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 ‘금리’보다 ‘대차대조표’가 중요한 시대
2025년 10월 FOMC를 앞두고 미국 2년물 국채금리가 하루 새 상단을 뚫고 올라갔다가 상설 레포 기구(SRF) 개입 직후 다시 진정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시장은 즉각 “QT(양적 긴축) 한계가 드러났다”고 반응했다. 사실상 2023년부터 진행된 QT 피로 누적이 레포 시장·단기 유동성·TIPS 가격까지 흔들며, ‘연준 대차대조표(Balance Sheet)’가 정책금리 못지않게 거시 변수로 부상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1. 대차대조표 축소의 현주소: 숫자로 보는 ‘축소 피로도’
| 구분 | 2022.3 (QT 시작) | 2025.10 현재 | 변화폭 |
| 총자산 | $8.96T | $6.94T | ▲ $2.02T 축소 |
| 국채보유 | $5.77T | $4.32T | ▲ $1.45T |
| MBS 보유 | $2.72T | $2.02T | ▲ $0.70T |
| 은행 준비금 | $3.96T | $2.92T | ▼ $1.04T |
* 출처: 연준 H.4.1 주간 자산·부채표, 2025.10.23 기준
연준 자산이 두 차례 QE 이전 수준(약 4조 달러)까지 내려가려면 아직 3조 달러가 남았다. 문제는 ‘마지막 1조 달러’가 시스템 균열을 일으키는 임계 영역에 근접했다는 사실이다.
- 레포 금리 급등 — 2025년 10월 중순 GC레포 금리 5.54% → 5.73%(정책 상단 +8bp)
- SRF 사용 — 설립 후 4주 연속 가동, 일중 최대 $124bn
- TIPS 가격 변이 — CPI 발표 공백(셧다운) 우려와 맞물려 10년물 BEI(손익분기 인플레) 변동성이 3년래 최고치
2. 유동성 구조의 세 갈래 균열
- 재무부 발행 폭증 vs. MMF 자금 이동
부채한도 협상 타결 직후 TGA(일반계정) 복원 과정에서 $1.2T 규모의 T-bill이 쏟아졌다. MMF(머니마켓펀드)는 RRP 잔고를 줄이며 T-bill 매입에 몰렸고, 그만큼 레포 시장 공급이 축소됐다. - ‘의무 준비금’과 ‘안전 준비금’의 괴리
경제학 교과서상 준비금 요건은 0.0%~10.0% 수준이지만, 2019년 9월과 2023년 3월(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을 거치며 시장은 3조 달러대 ‘안전 마지노선’을 학습했다. 2025년 10월 초 2.9T 달러로 하회하자 레포 금리가 즉각 반응했다. - 헤지펀드 상대 레버리지 파생
10년·30년 미 국채 스프레드 거래를 위해 차입한 레포 포지션이 $1T를 넘는다. 담보(국채) 공급이 늘 때마다 레포 금리 스파이크·SRF 의존·SOFR 변동성이 동시다발로 발생, ‘유동성 프랙처(liquidity fracture)’를 가속한다.
3. 세 가지 정책 시나리오와 거시·시장 파급

| 시나리오 | 총자산 축소 속도 | 10y 금리 | S&P500 12M 전망 | 레포·SRF 스트레스 |
| A. 즉각 중단 | 2025.12 0▲/월 | ▲ 25bp↓ | 5,800p(+12%) | 완화 |
| B. 속도 50% 감속 | 국채 30B→15B | △ ±10bp | 5,400p(+5%) | 간헐적 |
| C. 현행 유지 | 국채 30B MBS 17.5B |
▲ 20bp↑ | 4,900p(–4%) | 심각 |
* 금리·지수는 이중석 추정, 조건: 2026E EPS 275$, PER 18~21배
향후 3년(2026년까지) 자산 배분 시 “시나리오 A·B 확률 70%, C 확률 30%”를 기본값으로 두되, SRF 및 레포 스프레드 지표를 월간으로 체크할 필요가 있다.
