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인하 기대 속 장기 채권 ‘듀레이션 확대’·수익률 곡선 스티프닝 베팅 급증

뉴욕발(로이터)—미국 채권시장 참여자들이 장기 물 위주의 매수 전략을 강화하며 듀레이션을 대폭 늘리고 있다. 동시에 5년물 대비 30년물 금리 차에 베팅하는 ‘스티프너(steepener)’ 포지션도 확대되고 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9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강한 기대감 때문이다.

2025년 9월 1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틀간 회의를 마치는 1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하해 4.00%~4.25% 범위로 낮출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고용시장 둔화와 온건한 물가 흐름이 맞물리면서 시장은 ‘차기 완화 사이클’에 대비해 장기 채권을 선매수하는 모습이다.

듀레이션 확대란 만기가 긴 채권을 편입해 포트폴리오의 평균 듀레이션(가격 변동에 대한 민감도)을 높이는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하락할 때 듀레이션이 긴 채권은 짧은 채권보다 가격 상승폭이 크다. 이에 따라 알파심플렉스(AlphaSimplex Group)의 수석 전략가 캐서린 카민스키는 “연준의 선제적 금리 인하에 대비해 채권 비중을 높이려는 수요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주목

“투자자들은 연준보다 한 발 앞서기 위해 듀레이션을 늘리고 있다. 향후 몇 차례 인하 폭과 인플레이션 지속 여부가 다음 변수”—카민스키

모건스탠리 투자운용의 비샬 칸두자 본부장은 최근 6주간 5~10년 구간에서 듀레이션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연준이 긴축적 스탠스에서 완화적으로 전환해 정책금리가 세 차례 회의 동안 4.25%에서 3.25%로 내려간다면, 전체 수익률 곡선도 자연히 하락한다”며 “듀레이션이 길수록 수익률 하락에 따른 가격 이익이 크다”고 강조했다.

JP모건의 9월 8일 자 미국 국채 서베이에 따르면, 듀레이션을 ‘롱’(매수)으로 가져가는 고객 비중이 30%로 전주 28% 대비 확대돼 8월 초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단기 금융시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포착된다. JP모건의 테레사 호 이사는 “정부형 머니마켓펀드의 가중평균만기(WAM)는 한 달 만에 3.4일 늘어난 40일, 프라임펀드는 2.2일 늘어난 29일로 각각 올해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CME 그룹 자료에 따르면 9월 만기 3개월물 SOFR(담보부익일금리) 옵션 중 행사가 96인 콜옵션 대량 거래가 발생했다. 이는 9~12월 평균 3개월물 SOFR이 4%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베팅이다. 같은 날 SOFR 선물의 미결제약정은 사상 최고치 1,510만 계약을 기록했다.


수익률 곡선 스티프닝 베팅 확산

주목

투자자들은 올해 인기 트레이드인 5년/30년 스티프너 포지션에도 속속 재진입하고 있다. 이는 5년물을 매수하고 30년물을 매도해 장단기 금리차 확대에 베팅하는 전략이다. 미국 재정적자 우려로 장기물 금리가 상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반영된다. 9월 5일 5년·30년물 금리 차는 126bp로 4년 만의 최대치를 찍은 뒤 16일 현재 104.8bp로 좁혀졌다. 전문가들은 “차익 실현 이후 다시 진입할 수 있는 구간”으로 본다.

아리스토텔 파시픽 캐피털의 제프리 클링엘호퍼 이사는 “관세 인상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경우 연준이 완화 사이클을 일시 중단할 수 있다”며 “이때는 단기금리가 안 내려가더라도 장기금리가 더 올라 곡선이 가팔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FOMC 점도표(Dot Plot)도 주목된다. 6월 회의 당시 정책위원들의 중앙값은 올 하반기 50bp 추가 인하, 2026·2027년에 각각 25bp 인하 한 차례씩을 예상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이번 점도표가 ‘올해 두 차례 추가 인하’로 경로를 상향할 리스크를 지적한다.


전문가 해설: 듀레이션·스티프너란 무엇인가?

• “듀레이션”은 채권 가격이 금리 변동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년수로 환산한 지표다. 예컨대 듀레이션 5년인 채권은 금리가 1%p 떨어질 때 이론적으로 5%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 “스티프너 트레이드”는 장기물과 단기물 금리차(스프레드)가 확대될 것에 베팅하는 투자 전략이다. 장단기 스프레드가 커질수록 곡선이 ‘가파르게(steep)’ 된다고 표현한다.

시장 시사점: 연준의 이번 금리 인하가 완화 사이클의 서막을 의미할지, 아니면 일시적 ‘조정’에 그칠지는 향후 고용과 물가 지표가 좌우하게 된다. 특히 미국의 높은 재정적자와 물가 불확실성이 장기 금리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투자자들은 듀레이션 확대와 스티프너를 병행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