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로이터—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치권의 지속적인 압박에도 불구하고 임박한 금리 인하를 시사하지 않은 결정은 연준의 신중 기조를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다음 회의에서의 완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치를 즉각적으로 후퇴시켰다.
2025년 7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4.25%~4.50% 범위에서 동결했으며, 차기 회의에서 차입 비용을 언제 인하할지에 대해 거의 어떤 신호도 주지 않았다. 이번 결정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두 명의 이사가 반대표를 던졌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현 통화정책이 과도하게 긴축적이라고 보고 있다.
“우리는 9월에 대해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제롬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하며, 9월 중순 차기 회의까지 광범위한 경제지표를 확인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했으며, 마지막 인하는 2024년 12월에 단행됐다. 명확한 완화 신호의 부재로 국채금리와 달러화는 장 마감 무렵 상승 전환했고,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장 반응과 포지셔닝 변화
카슨 그룹의 소누 바르게세 글로벌 매크로 전략가는 “연준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뒤로 미뤘다”며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는 말은 결국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동안 정책금리는 억제적 수준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FedWatch Tool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선물은 9월 인하 가능성을 46%로 반영했다. 하루 전 65%에서 크게 낮아졌으며, 연말까지 두 차례 25bp 인하 기대도 사실상 사라졌다.
노무라증권의 데이비드 사이프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이 9월 인하를 기본 시나리오로 부드럽게 시사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런 발언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벤치마크 10년물과 2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각각 2bp 상승했으며, TCW의 제이미 패튼 글로벌 금리 공동대표는 “시장 선반영이 과했다”며 투자자 포지셔닝이 반응을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압박과 중소형주 영향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월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거듭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파월 의장의 신중함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향후 두 달간 발표될 물가·고용 지표를 예의주시하도록 만들었다.
이를 반영하듯 러셀 2000 지수는 파월 발언 전 강세를 보이다가 0.47% 하락 마감했다. 같은 시간 S&P 500은 0.12% 하락에 그쳤다.
달러·채권·인플레이션 전망
올해 들어 큰 폭 약세를 보였던 달러 지수는 1% 상승해 2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전략가들은 “중기적으론 달러 약세 전망을 유지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양방향 위험이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 투자운용의 비샬 칸두자 이사는 “연준의 인내와 미국 경제의 견조함이 달러 약세에 일시적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으나, 시장 반응을 과도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칸두자는 내년 말까지 3~5차례 인하를 예상하며 “다음 두 차례 인플레이션 지표가 중요하다. 1회성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는 연준의 확신은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용어‧지표 해설
연방기금금리(FFR)는 미국 은행 간 초단기(하루) 대출 금리로, 미 연준이 통제하는 핵심 정책금리다. 25bp(베이시스포인트)는 0.25%p를 의미한다.
FedWatch Tool은 선물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을 바탕으로 FFR 변동 확률을 계산하여, 시장이 연준 결정을 어떻게 예상하는지 보여준다.
러셀 2000은 시가총액이 작은 200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로, 미국 내 중소형주의 경기민감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달러 지수(DXY)는 달러를 6개 주요 통화(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웨덴크로나, 스위스프랑)와 비교해 산출한 지수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참가자들은 “기준금리가 당분간 억제적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다만 물가‧고용 흐름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될 경우, 9월 인하 기대감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국채 수익률이 이미 상당 부분 경기 연착륙 시나리오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가 부합하지 않을 경우 변동성이 커질 위험이 있다. 이에 따라 단기 채권을 선호하면서도 지표발표 전후 헤지전략을 병행하는 포트폴리오 운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연준의 ‘데이터 의존적 접근법’은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파월 의장은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았으나, 이는 곧 경제지표가 정책 결정의 직접 변수가 됨을 의미한다. 향후 발표될 물가 상승률과 고용보고서가 시장 심리를 좌우할 핵심 촉매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