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인하에도 ‘12월 추가 인하 불투명’…엔비디아 시총 5조 달러 돌파로 시장 양극화

ORLANDO, Florida—미국 뉴욕증시는 29일(현지시간) 혼조세로 마감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제롬 파월 의장은 12월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해 “결코 기정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시장의 기대를 냉각시켰다. 반면 엔비디아(Nvidia)는 시가총액 5조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최초 ‘5조 달러 클럽’에 입성, 기술·AI(인공지능) 주도의 랠리를 재확인했다.

2025년 10월 2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시선은 30일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으로 향하고 있다. 미·중 정상 간 무역 담판 재개 기대가 살아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엔비디아의 최신형 블랙웰(Blackwell) AI 칩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연준 결정 직후 미 국채 금리는 단기물을 중심으로 최대 11bp 급등해 ‘베어 플래트닝’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더 빠르게 오르면서 수익률 곡선이 평탄해지는 현상을 뜻한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가 주요 10개 통화 대비 강세를 보였고, 스위스프랑 대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상품시장에서는 금 가격이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상승 폭을 반납했고, 유가는 1%가량 올랐다.

주목

주요 지수 및 자산 흐름

S&P500·다우지수: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결국 하락 마감했다.
나스닥: 엔비디아 효과로 상승세 유지.
일본 니케이225: 2% 급등, 34년 만에 최고치 경신.
상하이종합지수: 10년 만의 최고치 기록.

업종별로는 소비재·필수소비재·부동산 섹터가 각각 2.7%, 2% 하락했다. 반면 엔비디아를 포함한 ‘매그니피센트 7(Mag 7)’ 빅테크는 강세를 이어갔다. 엔비디아 시총은 ChatGPT(챗GPT) 출시 이후 12배 폭증해 지금은 유럽 STOXX600 지수 전체 시총의 절반 규모에 달한다.


엔비디아 5조 달러의 의미

“엔비디아는 미국 성장, 국력, 국가안보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제슨 황(Jensen Huang) CEO

황 CEO는 미 정부를 위해 7대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AI 칩 수주 잔액이 5,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UBS·BoA 등 주요 IB들은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했다.

그러나 시가총액 상위 7개 종목이 지수를 끌어올리는 ‘시장 집중도’는 위험 신호로 지목된다. 28일 S&P500이 상승 마감했음에도 398개 종목이 하락해 1990년 이후 ‘상승장 속 최악의 시장 폭(브레드스·breadth)’을 기록했다. 동등 가중치(equal-weight) S&P500 지수는 시가총액 가중치 지수 대비 2003년 5월 이후 최대 폭으로 뒤처졌다.

주목

equal-weight 지수는 모든 편입 종목을 동일 비중으로 반영해 대형주의 영향력을 최소화한다. 해당 지수가 급락하면 ‘소수 대형주·다수 중소형주’ 간 괴리가 심화됐음을 시사한다.


연준, “12월 추가 인하 불투명”

연준은 2024년 9월 금리 인하 재개 이후 연속 두 번째로 금리를 낮췄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우리는 여전히 인플레이션 목표(2%)를 넘어서고 있다”며 단기간 추가 완화 기대에 제동을 걸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금리선물시장은 연준 발표 전 85%였던 12월 인하 확률을 65%로 낮췄다.

당장 6주 뒤 열릴 FOMC는 정부 셧다운 여파로 ‘블라인드 운항(flying blind)’ 속에서 진행될 공산이 크다. 미국은 역대 두 번째로 긴 셧다운(4주째)으로 인해 비농업고용, 실업률, JOLTS, 주간 실업수당 청구 등 핵심 고용 지표 발표가 중단됐다.


‘고용 없는 해고’ 시대로

애널리스트 제이미 맥기버는 미국 노동시장이 지난해 ‘채용도 해고도 없는(no hire, no fire)’ 국면에서 ‘채용은 없고 해고는 늘어나는(no hire, more fire)’ 단계로 이동했다고 분석한다.

아마존은 14,000명 감원을 발표했고, UPS는 지난해 48,000명을 감축했다. 인텔 25,000명, 마이크로소프트 15,000명, 액센츄어 11,000명 등 대형 기업의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1∼9월 미국 기업 공지된 감원 규모는 94만9,000명에 달했으며, 정부·기술·소매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이 같은 흐름은 연준의 완화 기조에 명분을 제공한다. 시카고 연준 고용 모델은 ‘해고·기타 이직’ 비율이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ADP 주간 민간고용 잠정치는 4주 평균 14,250명 증가에 그쳐 사실상 고용 정체 상태다.

베어 플래트닝(Bear Flattening)이란? 단기물 금리가 장·단기 금리차를 좁히며 상승할 때를 말한다. 인플레이션 우려나 정책 금리 인상 기대가 강할 때 나타나며, 경제 둔화와 맞물릴 경우 금융시장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연준의 딜레마: 고용 vs 자산시장

저금리 기조는 실업 충격을 완화할 수 있지만, 동시에 ‘멜트업(melt-up)’ 랠리를 부추길 위험이 크다. 임계점을 넘은 유동성은 자산가격 거품으로 이어져 중·장기 금융안정을 해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보다 1%포인트 높은 상황에서 연준이 단호한 물가 안정 의지를 유지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시장조사업체 SMBC 니코 증권의 트로이 루트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마존·UPS 사례가 당장 정책 방향을 바꾸진 않겠지만, 연준 내부의 ‘고용 시장 악화’ 우려를 방증한다”며 “다른 기업들의 감원 강도에 정책 경로가 달렸다”고 밝혔다.


내일 장을 움직일 변수

트럼프–시진핑 회담(한국·서울)
• 독일 10월 소비자물가 잠정치
• 유로존 3분기 GDP 잠정치
•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
• 애플·아마존·일라이릴리·마스터카드·컴캐스트·스타벅스 실적 발표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의 사상 첫 5조 달러 돌파, 연준의 신중 모드, 그리고 미·중 정상 회담이라는 세 축이 단기 시장 변동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불안정한 경제 지표 공백 속에서 개별 기업 뉴스가 지수 등락을 결정짓는 분위기”라며 신중한 포트폴리오 대응을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