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지수(DXY)가 전일 밤 상승분을 반납하며 하락했다. 미국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예상 밖으로 3년 9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소 0.25%p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2025년 9월 1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유로존의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종료됐다”고 언급하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한 점도 달러 약세를 부추겼다. 이 발언에 힘입어 유로화는 강세를 보였고, 위험자산 선호가 확대되면서 달러에 대한 유동성 수요는 줄어들었다.
시장 참가자들은 올해 연말까지 연준이 세 차례에 걸쳐 총 0.75%p를 인하할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는 시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의 스티븐 미런 수석이 직위를 유지한 채 연준 이사직을 겸직하려는 계획은 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를 키우며 해외 투자자들의 달러 자산 이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주간 지표와 인플레이션 동향
미 노동부에 따르면 8일 종료 주 기준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7,000건 늘어난 263,000건으로, 시장 예상치(235,000건 감소)를 크게 상회했다. 이는 2021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미국 8월 CPI는 전년 대비 2.9% 상승해 7월(2.7%)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으며,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3.1%로 전월과 동일했다. 두 지표 모두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했다.
“시장은 9월 16~17일 FOMC에서 0.25%p 인하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으며, 0.50%p 인하 가능성도 12%로 반영되고 있다. 이어 10월 28~29일 회의에서도 추가 인하(0.25%p) 가능성을 100%로 가격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연방기금금리는 연말 3.60%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화(EUR/USD)는 0.39% 상승했다. ECB는 예고한 대로 예치금리(Deposit Facility Rate)를 2.00%로 동결했으나, 2025년 유로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9%에서 1.2%로 상향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성장 위험이 보다 균형을 이뤘다”며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음을 시사했다.
반면 미국은 올해만 3차례 인하가 예상되면서 정책 금리 격차가 축소 또는 역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상 금리 차가 좁혀질 경우 달러 매력도가 낮아지고 유로화와 같은 타 통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띠게 된다.
지정학적 변동성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대상으로 공습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드론이 격추되면서 유럽 안보 리스크가 고조됐다. 폴란드 정부는 이를 “침략 행위”로 규정했다. 이러한 긴장은 통화시장에 단기 변동성을 더하지만, 수요가 안전통화(엔화)나 실물자산(금)으로 이동하는 양상도 병행된다.
엔화(USD/JPY)는 0.26% 상승했다. 일본 3분기 BSI 대형 제조업 기업경기지수는 -4.8에서 3.8로 반등했으며,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대비 2.7% 올랐다. 이는 일본은행(BOJ)이 연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을 강화했다.
다만 일본 정치권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중·참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자민당이 모두 패배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면서 정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시장은 새로운 내각이 대규모 재정지출에 나설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귀금속 시장 동향
12월물 금 선물은 온스당 11달러(-0.30%) 하락한 반면, 12월물 은 선물은 0.260달러(+0.62%) 상승했다. ECB 동결 및 라가르드 총재의 매파적 발언은 금리 상승 기대를 자극해 비이자자산인 금 가격에 하락 압력을 가했다. 주식시장 강세도 안전자산 수요를 약화시켰다.
그러나 달러와 미 국채 수익률이 동반 하락하면서 하방 경직성이 형성됐다. 중국 인민은행(PBOC)이 8월 금 보유량을 0.06백만 트로이온스 늘리며 10개월 연속 순매수에 나선 점도 지지 요인으로 작용했다.
ETF 자금 흐름 역시 긍정적이다. 금 ETF 보유량은 지난 수요일 2년 3개월 만의 최고치를, 은 ETF 보유량은 일주일 전 3년 만의 최고치를 각각 경신했다. 이는 투자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용어 설명
DXY: 미국 달러 가치를 6개 주요 통화 대비 가중평균한 지수로, 글로벌 외환시장의 위험 선호·회피 심리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다.
FOMC: 연준 산하 통화정책 결정기구로, 매년 8차례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은 회의 직전 연방기금 선물 금리(FFR) 가격을 통해 인하·인상 확률을 추정한다.
BSI: ‘Business Survey Index’의 약자로, 일본 내각부가 분기별로 발표하는 기업경기체감지수다. 0 이상이면 경기 낙관을 뜻한다.
ETF: ‘Exchange Traded Fund’의 약자이며, 지수·원자재·채권 등 기초자산 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리치 애스플런드는 기사 작성일 기준으로 해당 증권에 대한 직·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투자 자문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시장 전망
전문가들은 “미·유럽 통화정책의 결이 갈라지는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유로 강세·달러 약세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연준이 실제로 세 차례 인하를 감행할 경우 실질금리 흐름, 경기 모멘텀 등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또한 “금·은 가격은 지정학적 변수와 중앙은행 매수 기조가 유지되는 한 하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