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독립성 우려에 달러 강세…日 선거·관세 협상 불안까지 겹쳐

[외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제롬 파월 연준 의장 거취 발언이 다시 불거지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상승 압력을 받았다. 동시에 일본 조기 상원 선거와 미·일 통상 협상이 겹치면서 엔화는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2025년 7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달러 인덱스는 전일 대비 0.44% 상승해 유로화 대비 1.1600달러 선을 회복했다. 이는 전날 늦은 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월 의장 해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힌 직후 급등했던 수준과 거의 동일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 시점에서 파월을 해임할 계획은 없으나 임기는 2026년 5월 만료, 금리를 충분히 내리지 않는다면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는 금리가 “1% 이하”로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연준에 대한 공세를 이어왔다. 이에 따라 “연준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 안전자산 선호 대신 달러 매수세가 나타나는 역설적인 흐름이 연출됐다.


ING의 외환 전략가 프란체스코 페솔레는 “유로/달러 환율이 전날 급락분을 거의 모두 반납했음에도 시장은 트럼프 리스크를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 상태”라며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유럽 통화 외에도 엔화는 미 달러 대비 148.73엔으로 0.6% 하락, 4월 3일 이후 최저치를 다시 시험했다. 유로/엔 환율은 172.27엔으로 장중 173.24엔(2024년 7월 12일 이후 최고가)을 찍고 소폭 되돌렸다. 한편 영국 파운드화는 1.3395달러로 0.2% 하락했다.

[日 정치·무역 변수]
엔화 약세에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이끄는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20일 상원(참의원) 선거에서 과반을 잃을 수 있다는 여론조사가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동시에 양국 통상협상을 담당하는 모치즈키 고이치 일본 측 수석협상대표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관세 유예(7월 9일 종료) 연장을 두고 전화 협의를 진행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8월 1일 미국발 관세 인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기타 무역 파트너들도 보복 조치를 검토할 가능성”을 주시 중이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도쿄지점의 바트 와카바야시는 “선거·관세·미·일 관계를 감안하면 엔화를 팔아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원자재 및 오세아니아 통화]
호주달러(AUD)는 0.646달러로 1% 급락해 3주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6월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실업률이 2021년 말 이후 최고치를 찍은 탓이다. 뉴질랜드달러(NZD)도 0.59140달러로 0.54% 하락했다.

ANZ은행 외환리서치 총괄 마자빈 자만은 자사 팟캐스트에서 “연준이 더욱 완화적(비둘기파적) 스탠스로 선회할 경우, 미국 국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전환되고 달러 가치는 현재 예상보다 더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 독립성 훼손 여부가 최대 변동성 촉매”라고도 덧붙였다.


[경제지표 대기]
시장 참가자들은 17일 발표될 6월 미국 소매판매5월 국제자본유입(TICs) 통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TICs는 미국 재무부가 집계하는 외국인 국채·주식·회사채 순매수 규모를 뜻하며, 외국인 자금 흐름의 바로미터로 활용된다. ING의 페솔레는 “관세 갈등이 해외 투자자의 미 국채 이탈을 촉발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용어 설명]
연준 독립성(Fed Independence): 중앙은행이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게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원칙.
TICs(미 재무부 국제자본통계): 미국 내·외국인 간 장단기 금융자산 거래를 집계한 지표로, 자본 유출입 추이를 가늠하는 데 쓰인다.
비둘기파(Dovish)/매파(Hawkish): 완화적·긴축적 통화정책 성향을 일컫는 시장 은어다.

전망 및 분석
단기적으로는 ‘파월 해임 가능성’ 발언이 달러 강세·주가 혼조·채권 수익률 변동성 확대라는 전형적 위험자산 경로를 재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선거 결과와 관세 시한이 가시화되면, 엔화·호주달러 등 대(對)달러 약세 흐름이 추가로 심화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책 불확실성이 완화 전까지는 스팟 포지션보다 옵션·헤지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