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인하 가능성 낮지만 이번 회의는 변수로 가득

워싱턴 D.C.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7월 마지막 주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를 4.25%~4.5% 범위로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참가자들은 “큰 결정은 없겠지만 이번 회의에는 유례없이 많은 숨은 변수가 존재한다”고 입을 모은다.

2025년 7월 2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공식 결정은 30일(현지시간) 오후 발표되며, 제롬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6월 회의와 유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으나, 표면 아래에서는 △이례적 ‘반대표’ 가능성 △백악관과의 갈등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재정정책 효과 등 복합적 이슈가 얽혀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 두 명의 ‘반대표’ 가능성

이번 회의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크리스토퍼 월러·미셸 보먼 이사(이하 ‘지명직 이사’)가 동결에 반대하는 ‘첫 동시 반대표’를 던질지 여부다. 두 인사는 최근 “실업률이 더 악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다”고 공공연히 주장해 왔다. 만약 이들이 실제로 ‘노(NO)’를 외친다면, 1993년 말 이후 처음으로 복수의 연준 이사가 동시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1물가가 목표 수준 근처이고, 상방 위험이 제한적이라면 노동시장이 본격적으로 둔화되기 전 정책금리를 인하해야 한다.” —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7월 17일 ‘지금 인하해야 하는 이유’ 연설 중

월러 이사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와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채 이자 비용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기 위해 연준이 대폭 완화적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속 압박해 왔다. CNBC가 실시한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는 월러 이사가 파월 의장 후임(2026년 5월 임기 만료)으로 지명될 확률이 14%에 그쳤으나, 잠재적 차기 의장 카드로서 존재감은 유지하고 있다.


• 백악관·의회와의 갈등

이번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건물 공사 현장 방문(7월 25일) 직후 열린다. 대통령은 현장에서 공사비 초과 문제를 지적하며 “파월 의장이 모기지 금리를 낮출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해 파장을 일으켰다. 연준은 즉각적인 홍보전을 통해 ‘정치적 압력과 무관하게 데이터에 기반하여 결정한다’는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집중될 것이 확실시된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정책이 우려만큼 물가상승 압력을 유발하지 않았다는 최근 지표가 금리 인하 명분을 강화한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그러나 정치적 입김으로 비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7월에 서둘러 인하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FOMC 다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점도표’·경제전망 업데이트는 다음 회의로

7월 회의에서는 경제전망 요약(SEP)점도표(dot plot)가 공개되지 않는다. 점도표란 각 위원이 예상하는 향후 기준금리 수준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로, 시장이 연준의 의중을 가늠하는 핵심 자료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성명서 문구 변화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을 분석해 9월, 11월 인하 가능성을 재점검할 수밖에 없다.

바클레이스 프라이빗 뱅크&자산관리의 줄리앙 라파르그 수석시장전략가는 “‘9월 인하’가 여전히 기본 시나리오”라면서도 “지표 추이에 따라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6월 점도표상 올해 두 차례 인하가 예상됐지만, 위원 간 견해 차는 컸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 노동시장·물가 데이터, 그리고 ‘학습효과’

일부 위원들은 ‘노동시장 탄탄·물가 안정’ 조합이 유지되는 한 추가 지연을 선호한다. 6월 회의록에 따르면 “올해 인하가 없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FOMC 투표권은 12명에서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의 불참으로 11명으로 줄어, 동결 파가 우세한 구도다.

“연준이 인하하지 않는 것은 파월 의장 한 사람의 결정이 아니다. 12개의 표 중 과반이 ‘때가 아니다’라고 보고 있다.” — 로버트 카플란 전 댈러스 연은 총재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데이터 의존적(data dependent)’이라는 자신들의 기존 원칙을 강조하며, 정치적 압박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할 것으로 본다.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빌 잉글리시 교수(전 연준 통화정책국장)는 “지금 인하에 나선다면 얻는 것은 거의 없고, 오히려 대통령에게 밀렸다는 이미지만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 ‘점도표’가 낯선 독자를 위한 용어 설명

‘점도표(dot plot)’는 각 FOMC 위원이 향후 몇 년간 적정하다고 판단하는 기준금리를 ‘점’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예컨대 2025년 말 금리를 3.5%로 보는 위원이 6명, 3.75%로 보는 위원이 5명이라면 해당 위치에 점이 찍힌다. 이 도표를 통해 시장은 ‘중앙값’이나 ‘분포’를 살펴 연준의 매파·비둘기파 기조를 파악한다. 다만, 공식 투표가 아닌비공식 전망이므로 향후 회의에서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다.


• 전문적 시각: 9월이 더 합리적인 이유

최근 소비자물가지수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연 2.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고용지표는 확장세 둔화 조짐이 나타나지만 ‘경기 침체’라고 부르기엔 아직 거리가 있다. 이러한 온건한 딜레마는 연준이 9월에 경제전망과 점도표를 갱신하면서 ‘시스템 리셋’ 형태로 인하를 단행하기 적합하다는 논리를 강화한다. 즉, 7월은 명분 부족, 정치적 부담 과다의 시점인 셈이다.

아울러, 최근 국채금리와 회사채 스프레드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시장이 연준의 “조급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물가·고용이 갑자기 악화될 경우 9월 인하도 ‘늦은 대응’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연준은 성명서에 “필요 시 적절히 대응”이라는 문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 결론: ‘노 드라마’ 동결, 그러나 긴장은 지속

요약하면, 표면적 결정은 동결이지만, 회의 안팎에는 △복수 지명직 이사의 반대표 △백악관과의 기 싸움 △9월 추가 완화 시사 여부 등이 얽혀 있다.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의 문장 하나, 어조 한 끗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한편, 골드만삭스·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증권사는 “미국 경제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는 자체 보고서를 발표하며 연준이 올가을엔 결국 “레이트 컷 모멘텀”을 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연준은 데이터를 보고 결정한다”는 원칙만큼은 이번에도 확인될 전망이다. 다만, 9월 이전 발표될 고용·물가·소비 데이터를 주목해야 한다는 점에서 7월 회의 역시 투자자에게는 단순한 ‘숨 고르기’가 아닌 매우 중요한 중간 점검으로 받아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