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華街)의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초과 현금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2025년 9월 1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연준은 다음 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지난해 12월 이후 유지해 온 ‘동결 기조’를 마무리하고 0.25%p(25bp) 인하에 나설 확률이 90%에 달한다. 파생상품 거래 정보를 반영한 CME 그룹의 FedWatch에 따르면 0.50%p 인하 가능성도 10% 정도로 거론된다.
연준이 실제로 금리를 내리면, 머니마켓펀드(MMF)·고수익 예금·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 현금성 상품의 금리도 뒤이어 하락할 전망이다. 대표적 MMF 지수인 ‘Crane 100 Taxable Money Fund Index’의 7일물 연환산 금리는 현재 4.10% 수준이지만 조정이 불가피하다.
“지금이 현금을 일하게 만들 적기”
UBS는 8월 25일 투자 노트에서 “9월 인하가 확실시되는 만큼 ‘현금 → 투자자산’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라고 권고했다.
실제 미국 MMF 잔고는 9월 3일 기준 $7.26조(약 9,800조원)로, 금리 인하를 앞두고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웰스파고의 글로벌 채권 전략가 루이스 알바라도는 보고서에서 “연준이 재차 인하 사이클에 진입하면 과도한 현금과 캐시 대안을 줄이고, 수익형 자산으로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금 보유는 ‘필요한 만큼만’…투자 목적별 포트폴리오 제안
블랙록의 수석 전략가 가르기 차우두리는 “현금 역시 변동성 완화에 도움이 되는 분산 자산”이라며, 인플레이션(현재 3% 수준)을 상회하는 금리를 유지하는 한 ‘임시 대기 자금’으로 활용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무설계사(CFP) 소피아 베라 다이글은 비상자금으로 맞벌이 가정은 세후 월소득 3개월분, 외벌이 가정은 6개월분을 확보하고, 여행·주택 수리 등 단기 지출 계획이 있다면 추가 현금을 보유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고수익 예금(HYSA)은 체크카드보다 높은 이자와 증권계좌 대비 낮은 위험을 겸비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리가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만기가 명확한 경우 CD로 금리를 미리 고정해두는 전략도 유효하다. 다만 중도 해지 시 페널티가 부과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초과 현금의 이동 경로: 주식·채권 혼합과 크레딧 자산
다이글은 ‘달러 코스트 애버리징(정액분할 매수)’ 방식으로 인덱스 펀드에 60:40 또는 70:30 비율로 주식·채권을 분산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현금보다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연 5~6% 정도 수익을 기대한다면 밸런스드 포트폴리오가 유용하다”고 말했다.
UBS 자산운용 책임자 마크 헤이펠레는 “투자등급 회사채 등 퀄리티 채권과 미디엄 듀레이션(3~7년)을 권한다”며 “장기물은 재정정책·연준 독립성 논란·향후 물가 지표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뱅가드는 유동성 필요도에 따라 다층적 접근을 제안했다. 단기 현금(수개월 내 지출)은 MMF·고수익 예금·T-빌 ETF, 1년 내 지출은 ‘울트라 쇼트 본드 ETF’, 1~3년은 Short Duration Bond ETF(VSBD)가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VSBD는 30일 SEC 수익률 4.41%, 총보수 0.15%다.
주식 비중이 큰 투자자에게는 미국 중기 국채 비중을 높여 변동성 완충 수단으로 삼을 것을 권했다. 총수익 극대화를 원한다면 투기등급 하이일드·신흥국 채권·구조화 상품까지 가미해 크레딧 스프레드를 활용할 수 있다.
알기 어려운 용어 한눈에
머니마켓펀드(MMF): 만기 1년 안팎의 국채·기업 어음 등에 투자해 원금을 지키면서 시중금리 수준 수익을 추구하는 초단기 공모펀드다. 은행 예금과 달리 예금보험이 없지만, 유동성이 뛰어나고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달러 코스트 애버리징(Dollar Cost Averaging):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투자해 매입 단가를 평균화하는 전략으로, 시장 타이밍 위험을 완화한다.
듀레이션(Duration): 채권 가격이 금리 변동에 얼마나 민감한지 나타내는 지표로, 숫자가 클수록 금리 변화 시 가격 변동폭이 크다.
전문가 시각
기준금리 인하 직전까지 MMF로 몰렸던 자금은, 수익률 하락과 자본 손실 위험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최근 미국 장단기 금리차가 좁혀지면서 중기 채권이 금리·재투자 리스크를 균형 있게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감안하면, 투자등급 회사채 스프레드가 과도하게 벌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이나, 기업 실적 미스가 나올 경우 변동성은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비상자금·단기 유동성·중기 투자·장기 성장 등 목적을 명확히 구분하고, 각 계층마다 현금·단기채·중기채·주식·신용위험 자산을 배분하는 ‘바벨 전략’이 유효하다. 무엇보다 금리 변화뿐 아니라 재정 정책·인플레이션 경로·신용 사이클을 종합 고려한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