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안겨주던 현금성 자산을 떠나 채권으로 자금을 이동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그 본파스(Doug Boneparth) 본 파이드 웰스(Bone Fide Wealth) 사장 겸 재무자문가는 “경제가 둔화되고 연준이 다시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채권 가격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2025년 9월 9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본파스 사장은 캘리포니아 헌팅턴비치에서 열린 ‘퓨처 프루프 페스티벌(Future Proof Festival)’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금리 현금’ 시대는 생각보다 빨리 막을 내릴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보유 현금을 다시 중·장기 채권으로 돌리는 순간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올해 채권시장은 미 연방부채 급증과 재정적자 확대에 대한 우려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가격이 하락하면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연중 고점 기준 4% 중후반까지 치솟았다. ※채권 수익률(Yield)은 가격(Price)과 역(逆)관계를 갖기 때문에, 수익률 상승은 곧 가격 하락을 뜻한다.
“금리가 내려가면 일반적으로 채권 가격이 올라야 하지만, 요 며칠 사이 수익률이 거의 매일 오르고 있다. 2022년 채권이 ‘100년 만의 최악의 해’를 보낸 뒤 아직 본격적인 회복이 나타나지 않았다. 무언가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으며, 이는 기회일 수 있다.” ― 더그 본파스
그는 “금리가 본격적으로 하락하면 예·적금과 머니마켓펀드(MMF) 같은 저위험 단기자금의 이자수익이 급격히 둔화된다”며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현금을 줄이고 채권이나 다른 자산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산운용사들도 일찌감치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블랙록(BlackRock)은 최근 고객 보고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현금성 자산이 금리 하락 시 수익 대비 기회비용을 크게 키울 수 있다”며 현금 비중 축소와 채권 익스포저 확대를 권고했다. 인베스코(Invesco) 또한 “연준의 정책 전환은 중기(3~7년) 만기 채권에 우호적인 환경”이라며 ‘인터미디엇 본드(Intermediate-term Bonds)’ 편입을 강조했다.
● 용어 풀이 및 시장 구조
‘Fixed Income(고정수익)’은 만기까지 이자 현금흐름이 고정된 채권형 자산 전체를 지칭한다. 수익률(Yield)은 채권이 지급하는 이자를 채권 가격으로 나눈 값이며, 가격이 떨어지면 수익률은 자동으로 상승한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면 신규 발행 채권의 쿠폰이 낮아져 기존 고쿠폰 채권의 가치가 상승한다는 점이 핵심 투자 논리다.
본파스 사장은 “단기 ‘트레이드’로 작은 도파민을 얻는 것보다 규율 있는 장기 전략이 결국 시장 변동성을 헤쳐 나가는 열쇠”라며 “연준의 정책 방향이 어느 쪽이든 일관된 투자 원칙을 지키라”고 조언했다.
기자 해설
2024~2025년 미국 채권시장은 인플레이션 둔화와 성장률 하락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방향성을 모색해 왔다. 정부 부채 확대가 구조적 부담으로 남아 있으나, 역설적으로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재부각될 경우 장기 채권은 다시 ‘안전자산’으로 각광받을 수 있다.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도 원·달러 환율, 기준금리 차, 달러 헤지 비용 등을 종합 고려한 달러채권 직접투자 전략이 유효하다.
아울러 2022년처럼 주식·채권이 동반 약세를 보이는 ‘퍼펙트 스톰’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하지만 재정적자와 지정학 리스크가 상존하는 만큼, 분산투자와 현금흐름 관리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는 점에는 전문가 의견이 일치한다.
※ 본 기사는 투자 판단에 참고가 되는 일반적 정보를 제공하며, 특정 종목이나 자산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