4. 자산군별 장기 영향도
① 국채·TIPS
- 10년물 수익률 상단 5.25% → QT 완화 시 4.25%대 안착, 실질금리 1.0% 내외로 회귀
- TIPS: CPI 공백·임시지수 혼선 종료, BEI(손익분기 인플레) 2.3%~2.4%로 정상화 예상
- 전략: 시나리오 A·B에서 7~10년물 TIPS Ladder + 3M Bill 롤링
② 크레딧·하이일드
은행대출 스프레드 SOFR+260bp → QT 감속 시 230bp, 중단 시 200bp 예상. 레버리지론 발행이 반등하면 클로(CLO) 2차 시장 유동성도 개선.
③ 주식
- 성장주 프리미엄(PER>25배) 유지 조건: 실질금리 1.2% 이하
- 금민감주(부동산·고배당·유틸리티) 리밸런싱 타이밍: 2년물 금리 4.0% 하회 구간
- ETF 아이디어
국채 래더:VGIT+TIP
금리 민감 리츠:VNQ(단, 200일선 상향 돌파 확인 후)
④ 부동산·모기지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 6.3% → 5.5%대 진입 시 리파이낸스 재가동, 주택 신축·리모델링 CAPEX 반등 → 주택 건설주 ITB + 건축자재 XHB 로테이션.
5. Fed-Balance-Sheet Watch List (2025~2026)
- SRF 이용 빈도·규모 — 월 $100bn 상회 시 구조적 경색 신호
- 2년물 vs. IOER 스프레드 — 음전환 지속 여부
- RRP 잔고 — $200bn 하회 시 유동성 저수지 고갈
- TGA 잔고 — 주간 발행 스케줄 급증 구간 모니터
- MMF 자금·T-bill 수익률 곡선
6. 이중석의 전략적 제언
① “대차대조표는 두 번째 기준금리”
투자자는 2026년까지 ‘자산 압축 속도’가 ‘점도표’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포트폴리오 모델에 내재화해야 한다.
② 유동성 스택(3-Layer)
Layer1: 3M T-bill·MMF
Layer2: 5~10년 TIPS·IG 크레딧
Layer3: 주식·리츠·하이일드
QT 중단→Layer2·3 확대, 현행 유지→Layer1 비중 30% 이상 권고
③ 리스크 헤지
SOFR 옵션 → 레포 스파이크 헷지
금·비트코인 소액 → 시스템 스트레스 tail hedge
④ 알고리즘·모델 업데이트
주요 퀀트 모델(CTA, Risk-Parity)은 Realized Liquidity Factor 변수를 추가할 시점이다.
7. 에필로그 ― ‘누가 수도꼭지를 잠그는가’
2008년 금융위기는 과잉 레버리지가 ‘파열음(POP)’을 낸 사건이었고, 2019년 레포 쇼크는 ‘배관 막힘(CLOG)’이었다. 2025~2026년 우리는 ‘유동성 피로(Liquidity Fatigue)’라는 세 번째 변형을 목도하고 있다. 수도꼭지(연준 대차대조표)를 얼마나 천천히 잠그느냐가 미국 경제와 글로벌 자산 시장을 가르는 1차 방정식이 됐다. 연준이 QT 속도를 조절한다면, 시장은 “금리 1차 함수 + 유동성 2차 함수“를 따라 완만한 소프트랜딩 경로를 그릴 수 있다. 반대로 QT 고집은 ‘수도관 균열’로 이어져 유동성 쇼크를 낳을 수 있다.
투자자는 더 이상 FOMC = 금리만 바라보는 회의
라는 관성을 버리고, 대차대조표 슬라이드 10페이지에 시선을 고정해야 한다. 그것이 2026년까지 리스크를 줄이며 기회를 잡는, 그리고 ‘시장의 파도’를 미리 읽는 유일한 길이다.
이중석 /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