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다시 한 번 기록을 갈아치웠다. 20일(현지시각) 미 뉴욕증시에서 S&P 500,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나스닥 100 지수는 모두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장을 이어갔다. 같은 날 마감된 선물시장에서 12월물 E-미니 S&P 500 선물은 0.42%, 12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0.68% 각각 올랐다.
2025년 9월 2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단행한 25bp(0.25%포인트) 금리 인하와 연내 추가 두 차례 인하 가능성이 ‘위험자산 선호(리스크-온)’ 정서를 자극하면서 뉴욕증시 전반에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특히 『트리플 위치(triple-witching)』*으로 불리는 분기별 파생상품 만기일에도 시장 변동성이 평상 수준에 머문 점이 투자 심리를 지지했다.
지수별로 보면 S&P 500 지수는 0.49% 오른 6,232.44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37% 상승한 41,502.17을, 나스닥 100 지수는 0.70% 뛴 18,762.08을 각각 기록하며 모두 사상 최고치를 새로 작성했다. 같은 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bp 오른 4.13%를 기록해 채권 가격은 약보합세였다.
■ 정책·정치 변수
연준의 비투표권자이지만 매파·중립 사이를 오가며 시장 영향력이 큰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이번 금리 인하 결정에 찬성한 뒤 “연내 추가 2회 인하를 예상한다”고 밝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해 TikTok(틱톡) 미국 사업권을 중국 모회사 바이트댄스에서 미국 투자자 컨소시엄으로 이전하는 ‘프레임워크 합의’에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양 정상은 다음 달 한국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계기에 직접 만날 예정이다.
■ 기업 실적·가이던스 호조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 500 편입 기업 가운데 22%가량이 3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다. 이는 1년 만에 가장 높은 비율이다. S&P 500 기업 전체의 3분기 이익 증가율 전망치도 6.7%에서 6.9%로 상향됐다. 투자자들의 낙관론을 뒷받침하는 배경이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10월 28~29일 예정된 FOMC에서 25bp 추가 인하가 단행될 확률을 92%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 해외 시장 동향
유럽 증시는 혼조세였다. 범유럽 지수 Euro Stoxx 50은 4주 만의 최고치로 0.03% 상승 마감했다. 반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30% 내렸고, 일본 닛케이225는 사상 최고치 경신 직후 1주일 만의 저점으로 밀리며 0.57% 하락했다.
■ 금리 시장
미국 10년 만기 국채 선물(12월물)은 7.5틱 내리며 2주 최저치를 찍었다. 유럽 채권 역시 하락 압력을 받았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2.753%까지 올라 2주 만의 고점을 기록했고, 영국 10년물 길트금리는 4.718%로 상승했다.
ECB(유럽중앙은행) 집행이사회^ 멤버 마리오 센테노는 “유로존 성장률이 잠재치에 못 미치고, 인플레이션이 곧 목표를 밑돌아 한동안 머물 것”이라며 추가 완화를 시사했다. 반면 동료 발디스 뮐러는 “현 통화정책은 다소 완화적이며, 당장 더 낮출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 트리플 위치(triple-witching)는 주가지수선물·옵션, 개별 주식 옵션 등 세 종류의 파생상품이 동시에 만기 도래하는 날을 말한다. 만기일에는 거래량과 변동성이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
■ 미국 주요 종목 움직임
‘매그니피센트 세븐’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가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Apple은 3% 넘게, Tesla는 2% 넘게 올랐다. Alphabet과 Microsoft도 1% 이상 상승했고, Nvidia와 Amazon은 각각 0.24%, 0.11% 상승했다.
Oracle은 메타플랫폼스와 200억 달러 규모 클라우드 계약 협상 소식에 4%대 급등했다. 이메일 마케팅 플랫폼 Klaviyo는 모건스탠리의 투자의견 상향(오버웨이트)으로 4% 상승했다. AI 인프라 기업 CoreWeave도 루프 캐피털의 신규 ‘매수’ 커버리지에 3% 올랐다.
반면 Lincoln National은 모건스탠리 ‘비중 확대’로 3% 오르며 보험섹터 강세를 견인했으나, Scholastic은 1분기 주당손실이 예상보다 커 12% 급락했다.
이 밖에 FedEx가 시장예상을 웃돈 1분기 조정 EPS(3.83달러)를 발표하며 2% 상승했고, 인수설이 제기된 Warner Bros Discovery 역시 2%대 올랐다.
■ 정책 리스크·기타 개별 이슈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 리사 쿡 해임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의 스티븐 미란이 CEA 직을 유지한 채 연준 이사직을 겸임할 의사를 내비쳐 ‘연준 독립성 훼손’ 논란을 자초했다.
Cognizant Technology Solutions 주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H-1B 비자 신청 수수료를 10만 달러로 인상하려 한다는 소식에 4% 넘게 하락하며 IT 아웃소싱 업체 전반의 약세를 이끌었다. Intel은 씨티그룹이 목표주가를 29달러로 제시하며 ‘매도’(Sell)로 하향 조정해 3%대 하락했다.
주택경기지표에 민감한 Lennar는 3분기 매출이 예상(90억5000만 달러)을 하회한 88억1000만 달러에 그쳤고, 4분기 신규주문 가이던스도 시장예상에 못 미치자 4% 하락했다.
■ 국제·경제 지표
독일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5%, 전년 대비 ‑2.2%를 기록해 시장예상(-0.1%, ‑1.7%)보다 부진했다. 1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같은 달 영국 소매판매(자동차 연료 제외)는 전월 대비 0.8% 늘어 5개월래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반면 영국 8월 재정적자는 180억 파운드로, 5년 만에 가장 높은 8월 적자를 기록했다.
■ 전망과 진단
시장 참가자들은 연내 두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을 거의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만약 연준의 경기 연착륙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주식과 위험자산에 우호적인 환경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다만 10년물 금리가 4.1% 내외에서 재차 상승할 경우 성장주 밸류에이션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연준 독립성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 대선 국면에서 증폭될 규제 리스크 등은 ‘꼬리 위험’(tail risk)으로 부상하고 있어, 투자자들은 헤지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상으로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성과 글로벌 매크로 환경이 맞물려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배경을 살펴보았다. 당분간 ‘완화적 연준·호실적 기업·견조한 소비’의 삼박자가 유지되는지 여부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