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대형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모델·시나리오 전면 공개 추진

워싱턴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핵심 감독 수단으로 자리 잡은 대형은행 스트레스 테스트모델과 시나리오를 일반에 공개하고, 시장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했다.

2025년 10월 2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연준 이사회는 이날 늦게 해당 제도 개편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연준은 그동안 매년 6월께 모의 경기 침체 시나리오를 적용해 대형 은행들의 자본 건전성을 시험해 왔으나, 내부 모델과 변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제안은 그 폐쇄성을 완화하려는 첫 전면적 시도다.

“스트레스 테스트의 투명성을 높여 은행과 투자자, 소비자 모두가 규제 과정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이 목적”이라고 연준은 설명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무엇인가

주목

스트레스 테스트는 경제가 가상의 심각한 침체에 빠졌다고 가정했을 때 은행 자본이 어느 정도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제도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도입됐으며, 대형 은행은 테스트 결과에 따라 추가 자본 적립(capital buffer)을 요구받는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배당·자사주 매입 제한 등 경영 자율성이 축소된다.

그간 금융권에서는 “연준이 어떤 변수로 손실을 산출하는지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특히 자산 가격 하락률·실업률 가정·신용스프레드 같은 세부 입력치가 비공개라, 은행들은 자체 모델링으로 대응해왔다. 이번 개편안은 이러한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겠다는 의미다.


제도 개편안의 주요 골자

연준은 ① 모델 구조·가정·데이터 출처를 공개하고 ② 공개 후 60일간 시장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며 ③ 필요 시 매년 모델을 수정·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시나리오 설계 과정에서 물가 충격, 공급망 교란, 지정학적 리스크 등 새로운 거시 리스크 요인을 반영할 수 있는 ‘모듈식 프레임워크’를 도입할 예정이다.

주목

연준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인 마이클 바(Michael Barr)는 “투명성 제고는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금융시장의 안정성에 기여할 것”이라며 “모델이 공개되더라도 은행이 단순히 ‘답안’을 맞추는 식으로 위험을 회피하기 어렵도록 정교한 검증 체계를 병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시장과 업계 반응

미국은행협회(ABA)는 즉각 환영 성명을 내고 “시장의 신뢰를 높이고 중복 규제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부 소비자 단체는 “과도한 투명성은 대형은행에만 유리한 ‘게임의 룰’을 만들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단기적으로는 자본비용 불확실성이 완화되나, 장기적으로는 연준이 모델을 지속 수정할 경우 은행의 예측 가능성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취약점이 드러난 은행은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해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다만 모델이 투명해지면 잠재 리스크가 조기에 노출돼 시장 충격을 흡수할 완충 장치가 생길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존재한다.


향후 일정과 전망

연준 이사회가 이날 저녁 개편안을 통과시키면, 2026년도 스트레스 테스트부터 새 규칙이 단계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연준은 내년 1분기까지 구체적 공개 범위와 의견 수렴 절차를 확정 짓고, 4월까지 최종 시나리오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복합 위기 상황을 가정한 다중 시나리오가 도입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예컨대 “고물가·고금리·저성장”이 동시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모델이 추가되면, 실물경제 충격 전이 경로를 더욱 면밀히 시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 시각

기자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금융 IT 컨설턴트들은 “모델 공개로 은행 내부 리스크 관리 시스템 업그레이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미 글로벌 시스템적 중요은행(G-SIB)들은 머신러닝을 활용해 자체 스트레스 시나리오를 구축하고 있어, 규제·테크 융합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ESG 리스크, 사이버보안 사고 등 비재무적 위험을 정량화해 자본 요건에 반영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는 전통적 신용·시장·운영 리스크 중심의 프레임을 넘어, 광범위한 시스템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의미와 과제

이번 개편안은 규제 투명성을 확대하고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모델이 지나치게 상세히 공개될 경우, 일부 금융기관이 손쉽게 ‘규제 우회 전략’을 설계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연준이 강조한 ‘정교한 검증 체계’가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할지가 관건이다.

요컨대 스트레스 테스트의 본질은 ‘예측’이 아니라 ‘회복 탄력성’에 있다. 금융 시스템이 충격을 흡수할 충분한 자본을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위기 발생 시 신속한 대응 체계를 마련했는지가 핵심이다. 연준의 이번 조치가 그 목표를 얼마나 충족시키는지는 향후 몇 년간의 테스트 결과와 실제 금융시장 안정을 통해 평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