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는 이미 많은 호재를 손에 쥔 듯 보인다. 투자자들은 견조한 경제 펀더멘털과 예상했던 정책적 지원을 동시에 누리며,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주가와 한층 고요한 신용시장, 그리고 경제 전반에 쏟아지는 자본투자를 경험하고 있다.
2025년 9월 20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Fed)는 0.25%p 금리를 인하했고, 점도표 상으로는 올해 두 차례 추가 인하가 예고됐다. 성장률과 물가 전망이 6월 대비 소폭 상향됐음에도, 시장은 “성장을 빠르게 지원하지만 인플레이션 억제에는 선제적으로 나서지 않겠다”는 완화적 신호를 뚜렷이 읽어냈다.
특히 Nvidia가 Intel에 전략적 지분을 투자하고 반도체 제품 공동개발에 합의한 소식은, 불과 일주일 전 Oracle이 AI 매출 가이던스로 주가를 끌어올린 사례와 맞물려 ‘AI 열풍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경고를 시장에 전했다. 지난주 S&P 500은 1.2% 상승했고, 5월 이후 3% 이상 조정다운 조정을 겪지 않았다. 나스닥 역시 4개월 가까이 통계적으로 과매수 구간에 머물며, 잠재적 매도 압력이 쌓이고 있음에도 강세를 이어갔다.
① “현재 환경만 유지돼도 충분하다”
시장 참여자들이 제시하는 첫 번째 시나리오는 ‘지금 상태의 연장’이다. 2%대 실질 GDP 성장, 기업 설비투자 중심의 경기 확장, 고소득층 소비에서 파생된 부(富) 효과가 이어진다면, 당분간 지수는 추가 추세 상승을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고용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지만, 이는 Fed를 비둘기파적으로 돌려세우는 데 기여해 증시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미니애폴리스 연은의 닐 카시카리 총재는 “노동시장이 둔화돼도 주식시장이 활황인 이유는, 기술이 노동 의존도를 낮춘 산업의 급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립금리가 시장 예상보다 높다고 보며, 향후 금리 인하 폭이 크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② 작지만 매력적인 스몰캡 부활론
Russell 2000 지수는 이번 금리 인하 직후 2021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신고점을 경신했다. ‘트리플 톱(세 번의 고점 돌파 실패는 없다)’이라는 고전 차트 격언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소형주 펀드에서의 꾸준한 자금 이탈과 비(非)대형 제약주 움직임이 결합해 ‘숨겨진 지뢰밭’보다 ‘숨은 기회’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지속적인 소형주 아웃퍼폼을 위해선 추가 금리 인하, 타이트한 스프레드, 활발한 인수합병(M&A), 경기 재가속, 그리고 투기적 종목에 대한 위험 선호 회귀라는 다섯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③ 더 많은 투자자 유입, 즉 ‘거품의 씨앗’
월가 일부에서는 1990년대 말 닷컴 버블을 연상시키는 ‘본격적인 광풍’ 가능성도 거론된다. JP모간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식 비중이 2000년 정점 수준까지 확대될 경우, 현재보다 47%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계산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은 1900년 이후 10번의 대표적 자산 거품을 분석해 “평균 저점 대비 244% 상승 후 PER 58배, 200일 이평선 대비 29% 초과”라는 패턴을 제시하며, 현재 ‘매그니피센트 7’이 지난 2023년 3월 저점 이후 223% 상승해 아직 ‘더 갈 길이 남았다’고 진단했다.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는 2022년 ChatGPT 출시 이후 나스닥의 궤적이 1994년 넷스케이프 브라우저 출시 직후와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했고, 1998년 LTCM 사태 전후 S&P 500 흐름과 올해 관세 쇼크 직후 조정이 겹친다는 ‘역사적 운율’도 제시됐다.
전문가 시각: “거품과 조정, 어느 쪽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도이체방크는 지난주 ‘콜옵션 거래량 상위 종목 바스켓’이 두 달간의 부진 뒤 급등세를 보였다며, 이는 위험 선호와 모멘텀 매수가 되살아났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연중 가장 약세를 보이는 다음 주(9월 넷째 주)를 앞두고 계절적 리밸런싱과 4분기 포지셔닝 조정이 변수로 남아 있다.
S&P 500 지수가 금융위기 저점(2009년 3월 666포인트)의 정확히 10배인 6,666포인트를 넘어섰다는 상징적 수치도 시장의 ‘심리적 과열’을 경계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는 주식시장이 얼마나 관대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주식은 결국 보상을 준다”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용어 해설*
*트리플 톱: 동일 가격대에서 주가가 세 차례 고점을 형성한 뒤 돌파 실패 시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기술적 분석 용어다.
콜옵션: 특정 자산을 미리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파는 파생상품. 거래량 증가는 상승 기대 심리를 반영한다.
200일 이동평균선: 200거래일 동안의 평균 가격선으로, 중장기 추세 판단 기준으로 쓰인다.
전망과 시사점
요약하자면 3년 차에 접어든 이번 강세장은 아직 정점을 논하기 이르다는 견해가 다수다. 실적 상향, 정책 지원, AI 인프라 투자 등 기존 동력이 지속된다면 상승 랠리 연장도 가능하지만, 높은 밸류에이션과 국지적 과열 신호는 무시하기 어렵다. 투자자들은 ‘추세 추종’과 ‘리스크 관리’라는 이중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