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시장이 사상 최대 7조6천억 달러 규모의 머니마켓펀드(단기금융펀드) 자금과 마주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곧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거대한 유동성이 어디로 흘러갈지에 대한 논쟁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2025년 9월 12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연준은 1년 만에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으며, 일부 투자자들은 최대 50bp(0.50%p) 인하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금리가 내려가면 머니마켓펀드의 수익률은 점차 하락하고, 현금성 자산을 굳이 보유할 유인이 약해진다는 논리가 투자자 사이에서 힘을 얻는다.
그러나 머니마켓 데이터 전문업체 크레인데이터(Crane Data)의 피터 크레인 대표는 「월 스트리트가 꿈꾸는 ‘현금의 벽(wall of cash)이 주식시장 랠리를 촉발한다』라는 가설에 회의적이다. 그는 “금리는 중요하지만, 대중이 생각하는 것보다 덜 중요하다”며 “머니마켓펀드 자산은 거의 항상 증가해 왔고, 오히려 0%대 초저금리·경제위기 때만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고용·물가 지표가 연준 결정을 재촉
8월 미국 고용보고서는 노동시장이 냉각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실업률 급등 전에 선제적인 완화가 필요하다는 우려를 키웠다. 같은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 2.9%로, 목표치(2%)를 웃돌지만 추가 긴축을 정당화할 만큼 강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시장은 9월 FOMC에서 최소 25bp 인하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전미투자회사협회(ICI)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셸리 안토니에비츠는 CNBC ‘ETF Edge’에서 “고용보고서가 금리 인하 필요성을 확증했다”며 “연준이 인하 사이클에 들어서면 7조 달러 상당의 머니마켓 자금 중 일부가 점진적으로 주식·채권 등 위험자산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TF 시장의 ‘새 판’ 예고
SEC(증권거래위원회)는 모든 뮤추얼펀드에 ETF 주식클래스 도입을 허용할지 검토 중이다. ICI에 따르면 이미 70개 운용사가 면제 승인을 신청했으며, 수백 개 펀드가 ETF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현금 회전을 노리는 자산운용업계 경쟁을 더욱 가열시킬 전망이다.
“이 모든 주장이 맞다 하더라도, 머니마켓펀드 잔고는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 피터 크레인, 크레인데이터 대표
그는 머니마켓 자금의 60%가 기업·기관 자금이며, 이들은 어떤 금리 환경에서도 쉽게 주식시장으로 뛰어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 머니마켓펀드(MMF): 만기가 짧은 국채·기업어음 등에 투자해 비교적 안전하면서도 은행 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단기금융상품.
• bp(베이시스포인트): 금리 등락을 나타내는 최소 단위로, 1bp는 0.01%p다.
연준이 1%p(100bp) 이상 인하하지 않는 한, 크레인은 머니마켓 수익률이 3%대로 내려가도 대규모 자금 이탈은 ‘꿈같은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은행 예금금리가 평균 0.5%에 불과해 여전히 MMF 대비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 관점에서도, 평균 잔고가 5,000달러 수준인 경우 1%포인트 수익률 변동이 100달러 차이에 불과하다. 크레인은 “수익보다 고민에 들어가는 시간이 돈값보다 비쌀 수 있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
스트래터거스애셋매니지먼트의 토드 손 ETF 전략가는 MMF 금리가 3% 초반으로 내려가면 세후 수익이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험 허용도가 높다면 2~5년 만기 국채 ETF로 기간(듀레이션) 위험을 감수하고, 변동성을 분산하려면 ‘채권 래더 ETF’를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주식 비중 확대를 고려할 때 손 전략가는 이미 빅테크 비중이 높은 투자자라면 스몰·미드캡이나 해외주식 ETF로 포트폴리오의 ‘빈틈’을 채우라고 권했다. 이는 S&P500 시가총액의 40%를 상위 8개 테크기업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산 효과를 노릴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단기·장기 영향 구별 필요
MMF의 가중평균만기(WAM)가 약 30일이므로, 연준이 다음 주 전격 인하에 나서더라도 MMF 수익률은 한 달간 기존 고금리를 유지한다. 반면, 국채 수익률은 즉각 하락해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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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AI 기자 의견
① 2000년대 초·2008년 금융위기와 달리, 이번 인하 사이클은 인플레이션 관리에서 경기 연착륙으로 초점이 이동했다.
② 현금의 급격한 이동보다 ‘완만한 자산 재배치’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시장 변동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③ ETF 주식클래스 허용 여부는 자산운용업계 경쟁 판도를 바꿀 수 있으며, 국내 운용사도 비슷한 규제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