고용 지표 부진이 달러 약세를 자극
셧다운 여파와 더불어 고용시장 둔화 신호도 달러의 초기 하락을 부추겼다. 민간 고용조사업체 챌린저·그레이·크리스마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9월 미국 기업의 감원 발표는 전년 동월 대비 25.8% 감소한 54,064건이었지만, 올해 1~9월 누적 감원 계획은 946,426건으로 202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규 고용 계획은 20만 5,000건에 그쳐 2009년 이후 가장 부진했다.

로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아직 2% 목표를 상회하고 있다”면서 “정책 정상화 속도를 다소 늦춰서라도 확실히 2%에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굴스비 총재 역시 “미국 경제는 여전히 ‘상당히 견조하게(pretty solidly)’ 성장하고 있다”며 “금리 인하를 서두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기대와 연준 시그널의 엇갈림
파생상품 시장(스왑)에서는 10월 28~29일 FOMC에서 25bp(1bp=0.01%p) 금리 인하가 이뤄질 확률을 98%로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두 총재의 발언이 전해지자 단기물 금리는 빠르게 상승했고, 달러 매도 포지션에는 대규모 손절매가 나타났다.

유로/달러 차트

유로화 약세 전환… 유로존 실업률이 변수
유로/달러(EUR/USD) 환율은 0.06% 하락했다. 장 초반에는 유럽중앙은행(ECB) 이사회 위원 마르틴 카작스가 “현재의 금리 수준이 적절하다”고 언급하면서 반등했으나, 달러 반등과 유로존 고용 부진이 무게를 눌렀다. 8월 유로존 실업률은 예상치(6.2%)를 상회하는 6.3%로 올라 노동시장 냉각을 시사했다. 시장은 ECB가 10월 30일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확률을 1%로만 보고 있다.

주목

달러/엔 차트

엔화, BOJ 매파 시그널에도 되돌림
달러/엔(USD/JPY)은 0.06% 상승 마감했다. 일본 9월 소비자심리지수는 35.3으로 9개월 만에 최고치(예상 35.2)를 기록했고, 우치다 BOJ 부총재는 “경제·물가 전망이 실현되면 정책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에 10년물 일본국채 금리는 17년 만의 최고치인 1.674%까지 치솟았다. 그럼에도 달러 반등이 엔화 강세를 상쇄하면서 엔화는 소폭 약세로 돌아섰다.

금·은 가격, 기록 경신 뒤 급락
12월물 금 선물은 온스당 29.40달러(0.75%) 내렸고, 12월물 은 선물은 1.31달러(2.75%) 떨어졌다. 전날 최근월물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 3,891.90달러를, 은 가격이 14년 만의 고점을 각각 경신한 직후라 차익실현 물량도 많았다. 달러 반등과 각국 중앙은행의 매파 기조가 귀금속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안전자산 수요는 여전히 유효
미 정부 셧다운이 길어지면서 불확실성 해소 전까지 금·은에는 안전자산(bsafe haven) 매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 ETF 보유량은 수요일 기준 3년 만의 최대치로 늘었고, 은 ETF도 같은 날 3년래 최대 수준으로 증가했다.

전문가 해설: ‘매파’와 ‘도비’ 그리고 ‘bp’
시장 보고서를 읽다 보면 매파(hawk)·도비(dove)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매파는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두어 금리 인상에 적극적인 입장, 도비는 경기 부양을 중시해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태도를 뜻한다. 또한 bp(basis point)는 ‘0.01%포인트’라는 미세 단위로, 중앙은행의 정책변화를 정밀하게 설명할 때 사용된다.

기자 관전평
최근 미국 경제지표는 고용과 소비 모두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시장은 10월 FOMC에서 금리 인하를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으나, 로건·굴스비 총재의 발언은 연준 내부 의견이 결코 단일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만일 인하가 연기된다면 달러 강세가 한동안 유지될 공산이 크고, 그 여파로 신흥국 환율과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연준이 시장 기대를 따를 경우, 달러 약세·금 강세가 재점화될 수 있어 남은 3주간 발표될 물가·고용 지표가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