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데일리 총재 “내달 기준금리 50bp 인하, 시급하지 않아”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인 메리 C. 데일리(Mary C. Daly)가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0bp(0.50%포인트) 규모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2025년 8월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데일리 총재는 전날 WSJ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50bp 인하라는 숫자는 노동시장에 대해 지나친 긴급성(urgency)을 시사할 수 있다“며 “노동시장의 견조함을 감안할 때 연준이 ‘따라잡기(catch-up)’를 해야 할 만큼 뒤처져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참고로 1bp(basis point)는 0.01%포인트를 의미한다. 미국 연준은 통상 25bp(0.25%포인트) 단위로 기준금리를 조정해 왔으며, 50bp 조정은 시장에 ‘비상’ 신호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 데일리 총재 발언의 맥락과 시장 반응

데일리 총재는 “나는 아직 노동시장의 강도를 신뢰하고 있으며, 현재의 경제 모멘텀이 50bp라는 대규모 인하를 정당화할 만큼 약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고용상황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정책 기조를 급격히 전환할 필요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연준 고위 인사가 시장의 ‘과도한 완화 기대’를 공개적으로 제어한 것은, 최근 몇 달 사이 금융시장에서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와 금리 인하 기대가 동시에 부상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일부 투자자들은 9월 회의에서 25bp가 아닌 50bp 인하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지만, 이번 발언으로 이러한 기대가 한층 누그러들 가능성이 있다.


■ 50bp 인하와 25bp 인하가 갖는 함의

50bp 인하는 연준이 경기 둔화 또는 금융 시스템 불안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강력한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25bp 인하는 “점진적 조정”이라는 인상을 준다. 데일리 총재의 발언은 후자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읽히며, 이는 향후 통화정책 경로가 ‘인내심(patience)’과 ‘데이터 의존(data-dependence)’에 기반할 것임을 시사한다.

“나는 단 한 차례의 지표로 통화정책을 크게 조정하기보다, 여러 데이터 흐름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접근을 지지한다.” — 메리 C. 데일리 총재*WSJ 인터뷰 중*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발언을 통해 “급격한 완화 기대는 섣부르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즉, 9월 회의에서 25bp 인하마저 무산될 가능성은 낮지만, 50bp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도 위험하다는 의미다.


■ 전문가 관점: 연준 내부 ‘온건파’와 ‘매파’ 사이

기자 해설▸ 데일리 총재는 대체로 ‘중도적 온건파(centrist)’로 분류된다. 따라서 그녀의 발언은 연준 내부 다수 의견을 비교적 정확히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만약 보다 강경한 ‘매파’가 아닌 인사가 50bp 인하를 부정적으로 본다면, 진영 전체가 50bp 인하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FOMC 최종 결정권은 ‘의장단’과 ‘투표권을 가진 위원들’에 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연은은 실리콘밸리, 서부 물류, 항만·무역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만큼, 노동·소비 전망에 대해 나름의 선행적 시각을 제공한다. 따라서 시장은 데일리 총재의 코멘트를 ‘지역경제 체감도’를 보여주는 리딩 인디케이터로 활용한다.


■ 노동시장 강도 vs 인플레이션 목표

최근 발표된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지표는 실업률 4% 미만을 유지하고 있으며, 임금상승률도 연 4%대를 꾸준히 나타내고 있다. WSJ 인터뷰에서 데일리 총재는 “임금 상승 압력이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하지 않는 한, 점진적 완화 방식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연준의 궁극적 목표(물가 안정·완전 고용) 사이 조율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가리킨다. 즉, 물가가 2% 목표에 안정적으로 수렴하기 전에는 ‘선제적 대폭 인하’보다 ‘데이터 확인 후 점진적 인하’가 우선한다는 메시지다.


■ 향후 변수와 시장 전략

향후 시장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8월과 9월 초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CPI), 고용보고서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경우 25bp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째, 데이터가 견조하게 유지되면 연준은 ‘동결 후 관망’ 전략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이는 단기 금리와 장기 채권금리의 완만한 역전(인버전) 해소를 지연시킬 수 있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데일리 총재의 발언은 채권 듀레이션을 공격적으로 늘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달러화는 ‘실질금리 프리미엄’을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이머징 마켓 통화에 단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 결론

데일리 총재의 코멘트는 “연준이 노동시장 지표와 인플레이션 추이를 좀 더 확인한 뒤 단계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기존 시각을 재확인한 셈이다. 50bp 인하 기대가 과도했다는 시장의 ‘리얼리티 체크’가 이뤄진 만큼, 9월 FOMC 회의 전까지 발표될 각종 경제 지표가 정책 경로와 시장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