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 경신 이후 추가 상승 모멘텀을 모색하며 숨고르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수 종목이 횡보하는 가운데, 메가테크 종목만이 지수를 견인하며 시장 내 온도 차를 키우고 있다.
2025년 9월 1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 주 수요일부터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 착수할 것이라는 ‘매파적 완화’ 시나리오를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물 경제가 견조하고, 기업 재무 상태가 양호하며, 생성형 인공지능(AI) 설비투자(capex)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 이러한 ‘완벽한 친(親)위험 환경’ 아래 S&P500지수는 5월 이후 3% 이상의 조정 없이 연속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으며, 밸류에이션은 이번 경기 사이클 최고 수준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실망 또는 피로감이 누적될 여지도 커지고 있다. 연준이 시장 기대를 정확히 충족하더라도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격언처럼 차익 실현성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시장 내부 에너지 고갈을 가리키는 지표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 위치한 종목 비중이 줄고, 동일가중 S&P500 지수는 횡보세에 머물고 있다.
“최근 승자였던 주택건설주가 한발 물러섰고, 거래량도 부진하다”
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대형 기술주 독주: 알파벳‧테슬라가 만든 ‘쏠림’
이번 랠리를 대표하는 종목은 알파벳(구글 모회사)이다. AI 중심 세계에서의 입지 강화라는 평가가 퍼지며 단기 과열(블로오프) 양상까지 거론된다. 한때 검색 광고사업 잠식 우려로 주가수익비율(PER) 16배 미만까지 떨어졌던 이 종목은 현재 거의 24배까지 치솟았다. 그럼에도 메타 플랫폼스(PER 약 27배)보다 여전히 낮은 밸류에이션이라는 점이 추가 매수 논리를 지원한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약 10억 달러 규모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가 재차 급등했다. 머스크는 2022년 트위터(현 X) 인수를 위해 자기 회사 주식을 저가에 대량 매도했던 전력이 있지만, 이번에는 ‘적은 돈을 써서 더 큰 부를 불린 자가실현적 전략’이란 평가가 나온다. 차트상으로도 상승 모멘텀이 가파르게 형성되며 ‘테크니컬 신봉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나스닥100 내에서도 ‘빅7’이라 불리는 최상위 시가총액 종목군이 지수 평균을 훨씬 웃도는 상승률을 시현하고 있다. 아래 그래프이미지_생략는 시가총액 가중 나스닥100과 동일가중 나스닥100 간 괴리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계심 되살린 변동성 지수(VIX)
장 초반 한산하던 CBOE 변동성 지수는 마감 무렵 1포인트 가까이 상승해 16선을 기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기술적 분석가 폴 시아나는 “연준 회의일과 맞물린 9월 마지막 10거래일은 연중 가장 변동성이 큰 기간”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헤지 수요를 자극하며 옵션 프리미엄 상승으로 이어졌다.
투자자 사이에 자주 언급되는 ‘크레디트 스프레드(기업채와 국채 금리 차)’가 역사적 최저 수준으로 좁혀져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스프레드가 좁을수록 경기 낙관과 위험 선호를 뜻하지만, 반대로 ‘과열의 신호’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장기 투자자의 성과: 10배 오른 S&P500
궁극적으로 시장은 ‘시간’의 힘을 입증해 왔다. S&P500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GFC) 저점(2009년 3월, 666포인트) 대비 16년 6개월 만에 10배(6600포인트대)에 도달했다. 단순 연환산 수익률로 연 14.9%, 배당을 포함하면 연 16.9%를 기록한 셈이다. 이는 “가장 어두울 때 투자한 대가”라는 교훈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용어 해설 및 투자 체크포인트
- AI Capex Boom: 인공지능 모델 학습용 반도체,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장비 등에 대한 기업들의 대규모 설비투자 흐름을 뜻한다.
- Credit Spread: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와 동일 만기의 무위험자산(대개 국채) 금리 차이. 경기·시장 스트레스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 Equal-Weight Index: 각 종목을 동일 비중으로 구성한 지수. 대형주 쏠림 여부를 확인할 때 사용된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주 연준 점도표, 제롬 파월 의장 발언, 그리고 9월 이후 소비 경기의 궤적에 주목하고 있다. ‘강한 경기·낮은 물가·내년 금리 인하’라는 낙관적 조합이 현실화할지, 아니면 밸류에이션 부담이 수면 위로 떠오를지가 향후 몇 주간의 변동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