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발—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 주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인민은행(PBOC)은 경기 부양과 주식시장 과열 방지라는 상충 과제 사이에서 쉽지 않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2025년 9월 12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책당국은 고용·사회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급격한 성장 둔화를 막아야 하는 동시에, 2014~2015년 무분별한 완화와 개인투자자 열풍 끝에 빚어진 증시 붕괴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이중 목표에 직면했다.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연준은 9월 16~17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낮출 가능성이 크며, 연말까지 두 차례 추가 인하가 점쳐진다. 반면, 중국 7일물 역레포 금리는 올해 10bp(0.10%p) 인하된 1.40%로 이미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해 있어, 추가 카드를 꺼내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연준의 인하는 중국 통화정책에 완화 여력을 주긴 하지만, 반드시 동시 대응할 필요는 없다.”
익명을 요구한 정책부처 관계자는 “중국 증시가 뜨거운 상황에서 금리를 더 내리면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Ting Lu 노무라증권 중국수석이코노미스트 역시 “증시 랠리가 지속된다면 PBOC가 즉각 따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며, “추세가 조정될 경우에만 10bp 수준의 소폭 인하를 검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심 지표와 정책 여력
올해 들어 중국은 7일물 역레포 금리 10bp 인하, RRR 50bp 인하 등 제한적 완화만 단행했다. 현재 가중 평균 RRR은 6.2%로,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2018년 초(약 15%) 대비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RRR은 시중은행이 예금 중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비율로, 인하 시 유동성이 늘어 대출 여력이 커진다. 역레포(reverse repurchase)는 은행에 단기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공개시장 운용 수단이다.
그러나 PBOC는 통화정책 카드를 남발하면 위안화 약세·자본 유출 위험이 재부상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다. 실제로 2015년 ‘쌍중지(雙重止跌)’라 불린 증시·환율 동시 방어 실패는 대규모 외환보유액 유출로 이어진 바 있다.
‘뜨거운 증시’ vs ‘냉각되는 실물’
분석가들은 최근 랠리를 기관투자가 주도로 평가한다. 가계는 부동산 침체 후유증과 경기 불확실성 속에 사상 최대 160조 위안(약 22조4,500억 달러)의 예금 잔액을 쌓아두고 있어, 본격적인 ‘개미’ 유입 시 추가 상승 탄력이 클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반면 실물경제는 △7월 산업생산 8개월 만의 최저 증가율 △소매판매 역성장 △20년 만의 위안화 신규대출 감소 등 부진이 이어졌다. 8월 수출 증가율은 미·중 관세휴전 효과가 희석되며 둔화했고, 2분기 성장률은 5.2%에 그쳤다. 시장은 3~4분기 성장률이 5%를 하회해도 2025년 목표 달성에는 무리가 없다고 보지만, 노동시장 충격을 막기 위한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맥쿼리의 Larry Hu 중국수석이코노미스트는 “두 달 연속 약한 지표가 나오면 ‘미니 부양책’이 가동될 것”이라며, “주택시장 지지책과 함께 재정정책 강화 가능성
을 거론했다.
제한적 완화와 구조적 지원
당국은 RRR·정책금리 조정보다 대상·목적이 명확한 ‘구조적 도구’(대출프라임레이트 차등 운용, 재대출·재할인 프로그램, 주식담보 스왑 등)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는 과도한 유동성이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흘러가 생길 자산버블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특정 산업과 중소기업에 선별적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올 들어 PBOC는 ‘주식시장 유동성 스왑’ 확대를 통해 기관투자가에 ※담보 주식 평가액의 최대 60%까지 저금리 자금을 지원했다. 당국은 주가 상승이 가계 자산디플레이션을 완화해 소비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자산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주가 상승이 소비에 미치는 직접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근본적 가처분소득 확충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한·미·중 통화정책 비교
현재 연준 기준금리는 4.25~4.50%로 2024년 12월 이후 동결 상태다. 반면 한국은행은 2025년 들어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하며 ‘신중 모드’를 유지 중이다. 중국 7일물 역레포 1.40%는 이미 글로벌 주요국 중 가장 완화적인 레벨이어서, 추가 인하 여지가 좁다.
익명의 두 번째 정책 소식통은 “중국은 2018년 이후 사실상 일방적 완화를 지속해 왔다”면서, “추가 통화 부양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즉, 인민은행은 연준 인하를 명분 삼아도 ‘상징적·미세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용어 풀이
역레포(Reverse Repo): 중앙은행이 보유한 국채를 금융기관에 매도하고, 단기간 후 다시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오픈마켓 운영수단이다.
RRR(지급준비율): 은행이 예금의 일정 비율을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하도록 한 제도. 인하 시 시중에 공급 가능한 자금이 늘어난다.
자산효과(Wealth Effect): 주가·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이 가계의 체감 부(富)를 늘려 소비를 촉진하는 현상이다.
($1 = 7.1254 중국 위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