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물가 억제와 고용 유지 간 균형에서, 이번에는 고용 측면이 우위를 차지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준의 결정권자들이 2025년 말 저금리 기조로 방향을 조정한 배경에는 최근의 고용지표가 실제보다 과대계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 자리하고 있다.
2025년 12월 11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연준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사이의 정책적 균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고용 상황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연방기금금리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결정(총 표결에서는 9-3의 분열된 표차로 채택)을 내렸다. 향후 노동시장 약화가 더욱 확연해질 경우 2026년에도 추가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위원장 제롬 파월(Jerome Powell)은 수요일(연준 총재 기자회견) 회견에서 최근 몇 달간 실질적으로 음의 고용성장(negative job growth) 가능성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이는 통화정책 완화의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의 점진적 냉각은 계속되고 있다”며 “가계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 모두 노동 수요와 공급가량이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노동시장이 점차 냉각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다소 완만하게 냉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핵심 쟁점은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BLS)이 매월 수행하는 기업의 개·폐업에 따른 고용 변화를 추정하는 방법론이다. 이 추정치는 일반적으로 birth-death model(창업·폐업 모형)이라 불리며, 개업으로 창출된 일자리와 폐업으로 소멸된 일자리를 추정해 순고용변화를 가늠한다.
파월은 이 모형이 4월 이후 매월 약 60,000개 일자리를 과대계상(overstated)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기간의 평균 월간 고용증가가 약 40,000명에 못 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정도의 과대계상은 실질적으로 매월 약 20,000명 수준의 급여집계(payroll) 손실과 맞먹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파월 의장의 신중론
파월 의장은 이 불일치를 두고 “
어떤 면에서는 체계적인 과대계상(something of a systematic overcount)으로 보인다
“고 지적하며, 고용성장 수치에 대해 큰 폭의 수정(revision)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BLS는 9월에 예비 벤치마크 추정치를 내놓으면서, 2025년 3월 직전 12개월 동안 고용 증가치가 911,000명 과대계상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BLS는 이 같은 예비 추정치에 이어 최종 벤치마크를 2026년 2월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월은 “고용창출이 음수인 세계라면 우리는 그 상황을 매우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며, 우리의 통화정책이 고용창출을 더 억누르지 않도록 위치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연준이 2026년 정책 기조를 설정하는 데 있어 고용지표를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유지할 것임을 의미한다.
위원들 간의 의견 분산과 인플레이션 요소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금리 향방에 대해 광범위한 의견 차이가 표출됐다. 총 19명의 참가자 중 6명은 최근 금리 인하에 반대 의견를 제시했으며, 이들 중 2명은 12명의 투표권자 중에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7명은 내년에 추가 인하가 필요없다고 보았다고 FOMC의 개별 기대를 나타내는 ‘닷 플롯(dot plot)’이 보여준다.
반면 다른 참가자들은 여전히 추가 완화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2% 목표를 상회하는 가운데에서도 노동시장에 대한 우려가 강하다는 점을 반영한다. 파월은 인플레이션의 초과 요인 중 상당 부분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영향에서 기인한다고 언급했고, 이러한 영향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시장 전망과 향후 정책 경로
노동수요가 약화되고 실업률이 상승하는 것이 확인될 경우, 연준은 완화 기조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이는 특히 파월 의장이 의장직을 2026년 5월에 떠날 예정이라는 점이 맞물리며 정책 전환에 대한 민감도를 높인다.
프랑스계 은행 나틱시스(Natixi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크리스토퍼 호지(Christopher Hodge)는 보고서에서 “연준의 영향력 있는 구성원들이 실업률을 예의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수요가 약화되고 실업률이 상승하는 한 추가 금리 인하로의 길이 열릴 것”이라며 “우리는 2026년 1월 금리 인하가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한 2026년 1분기 동안 실업률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에 근거해 연속적인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시가 총액을 반영하는 주식시장은 수요일과 목요일에 걸쳐 금리 인하 기대에 힘입어 상승했다. 반면 선물시장의 가격은 다음 금리 인하가 적어도 4월까지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레이더들은 2026년에 두 번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으며, 이는 닷 플롯의 1회 전망보다 공격적인 시나리오다. CME 그룹의 FedWatch 도구는 3회 인하 가능성에 대해 41% 확률을 제시하고 있다.
용어 설명: ‘birth-death model’과 벤치마크 수정의 의미
birth-death model(창업·폐업 모형)은 통계적으로 매달 보고된 고용변동에 포함되지 않는 신규 사업체의 고용창출과 폐업으로 인한 일자리 손실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BLS는 월별 설문과 행정자료가 실시간으로 잡아내지 못하는 변동을 보완하기 위해 이 모형을 사용한다. 다만 이 모형은 가정에 기반한 추정치여서, 경제 상황이 급변하거나 기업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가 있을 때 추정치가 실제와 크게 엇갈릴 수 있다.
벤치마크 수정(benchmark revision)은 BLS가 분기 또는 연 단위로 더 포괄적인 자료를 입수한 뒤 과거 고용통계를 재계산하는 과정이다. 예비 벤치마크 결과는 통상 실측 자료에 기반한 최종 수정 전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며, 대규모 수정이 발생하면 과거의 고용 성장률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이번 사례에서 BLS의 예비 벤치마크는 12개월간 911,000명 과대계상을 지적했고, 이것이 최종 벤치마크로 확정될 경우 지난 기간의 고용 흐름에 대한 인식과 정책 판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정책·시장에 대한 체계적 영향과 전망(분석)
첫째, 만약 BLS의 최종 벤치마크가 예비치와 유사하게 과대계상을 확인한다면, 연준은 물가 안정과 고용 안정 사이에서 고용 측면을 우선 고려하는 쪽으로 기조를 더 빠르게 전환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단기적으로 시장금리(특히 미 국채 2년물 등 단기물) 하락 압력과 달러화 약세를 유발할 수 있다. 둘째, 주식시장에는 기술주·성장주 중심의 재평가(금리 하향 기대 강화에 따른 밸류에이션 재상승)가 나타날 수 있으나, 실물경기가 동반 약화한다면 경기민감 섹터에서는 하방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
셋째, 연준이 노동시장 악화를 이유로 조기 완화를 선택할 경우 인플레이션 재가속의 위험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파월 의장이 지적한 대로 일부 인플레이션 요인은 일시적(예: 관세 영향)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지속적 물가 상승 기대가 되살아난다면 연준은 정책을 신속히 재조정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할 것이다.
넷째, 투자자들은 BLS의 최종 벤치마크 발표(예정일: 2026년 2월)와 1월과 3월의 거시지표 흐름(실업률, 비농업부문 고용, 임금지표 등)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 데이터는 연준의 2026년 상반기 통화정책 스탠스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맺음말
이번 연준의 금리인하 결정과 파월 의장의 발언은 단순한 통계 오류의 문제가 아니라 통화정책의 신속성, 타이밍, 그리고 위험관리과 직결된다. 향후 몇 달간의 고용지표와 BLS의 벤치마크 수정 결과가 정책과 시장의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투자자와 기업, 정책결정자 모두 이번 사안의 향방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